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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유럽 김성진 대표 “유럽시장 공략, 철저한 준비가 필요”

“제일 힘들었던 것은 충고를 해 줄 업체가 없었다는 겁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유럽시장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운을 바라기 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끈기를 가지고 직접 부딪쳐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이 바로 유럽입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게임스컴 현장에서 만난 넥슨유럽 김성진 대표(사진)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과 후발주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한참 뒤 그가 꺼낸 말이다. 넥슨유럽도 롤모델을 삼을만한 한국 회사가 없어서 정말 힘들었고,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굳이 충고를 하라면 막연히 잘 될거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준비를 많이 하라’고 했다.

넥슨유럽은 올해 처음으로 B2C 부스를 꾸렸다. 9홀에 자리잡은 넥슨 부스는 9월 전 유럽 비공개테스트를 앞둔 ‘마비노기영웅전’(현지명 빈딕터스)를 주인공으로 세웠다. 돈을 쓴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부스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게임스컴에서 넥슨유럽이 부스를 차렸다는 것은 그만큼 현지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U 회원국 27개국과 7억 3000만 인구, 공통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유럽시장이 차기 온라인게임 주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온라인게임 이용자수는 7600만명에 달하고, 대다수인 6000만명이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업체들은 현지 퍼블리셔를 활용하거나 연락사무소를 통해 시장을 접하고 있지만 커가는 시장규모에 따라 현지 지사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유럽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넥슨유럽 정도다. 넥슨유럽은 ‘메이플스토리’와 ‘컴뱃암즈’, ‘마비노기’, ‘아틀란티카’ 등 4개 라인업으로 지난해 600만명 회원수를 돌파하면서 매년 2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넥슨이 아시아에서 유명한 회사였지만 유럽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무명에 가까웠습니다. 유럽 파트너들이 텐센트를 돈을 많이 번 중국회사라는 인식이 강한데, 넥슨유럽 초기는 이보다도 못했죠.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 유럽 파트너들이 같이 사업해 볼 만한 회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넥슨이라는 이름도 많이 알려졌구요.”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넥슨을 알아본 유럽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이 명함을 건네는 것만으도 유럽서 달라진 넥슨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넥슨유럽은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조세혜택이 잘 마련된 룩셈부르크로 둥지를 옮겼다. 게임회사 중 최초다. 룩셈부르크는 한국 IT산업을 모델로 삼아 다양한 기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아마존과 이베이, 스카이프 등 글로벌 기업들도 주요 도시들과의 접근성이 좋고 친비즈니스 환경이 구성된 룩셈부르크를 유럽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다.

넥슨유럽은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컴뱃암즈’, ‘아틀란티카’를 서비스 하면서 약 6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매출은 2010년 기준 약 136억원을 기록했다. 유럽에 진출한지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5년 동안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행착오도 겪었고 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배워왔고 이제서야 제대로 된 토대를 갖췄습니다. 현재 유럽법인 관련 인력이 총 30명이고 이중 10명이 현지에 있는데, 내년까지 본사에서 10명이 추가로 현지로 오게 되면서 더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넥슨유럽은 앞으로 소매점(retail)과 협력해 일반 게이머들에게 넥슨 게임들을 더욱 알려나간다는 목표다. 글로벌 통신사와의 제휴 가능성도 남겨뒀다. 자사의 유명 IP 외에도 타사 FPS게임 서비스도 염두고 두고 있다. 나아가 기존 국가별로 서비스 전략을 세웠던 것을 앞으로는 주요 거점도시 중심으로 맞춰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규모를 키우기 위한 M&A에는 부정적이었다. 수업료를 치르더라도 노하우를 배우면서 가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사업은 노하우입니다. 성장이 더디고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고 노하우가 쌓인다면 실패는 좋은 경험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유럽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업체 관계자들에게 하는 말도 이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라. 의지와 용기만 있다면 직접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유럽시장에서 제대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기회라고요.”

[쾰른(독일)=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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