1996년 ‘바람의나라’로 시작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 동안 게임산업을 옥죄는 많은 규제들이 있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1등 상품이 됐고 산업규모도 3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은 10년 전 이슈들을 정리해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 2001년 2월 1일(목): 소프트맥스, 게임아카데미에 장학금 기탁
10년전 2월1일 PC게임 개발 업체 소프트맥스(대표 정영희)가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가 운영하고 있는 게임아카데미에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습니다. 소프트맥스는 2000년 롤플레잉 기반 PC게임 ‘창세기전3 파트2’를 출시해 한달 여만에 10만장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이 게임은 최근 문화관광부로부터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1년 소프트맥스는 ‘건담캡슐파이터’로 일본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2011년에는 유명 패키지게임 ‘창세기전’을 온라인으로 개발 중이죠. 문화부 산하에 있던 게임종합지원센터는 2001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2007년에는 다시 한국게임산업진흥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게임산업진흥원은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흡수 통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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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일(금) : 엔씨소프트 ‘리니지’ 법적 분쟁 초읽기
장수 인기게임 ‘리니지’를 둘러싼 원저작자 신일숙 작가와 엔씨소프트의 분쟁이 10년 전 오늘 본격화 됐습니다.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원작 만화 ‘리니지’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요, 사건의 발단은 엔씨가 2000년 3분기부터 ‘리니지’를 활용한 사업에 나서면서 시작됐습니다. 양측은 법정 대리인을 내세워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1월말로 협상이 결렬돼 법정 분쟁으로 비화됐죠.
2001년 2월 2일 신일숙씨의 법정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엔씨소프트가 원작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캐릭터 사업과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2월 중 서울지방법원에 지적재산권 침해와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과 사용금지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도 법무법인 김&장을 법정대리인으로 선정,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리니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태평양 측 주장은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캐릭터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아이스크림’에 참여한 것과, 캐릭터 개발사 에이치(EICH)를 통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대만 진출에 이어 미국•일본에서 게임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 또한 계약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신 작가측은 엔씨측에 온라인게임 개발•서비스를 제외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또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해외 진출을 위해 판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때는 원작자의 동의를 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합의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태평양의 유광현 변호사는 “1월말까지 진행된 합의 과정에서 엔씨측에 1달간의 여유를 주었으나, 엔씨소프트는 권리침해와 계약위반 내용 모두를 부정하고 있어 신일숙 작가와 엔씨소프트가 맺은 계약은 파기됐다”며 “소송 이후 승소 판결이 떨어지면 엔씨소프트는 원작 리니지의 이름•인물•배경을 이용한 일체의 것을 사용할 수 없게돼, 온라인게임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원작 ‘리니지’의 권리는 신일숙 씨에게 있지만 2차 저작물인 온라인게임의 모든 권리는 엔씨소프트에 귀속된다”며 “게임을 해외에 수출한 것과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한 계약 내용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해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당시 신일숙 씨는 애니메이션 기획사 애니키노(대표 오준일) 측에 게임 개발을 제외한 ‘리니지’ 원작의 애니메이션•캐릭터 사용 권리를 양도한 상태이며, 애니키노를 이를 활용해 애니메이션 개발 중이였습니다.
◆ 2월 4일(일): 태울 ‘신영웅문’ 대만 수출
10년전 2월 4일에는 온라인게임 업체 태울(당시 대표 조현태)이 대만 소프트웨어 유통 업체 소프트차이나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의 차기 온라인게임 ‘신영웅문’(www.nhero.com)을 수출했습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태울은 소프트차이나로부터 계약금 70만 달러를 받았으며, 향후 2년 동안 매출의 15%를 로열티를 받는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태울은 1세대 온라인 게임업체였습니다. 개발력을 인정받아 ‘신영웅문’은 국내 서비스를 하기 전에 수출이 됐죠. 하지만 차기작 개발에 실패하고 경영권을 둘러싼 내홍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작은 개발사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 2월 5일(월): 한게임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 오픈, 한빛 중국 연락사무소 개설
지금은 국내 최고 게임포털인 한게임이 10년 전 이때쯤 게시판•자료실 등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01년 2월 5일부터 시작된 클럽 서비스는 테트리스•윷놀이•당구게임 등 게임을 주제로 클럽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죠. 영화•동문회 등 기타 공동 관심 사항을 가진 한게임 회원들을 위해 자유 주제 클럽도 개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습니다.
외에도 5개의 게시판 기능과 3개의 자료실 기능과 같은 기존 커뮤니티 서비스 이외에 클럽 경매•클럽 채널 등 한게임 클럽만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클럽 시스템은 199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과 프리챌의 클럽 시스템을 게임에 접목시킨 사례로 이해하심 되겠네요. 2000년 7월 당시 독립법인이었던 한게임과 네이버컴은 합병을 통해 지금의 NHN(Next Human Network)이 됐습니다.
또한 10년 전 메이저 업체였던 한빛소프트(당시 대표 김영만)가 5일 북경에 연락 사무소를 설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는 중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유통 회사 청광일신과 업무 제휴를 체결하고 현지에 한빛 측 직원을 파견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중국 내 게임시장과 소프트웨어 교육 시장 동향을 조사할 계획이었죠.
김영만 사장은 “중국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면 연내 지사를 설립하고, 한빛이 판매하고 있는 국내외 타이틀의 중국 판권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직원이 10명 미만인 연락 사무소를 통해 현지 시장 조사를 하던 시대였습니다. 한빛이 당시 소프트웨어 교육사업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도 흥미롭군요.
◆ 2월 6일(화): 게임소비자연대모임 결성
게임 사용자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게임소비자연대모임’(겜소모)가 10년 전 2월 6일 결성됐습니다. 당시 증가하고 있는 게임 업체들의 횡포와 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이머들이 뭉친 것이죠. 2월 1일에는 관련 사이트도 개설했습니다.
이 모임은 인터넷소비자신문의 전신인 소비자넷에서 활동해 왔던 각종 게임관련 소모임이 주축이 돼 결성된 것으로 현재 회원은 50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향후 게임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비자 권리 찾기에 나설 계획이었습니다.
겜소모의 특징은 소비자가 제기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회원 상호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우선 게임 구입에 따른 피해 해결에 치중하고▲국내 게임 가격의 현실화를 위한 불매 운동과▲우수 업체 장려운동▲공동구매▲소비자피해보상 규정 마련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이 모임은 PC게임 유통 업체 위자드소프트(대표 심경주)를 방문해 최근 발매된 롤플레잉게임 ‘악튜러스’의 배송지연•불만처리 외면 등의 문제를 항의했으며, 조만간 한빛소프트와 미국 개발사 블리자드를 대상으로 ‘디아블로2’ 게임서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었고 실제로 진행했습니다.
또한 서버다운•아이템거래•언어폭력•현실PK(Player Kill) 등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리니지’(엔씨소프트) ‘어둠의전설’(넥슨) ‘판타지포유’(이야기) 등의 게임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인터넷멀티문화협회(회장 박원서)와 인터넷플라자협회(회장 박대동)의 통합법인인 인터넷PC문화협회(공동 회장 박원서, 박대동)가 9일 서울 혜화동 혜화전화국에서 창립 발대식을 갖고, 2001년 2월 6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 2월 7일(수): 아오조라, PS2 개발 라이선스 획득
게임 유통사 아오조라엔터테인먼트(당시 대표 진가인)가 일본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와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용 게임 개발 라이선스 계약을 2001년 2월 7일 체결했습니다.
당시 계약은 아오조라 일본 현지법인과 이뤄진 것으로, 이 계약에 따라 PS2용 개발에 필요한 툴을 국내 반입이 가능해졌습니다. 당시에는 소니의 PS2용 콘텐츠 개발 장비는 국제법으로 국외 반출이 금지됐었습니다.
아오조라는 소니로부터 기술•장비 지원을 받아, 2001년까지 2개의 타이틀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며, 첫 타이틀은 기존 개발되었던 한국 게임의 컨버팅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대로 진행이 됐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2월 8일(목): 엔씨소프트 "리니지 게임은 독립적인 저작물" 주장
앞서 보도된 신경숙 작가의 ‘리니지’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2001년 2월 8일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가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리니지’ 게임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 게임은 엔씨소프트가 독자적인 노력을 기울여 창작한 작품으로 신일숙 씨의 만화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저작물’이며, 따라서 리니지 게임에 대한 저작권은 엔씨소프트가 독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니지’ 게임은 줄거리가 완결돼 있는 만화와 달리, 게임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내용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창작물이라는 것이 엔씨측 입장이었죠. ‘리니지’ 게임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역시 엔씨소프트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이번 입장 표명을 계기로 캐릭터 사업에 본격 나설 것임을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김 사장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게임을 통해 쌓아 온 명성이나 캐릭터사업과 상표권 등 당사의 적법한 제반 권리에 대하여 침해 행위가 있거나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엔씨측 주장을 접한 신일숙 작가의 법정 대리인인 태평양(법무법인)의 측은 “리니지 게임이 독립된 저작물이라면 애초에 원작 사용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었겠는가”라며 “원작과 게임을 접한 사람이라면 ‘리지니’ 게임이 2차 저작물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그 동안 캐릭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식적으로 밝히 지 못한 것도 스스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엔씨소프트의 고위 관계자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사의 캐릭터 사업이 신일숙 씨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역공을 펼쳤죠.
엔씨소프트와 신일숙 씨는 지난 99년 1월19일 ‘리니지 원작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당시 아이네트의 허진호 사장이 제 3자로 계약에 참여했다. 당초 신일숙 씨는 아이네트와 온라인 게임 수익의 5%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리니지 원작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나, 핵심 개발자였던 송재경(현재 엔씨소프트 부사장) 씨가 엔씨소프트로 옮겨가면서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때 엔씨소프트는 IMF라는 경제 상황을 이유로 로열티 제공 조항을 계약서 상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소송은 극적 타결을 통해 무마됐습니다. '리니지’가 대만과 일본에 수출되고 관련 캐릭터 상품도 출시된 지금을 토대로 유추해봐도 엔씨가 2차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 엔씨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소송이었고 신 작가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 소송이 진행됐고 엔씨측이 패소했다면 엔씨의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흥미로운 점은 10년 전에 엔씨소프트의 표기를 ‘NC’로 했다는 점이네요. 이 회사는 ‘NC소프트’라고 표기를 하다가 2006년부터 ‘엔씨소프트’로 표기법을 변경했습니다.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