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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소프트 어쩌다 이 지경까지…명가에서 '듣보잡'으로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이나 영화가 십년을 넘지 못한다는 말),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한빛소프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빛소프트는 2000년대 초반 게임업계를 주름잡던 대표적인 퍼블리싱 명가였지만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 피인수 되고 경영진이 바뀌면서 사세가 기운 대표적인 회사다.

전 한빛소프트 직원 A씨는 “한빛 조직의 DNA는 퍼블리싱에 있었지만 개발사에 인수되면서 방향성을 못 잡았다”며, “퍼블리싱 경험이 없는 경영진으로 인해 개발사 관리에서 문제가 생기고 퍼블리싱을 전담하던 유능한 직원들도 떠나면서 사업이 표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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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업계 막대한 영향력을 펼쳤던 명가, 한빛소프트

한빛소프트는 LG소프트 게임사업부 출신 김영만 전 회장이 1999년에 설립한 회사다. 김 전 회장은 한정원 전 블리자드코리아 지사장과 함께 국민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발굴한 인물. LG소프트가 게임산업을 정리하면서 김 전 회장은 ‘스타크래프트’ 판권을 한빛소프트로 가져왔다.

한빛소프트는 블리자드와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2000년 6월 ‘디아블로2’ 오리저널을 출시했고 이듬해에 ‘디아블로2:파괴의군주’를 선보이며 국내 최고의 게임업체가 됐다. 2002년 ‘워크래프트3’, 국산 패키지게임 ‘하얀마음백구’, 온라인게임 ‘위드’를 퍼블리싱 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04년 엔트리브 ‘팡야’를 퍼블리싱 하면서 ‘카트라이더’와 함께 캐주얼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1999년 설립 당시 직원 17명의 작은 업체로 시작한 한빛소프트는 2001년 매출 827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주가는 4만원이 넘었다.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국내 e스포츠가 생겨났고 김영만 전 회장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e스포츠 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게임산업 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미쳤다.

승승장구 하던 한빛소프트는 2005년 자체 개발작 ‘탄트라’가 서버문제로 흥행에 실패했고, 2007년 야심 차게 준비했던 ‘헬게이트:런던’이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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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매각, 이어진 실패

한빛소프트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김영만 전 회장은 2008년 5월 돌연 자신과 동업자 지분 25%를 약 300억 원에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 넘겼다. 한빛소프트가 ‘오디션’ 개발사에 매각됐다는 소식은 업계에 충격을 남겼다.

특히 한빛소프트 직원들은 요즘 말로 ‘멘붕’에 빠졌다. 몇 사업이 실패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회사는 건재했고 영향력 있는 회사에 근무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비록 ‘오디션’이 국내외에서 흥행하곤 있긴 하나, 단일 게임 하나로 성장한 개발사에 인수됐다는 인정하기 힘든 일이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B씨는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받아들이기도 힘들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티쓰리에 회사를 넘긴 경영진에 대해 화도 났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동요와 먹튀 논란을 막기 위해 김영만 전 회장은 등기이사 및 고문으로 남았다. 지분도 일부 남겨둬 영향력 있는 주주자격을 유지했다. 김 전 회장이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자금압박을 받았다는 설과 경영에 회의를 느꼈다는 설 등 무수한 말들이 있지만,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해서’라는 공식적인 입장 외에 밝혀진 것이 없다.

김기영 대표로 수장이 바뀌고 연이어 게임사업이 실패하면서 직원들은 꾸준히 한빛소프트를 이탈했다. 현재 한빛소프트에는 과거 김영만 회장시절 근무했던 직원을 손에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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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 성공신화가 발목 잡았다”는 지적도…

김기영 대표는 자신이 최대주주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 게임을 한빛소프트를 통해 서비스 했다. ‘워크라이’, ‘카몬히어로즈’, ‘오디션2’, ‘삼국지천’ 등 많은 게임을 선보였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흥행에 실패하면 옷을 벗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자신이 개발을 진두 지휘한 ‘삼국지천’마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급변하는 게임시장에서 흥행 여부를 담보할 수 없지만,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게임들은 당시 시장에 나온 게임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자회사를 통해 무리한 게임 서비스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요직은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인사들이 차지하면서 불만도 나왔다. C씨는 “김기영 사장은 원래 한빛소프트 직원이었던 사람들의 말을 잘 믿어주지 않았다”며, “실패할 게 뻔한데 무조건 밀어붙이니 회의를 느낀 직원들이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의 ‘오디션’ 성공신화가 오히려 장애물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D씨는 “오디션도 원래 처음엔 그저그런 게임이었는데 퍼블리셔가 바뀌고 해외에서 터지면서 대박 났다”며, “김기영 대표는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보다는 감각을 믿는다”고 말했다.

연이은 사업실패에 경영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2008년 8260원이었던 주가는 5년 새 1440원으로 6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빛소프트의 굴곡을 지켜본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2000년 초만 하더라도 한빛은 엔씨와 함께 게임업계를 이끄는 기업이었다”며, “회사마다 미래를 결정하는 변곡점이 있는데, 한빛 경영진의 판단미스가 이러한 결과를 낳은 거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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