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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13] 엔씨 배재현 부사장 '포기는 이르다'…김치게임 위기인가

[NDC13] 엔씨 배재현 부사장 '포기는 이르다'…김치게임 위기인가
"한국 게임산업,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13(이하 NDC13) 기조 연설에 나선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씁쓸했다. 한치 앞 미래도 낙관하기 힘들만큼 국내 게임산업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말도 나왔다.

"현업 종사자,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대해 가볍게 언급하려 한다"고 운을 뗐던 배재현 부사장의 마이크는 갈수록 떨렸다. 목소리도 침울해졌다. 인터넷에서 퍼온 소위 '짤방'을 보여주며 청중에게 웃음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장내를 채운 분위기는 분명 암운이었다.

의외였다.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MMORPG 4종을 만들었던 배재현 부사장이다. 희망과 더없이 밝은 미래를 논할 줄 알았던 그의 입에서는 시종일관 부정적인 전망만이 이어졌다.

현재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다름아닌 패배주의다. 공들여 출시한 신작이 빈번히 실패하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2009년 당시 모두가 주목했던 국산 온라인게임 중 현재 시장에 생존해 있는 게임은 아무것도 없다. 설령 성과를 내더라도 1년, 아니 6개월이라도 이를 이어간 게임이 없다.

그 사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외국 게임에게 안방을 내줬다.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배재현 부사장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 개발자들에게 주는 압박이 얼마나 큰지 현업 종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라고 되내이기도 했다.

한때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중국 게임 시장도 이제는 녹록치 않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5억 명. 게임 이용자는 1억 명에 이를 정도다. 여전히 최대 규모의 게임 시장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에 힘입어 2000년대 눈부신 성장을 거둔 텐센트는 이제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대형 게임 업체로 거듭났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은 아직까지 중국에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에만 국한된다. 만약 두 게임의 수명이 다해 사라진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배재현 부사장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치게임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중국에서 한국 게임을 비꼬는 말입니다. 콘텐츠 없이 노가다만 시켜 숙성시킨다고 생긴 말이죠. 한국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국에서 통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다양하고 깊이있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할 때입니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개발력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엄두도 내지 못할 엄청난 머릿수로 밀어붙이고 있다. 배재현 부사장은 위기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MMO게임 하나 만든다고 하면 400에서 500명이 기본적으로 투입됩니다. 한국에서는 많아야 150명선인데 말이죠. FPS게임 개발에 300명이 참여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우리는 앞서 축적한 개발 노하우와 경험으로 겨우 중국과 거리를 벌리는데 급급한 상황이에요"

'블레이드앤소울' 개발 총괄을 맡은 배재현 부사장은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스타'다. 그가 방중할 때마다 한국과 중국의 게임 기술력의 격차를 묻는 질문은 늘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배재현 부사장은 "아직까지 양국의 개발력이 큰 차이가 있지만 립서비스 차원에서 별로 차이없다고 말하곤 한다"면서 "하지만 이 격차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NDC13] 엔씨 배재현 부사장 '포기는 이르다'…김치게임 위기인가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모바일게임에 대해서도 배재현 부사장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우리보다 2년 앞서 스마트폰이 도입된 홍콩이 사례로 제시됐다. 현재 1년 넘게 홍콩 시장을 점령한 모바일게임은 핀란드 개발사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 이 게임을 잡기 위해 지금도 홍콩에서는 하루에도 100개가 넘는 게임이 쏟아진다.

하지만 순위권에 진입한 게임을 끌어내리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다보니 노출 빈도가 줄어들고 그러다 공멸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최근 모바일게임 업계의 고충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겁니다. 개발비가 아니라 광고비가 너무 듭니다. 어찌어찌 순위를 올려도 유지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홍콩에서도 모바일게임은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입니다. 국내를 포함해 다른 떠오르는 모바일게임 시장도 곧 같은 현상을 겪게 될 겁니다"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배재현 부사장은 업계 환경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인센티브에 인색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재충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패키지게임의 경우 6개월간 밤새워서 만들고 출시되면 4주에서 6주식 푹 쉬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이야기가 다르죠. 출시 전까지 혹사당하던 개발자들은 오픈 직후 다시 게임 서비스 대응에 시달리게 됩니다. 게임 개발에 3년이 걸리고 6년 동안 서비스했다고 가정하면 그 업체 개발자는 9년이나 고생하는 셈이지요. 사람이 소모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노력하고 포기하지 맙시다"

쉴새없이 이어진 배재현 부사장의 위기론의 끝을 장식한 키워드는 다름아닌 '생존'이었다. 모든 사물이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면, 제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결과적으로 제자리에 머무른 셈이 된다. 진화론에서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 생물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발전이 아닌 생존이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업계 전체가 정말 열심히 뛰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르의 기본과 이해, 근성 스탯을 높여 우리 모두 노력하고 포기하지 맙시다"

"과거와 달리 플랫폼들이 파편화되고 있습니다. PC, 콘솔, 모바일까지. 또 모바일은 OS별로 세분화됐죠. 이 모두가 고루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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