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을 먼저 연 것은 블리자드. 블리자는 지난 13일 ‘디아3’ 국내 테스트를 4월 넷째주에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에 질세라 엔씨는 지난 21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블소소울파티’ 행사를 통해 ‘블소’ 테스트 일정을 4월 25일에 시작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자 블리자드는 23일 ‘블소’ 테스트와 같은 날 ‘디아3’ 테스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엔씨는 2번의 테스트를 통해 게임성을 검증 받은 것이 강점이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신규 직업인 소환사를 공개하고 최고 45레벨까지 콘텐츠를 추가했다. 반면 블리자드는 ‘디아3’ 테스트가 국내 최초자 마지막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도 어떤 게임 테스트에 참가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엔씨와 블리자드는 10년이 넘게 경쟁구도를 만들어왔다. 1998년 엔씨가 ‘리니지’를 출시했고 이듬해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를 내놓았다. 온라인게임과 패키지게임인 ‘리니지’와 ‘디아블로’ 대결은 승부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2004년에는 ‘리니지2’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로 경쟁했다. 블리자드는 ‘와우’를 통해 외산 MMOPRG는 국내서 성공할 수 없다는 불문율을 깨뜨렸고 대박을 쳤다. ‘리니지2’도 어느 정도 흥행했지만 ‘와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블리자드의 완벽한 승리는 2008년 엔씨가 ‘아이온’을 내놓으면서 뒤집혔다. ‘아이온’은 ‘와우’ 독주체제를 깨트리며 명실상부한 국내 1위 MMORPG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경쟁 관계를 통해 두 회사는 ‘엔씨빠’와 ‘블빠’라고 불리는 고정팬들을 확보해 둔 상태다.
승패를 주고 받은 두 회사의 경쟁은 ‘블소’와 ‘디아3’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으로 MMORPG 연속 흥행을 기록 중인 엔씨가 ‘블소’에서도 흥행신화를 이뤄나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와우’ 이용자수가 줄고 처음으로 대규모 인력감축을 한 블리자드로서도 ‘디아3’ 흥행이 절실하다. 블리자드는 ‘디아3’를 완벽한 온라인게임으로 이식시켜 둔 이상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2000년대 초반 재정상황이 악화된 비벤디가 블리자드를 매각하려고 했을 때, 엔씨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가격 협상이 틀어지면서 인수는 물거품이 됐지만 당시 엔씨가 블리자드를 인수했더라면 두 회사의 질긴 인연도 오래 전에 끝날 수 있었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이게 된 두 회사는 좋은 상대를 만나 반갑다는 입장이다. 엔씨측은 “블리자드와의 경쟁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멋진 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블리자드코리아측은 “이번 주는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풍성한 한 주가 될 것”이라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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