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게임벤처 신화시대 끝나나
PART3. 스마트폰, 기회인가 위기인가
PART4. 규제 패러다임 이대로 좋은가(상)
PART5. 규제 패러다임 이대로 좋은가(하)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등 글로벌 대작이 한국 게임시장을 점령했다. 값싼 중국산 MMORPG와 웹게임 때문에 국내 중소 중견 개발사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온라인게임 개발을 포기하는 곳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미·중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때 정부의 규제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고 업계 1,2위를 다퉜던 넥슨과 엔씨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연합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학계와 정부,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게임 업계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데일리게임 이택수 편집국장(이하 이택수 국장)이 사회를 맡았고 이승재 문화부 게임산업진흥과 행정사무관(이하 이승재 사무관), 박상우 게임평론가(TexLAB 대표, 이하 박상우 평론가),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이하 김성곤 사무국장), 박진서 넥슨 대외협력 이사(이하 박진서 이사), 윤문용 국회 전병헌 의원 비서관(이하 윤문용 비서관)이 대담에 참가했다.<편집자주>
◆넥슨-엔씨 연합을 바라보는 2가지 시선
이택수 국장=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합종연횡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국내 게임업계를 이끌었던 벤처 신화에 종언을 구하고 승자독식 구조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고 다른 하나는 세계 시장에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그것입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업체의 연합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그리고 이들의 연합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각계를 대표하는 여러분들의 고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승재 사무관= 두 기업의 연합으로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주목됩니다. 글로벌 게임업체에 비교해 아무래도 사이즈면에서 밀리기 때문에 두 업체의 연합은 분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부분은 다소 아쉽습니다.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마련된 기회비용이 다시 게임산업에 환류돼 투자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겠지만 외부로 유출된다면 게임업계는 큰 손실을 겪게될 겁니다. 물론 게임 콘텐츠로 확보한 기회비용인만큼 다시 이 비용이 게임 콘텐츠에 재투자될 것이란 기대감이 듭니다.
김성곤 사무국장= 항상 연말이 되면 게임업계 10대 뉴스를 발표하지 않습니까?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연합은 단연 톱뉴스일듯 합니다. 지난 E3 2012 기간때 이 소식을 처음 접했는데요. 정말 너무 놀랐습니다. 그때 많은 기자분들께서 제게 문의를 주셨는데 저도 딱히 드릴 말씀이 없었어요. 아마 두분만 아시겠지요.
제 판단에는 업계에 뿌리깊게 내리고 있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업계는 너무 불확실합니다. 아까 게임 시장이 한해 한해 다르다고 말씀드렸는데 한쪽에서는 분화가, 한쪽에서는 융합이 일어나고 있어요. 분화는 플랫폼의 다변화를 뜻합니다. 지금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가 참 많습니다. PC방,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폰TV 등 다양하죠. 요즘 떠오르고 있는 카카오톡도 그렇구요. 그 정도로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용자의 성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큰 변화는 융합입니다. 한때 PC방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게임을 모바일로 할수 있고 태블릿PC에서도 할수 있는 세상입니다. 클라우드 기술의 등장에 따른 변화죠.
◆기업 거대화는 생존경쟁을 위한 선택
이 뿐만이 아닙니다. 외국 업체들이 앞다퉈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직접 한국에 지사를 차려 한글화에 큰 힘을 쏟고 있죠. 전통의 게임 강국이었던 일본도 오고 미국도 옵니다. 한국이 세계 게임 시장의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을 봅시다. 누군가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져야 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습니다. 단지 현재 눈에 보이는 이슈를 처리하는데만 급급한 모양새입니다. 협회도 하루도 안빠지고 회의를 진행하는데 당장 앞에 떨어진 이야기만 주고받습니다. 그런면에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연합은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윤문용 비서관= 전 약간 다른 견해입니다. 게임 시장이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3년전과 비교해봐도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물론 네오위즈게임즈, NHN, 넷마블 등 메이저한 업체들이 등장했죠. 큰 회사와 작은회사 두 부류로 분류되는 느낌입니다. 이러다보니 과거 국내 게임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실험, 모험 정신이 퇴색된 것은 아닌가 우려도 됩니다. 규모화가 이뤄지고 게임 규제가 하나둘 늘어났기 때문인지 너무 안정성에만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연합이 과연 좋게만 바라볼 수 있을까, 안정성에 치우친 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 여론몰이를 위해 대형 업체들이 보다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추진동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문제는 재투자 없는 거대화
박진서 이사= 작년 한해 넥슨의 매출 규모가 1조 2000억원입니다. 엔씨소프트가 6000억원이구요. 정부 기관에서는 두 회사가 이 정도로 컸으니 뭔가 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생각합니다만 세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다릅니다.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넥슨만 놓고보면 세계 6위 수준입니다. 엔씨소프트를 합쳐도 5위 정도죠. 5위면 제법 높은 순위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아요. 1위 업체랑 5위 업체의 매출 차이는 두배 이상 차이납니다. 중국 최대 업체인 텐센트가 6조원 규모고 그리, EA, 액티비전블리자드 등도 넥슨보다 4배 이상 큽니다.
외산 게임에 국내 시장이 왜 잠식당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과 경쟁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와 손잡은 것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선택입니다.
엔씨소프트는 MMORPG를 잘 만드는 회사고 넥슨은 캐주얼게임에 특화된 업체입니다. 두 회사의 결합을 통해 장르면에서 상호보완할 수 있고 이정도의 규모를 갖춰야 겨우 해외 시장에서 싸워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회사의 연합으로 국내 게임업계의 도전 의식이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하셨는데요. 넥슨의 개발 조직에서도 수많은 프로젝트가 내부 허들을 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엔씨소프트도 그렇구요. 두 회사 모두 한국 온라인게임 생태계를 만든 회사다보니 개발 환경도 매우 치열합니다. 두 회사의 연합으로 국내 생태계는 게임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겁니다. 국내 우수 개발사에 대한 투자나 개발 환경이 기존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개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겁니다. 지금 시점에서 딱 뭐라고 정의내릴 수 는 없지만, 최근 몇년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위기감에 대한 대안이 될수 있습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연합, 긍정적 취지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택수 국장=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연합에 대한 정황을 설명해주셨는데, 이 연합이 앞으로 우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합니다.
박상우 평론가= 다른 나라 게임산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면 됩니다. 게임 선진국을 보면 업체들이 연합을 통해 거대화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콘텐츠 업계, 특히 게임업계는 변화가 많고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회사 규모를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다만 거대화되는 업체가 있다면,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콘솔게임 강국인 일본은 산업이 정체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확연해집니다. 미국에 데이빗 존스라고 친한 개발자가 있는데, 이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멋들어진 스포츠카가 있어서 제가 부러워했어요. 이 친구가 레밍스라는 게임을 개발해서 전세계적으로 명망을 얻은 이후 회사를 매각했어요.
◆김택진 대표 향후 행보가 관건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다시 GTA라는 게임을 만들고 대성공을 거둔 후 다시 회사를 매각했죠. 자신의 개발 규모를 거대화하는 한편, 자신의 개발 결과를 계속해서 큰 기업에 매각하면서 자금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다음 게임을 만들어도 부담이 가지 않도록 말이지요. 혁신과 안정성을 상호작용하는 구조가 생태계적으로 게임이라는 불확실성을 지탱해준 비결인 것이죠.
한국은 어떤가요. 회사를 매각한 오너들은 다 게임업계를 떠납니다. 그분들의 개인적인 선택이니 뭐라고 할수 없겠죠. 하지만 게임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결국 혁신의 중단입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서 회사를 매각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나면, 다시 새롭게 게임을 만들어 혁신의 결과를 내놔야 하는데 한국은 그냥 캐시아웃하고 업계를 떠나버립니다.
확보한 자금으로 신규 개발사의 창업을 돕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안되고 있는 겁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연합이 우려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돈 벌어서 다른 산업으로 이전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이지요. 이러면 산업의 거대화만 되고 성장은 안됩니다.
이택수 국장= 게임 산업의 혁신이 중단된다는 것은 결국 게임산업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일단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이후에도 게임 산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힌만큼,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은 아무래도 적지 않겠습니까?
박상우 평론가= 그것만 가지고는 평가하긴 아직 어렵습니다. 김택진 대표의 이후 행보가 중요합니다. 아직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의 용처가 미연하지 않습니까. 김 대표가 이 자금을 일부라도 게임산업에 투자한다면 산업에 좋은 시그널을 줄텐데 자칫 이분이 업계를 떠나버리기라도 한다면 아주 안좋은 시그널을 줄겁니다. 사실 이점이 가장 불안 요소입니다. 지금까지 회사를 매각한 오너들은 전부 업계를 떠나버렸으니까요.
(3)편에서 계속
[데일리게임 취재편집부 desk@dailygame.co.kr]
◆관련 기사
[기획좌담: 길잃은 온라인게임 업계 ①] 외산게임 침투 어떻게 볼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