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과 한게임의 만남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NHN은 1999년 6월 검색 포털 '네이버'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이듬해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마케팅 솔루션 업체 원큐, 검색솔루션 업체 서치솔루션을 인수합병했다. 합병 당시 자본금은 22억원, 직원 수도 100여명 안팎에 불과했다.
네이버와 한게임의 통합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합병 1년 만에 한게임은 네이버 빌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부분 유료화 모델 '한게임 프리미엄 서비스'를 오픈하고, 일주일 만에 매출 3억을 돌파했다. 네이버 역시 한게임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으로 다양한 부가 콘텐츠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 했다. 2003년 4월에는 검색 서비스 방문자 수 부문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후 NHN은 한게임과 네이버 서비스를 바탕으로 국내 포털 시장을 장악하는 동시에, 규모를 더욱 확대시켰다. NHN은 2004년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서며 국내 최고의 벤처 기업으로 인정 받게 됐고, 미국과 일본 등지에 별도 법인을 신설하며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하게 됐다.
하지만 NHN과 한게임의 동반성장은 한계가 따랐다. 핵심 경쟁력이 다른 포털과 게임 특성상 성장에 무리가 따른 것도 사실. 특히 보수적인 포털 사업과 자유개혁적인 게임 사업은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해진 NHN 의장
이번 한게임 분사 역시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점쳐진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도 한게임 분사 결정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인준 NH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일 열린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장기적으로 네이버와 한게임이 같이 해서는 더 이상 시너지를 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게임 창업 멤버인 김범수, 남궁훈 등이 퇴사하면서 게임을 이해하는 임원이 없는 것도 주요했다는 것.
한게임과 네이버는 회사 초기부터 성장기까지 시너지를 내왔다. 하지만 네이버가 검색 포털로서 업계 1위가 되고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게임사업을 펼치기 어려워졌다는 게 이유다.
각종 규제에 얼룩진 고포류와의 악연도 이번 분사를 통해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황 CFO는 “게임을 흥행시키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감각, 과감한 리스크테이킹, 발빠른 대응 등이 필요한 동시에 한편으로는 과몰입이나 사행성 등 사회비판에 노출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덩치가 커진 NHN이 빠르게 변하는 게임사업 트렌드를 쫓아갈 수 없고, 게임의 부정적 여론이 네이버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NHN은 이번 분사 과정에서 일본 법인도 네이버와 분리해 과거로 회귀한다. 일본에서는 게임부분을 신설법인으로 분할하고 나머지 부분을 라인 중심으로 재편한다. 존속법인인 네이버와 라인을 바탕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별도 분리하는 점 또한 핵심 경쟁력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NHN은 지난 2009년 ’NHN비즈니스플랫폼(NBP)' 분사를 통해 광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영업력을 강화한 바 있다.
향후 분리된 한게임은 별도 상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관계사인 웹젠을 통해 우회 상장을 시도할 수도 있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는 “3월 중 이사회에서 최종안을 정하고 상반기 내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9월까지 재상장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한게임 재상장 소식이 컨콜을 통해 나오면서 현실화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더욱이 웹젠의 최대주주는 NHN이다. 2대 주주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도 NHN게임스 대표 출신으로 사이가 각별하다. 공통된 게임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도 합병에 따른 우회 상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관련 기사
NHN 모바일 특화조직 분리 강화…카톡이랑 한판 붙나
NHN 이해진-카카오톡 김범수 의장 '동지에서 경쟁자로'
NHN 모바일 사업 수장 윤곽 …한게임은 이은상 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