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리와 소속사 락키미디어웍스는 지난 12일 팜플을 상대로 9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했다. 소장에는 락키미디어웍스가 6000만원, 서유리(본명 서영은)이 3000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반면 팜플은 '서유리측이 무상촬영을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 소장을 토대로 이번 소송의 핵심쟁점 및 문제점을 짚어봤다.
◆ 소송, 왜 벌어졌나
팜플과 서유리가 '데빌메이크' 소송계약을 체결한 것은 2013년 1월 18일. 팜플은 성우이자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의 대표 아이콘이었던 서유리를 내세워 800만원 규모의 '콘텐츠 제공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 내용에는 서유리가 녹음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기자간담회 참석, 현장 코스프레 등이 포함됐다.
여기까지는 양측이 만족스럽게 계약서대로 진행됐다. 팜플측은 2차례에 걸쳐 계약금을 선입금, 완납했고 서유리측도 계약서대로 이행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양측은 본격적인 화보촬영과 티저 영상제작에 대한 논의를 구두로 시작했고 1차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팜플측이 해당 촬영비용을 서유리측에 지불하지 않았고, 허락 없이 서유리의 사진을 배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서유리측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 구두 계약인가? 인지도를 위한 무상 촬영인가?
소송의 핵심은 화보촬영이 무상인가 유상인가 하는 것이다. 서유리측은 구두로 계약을 한 상태였고 화보촬영비용 2400만원, 티저 영상 촬영비용 1000만원 등 총 3400만원을 모델료로 책정했고 이를 팜플측도 승낙했다는 주장이다.
이상민 락키미디어웍스 본부장은 "당시 팜플측은 '데메'를 띄우기 위한 마케팅 포인트를 찾고 있었고, 서유리가 출연 중인 SNL에 간접광고 및 화보, 티저 촬영을 제안했다"며, "우리는 화보촬영 모델료로 총 3400만원을 요구했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팜플측은 서유리측이 먼저 화보촬영을 무상으로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시 서유리씨가 연예계 쪽에서는 인지도가 낮고 신인이다 보니 화보 이미지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화보와 티저 영상 촬영은 서유리씨 측에서 무상으로 하자고 우리측에 먼저 제안했다"며, "우리는 콘텐츠 제공 계약서 외에 나머지 계약 자체를 맺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두로 모든 것이 진행된 상황이다 보니, 화보촬영에 따른 계약서는 당연 없다. 팜플은 화보촬영에 필요한 비용(스튜디오 대여비, 스타일리스트 및 헤어 디자이너, 촬영기사 등)으로 1000만원을 결제한 것이 전부다. 팜플은 이 비용지불을 이유로 서유리의 화보사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서유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본부장은 "어떤 매니저먼트사가 소속 연예인을 공짜로 화보를 찍게 하느냐"며, "원래 홍보모델비와 촬영비용은 별개고, 홍보모델을 고용한 곳에서 촬영비용을 내는 것이 당연한데, 팜플은 이 비용으로 홍보모델료를 '퉁'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가 없는 것과 관련해 서유리측은 "팜플이 '콘텐츠 제공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고, 화보촬영 일정을 급히 잡다 보니 일단 구두로 계약을 맺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며, "관계사가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라는 점도 믿음을 주는데 한 몫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소송 건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팜플이 밝힌 '인지도가 낮은 신인이라서 화보 이미지 촬영을 무료로 했다'는 발언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서유리는 '던파걸'과 '롤'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자, 화보 촬영이 있기 전인 2012년 9월부터 유명 케이블 방송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고정 출연하면서 꽤 인지도를 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 실무자의 실수인가? 성과 부족인가?
흥미로운 점은 해당 홍보모델 계약을 진행한 팜플측 실무자들이 현재 회사를 떠난 상태라는 점이다. 사업실장 및 마케팅 팀장이 퇴사하면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힘들 게 연락이 닿은 당시 관계자는 "양측 입장이 지금 조금씩 달라져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무상이든 유상이든 떠나, 당초 계획과 달리 촬영은 1회에서 중단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측은 의상 8벌을 하루에 2벌씩, 총 4회에 걸쳐 촬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양측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1회로 촬영이 끝났다. 팜플측은 "(촬영)비용이 너무 비쌌고 원했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촬영비용을 1일 1000만원씩으로 계산한다면 총 4000만원의 비용이 소모되는데, 이를 다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해당 비용은 당초 서유리측이 팜플에 요구한 홍보모델비 3400만원과 유사한 수준. 이 때문에 '홍보 모델비와 촬영비를 혼돈한 실무자의 실수'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회사가 어떤 사업을 진행할 때는 예산을 책정하기 마련이다. 팜플 역시 서유리 홍보모델 채용에 따른 사업예산을 잡았을 것이고, 그 범위 내에서 사업을 진행했을 수 있다. 예산이 부족했다면 보고를 이유로 실무자가 사업을 진행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팜플측 주장대로 모든 촬영비용을 회사가 다 지불할 계획이 있었더라도, 사진 퀄리티가 낮았으면 촬영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팜플은 당시 찍었던 사진 2장을 '데메' 일본버전 광고 이미지로 사용하면서 대대적으로 마케팅 했다. 그 중 한 장은 가슴 노출이 심해 CG 보정작업을 거쳐, 서유리측의 확인을 받고 사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공소장에는 서유리가 '해당 사진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표현된 문제의 사진이기도 하다.
화보촬영 모델료 문제를 떠나, 사진을 그만 찍자고 말한 것은 팜플측이 분명하다. 그 이유가 어찌됐든 간에 누가 먼저고 무료든 유료든 간에 구두로 사진을 찍자고 했고, 화보를 찍었으며 이를 파기한 것은 팜플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한 달여 뒤, 팜플은 홍보모델을 포미닛으로 교체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다른 서유리를 홍보모델로 발탁한 다른 사업부에서 진행했고 일러스트 등 비용으로 1억 원대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리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담당이 책임을 지고 퇴사했다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 서유리측 '기자회견도 불사', 팜플 '일단 소장 받아보고'
서유리측은 이번 일을 '갑의 횡포'로 규정하며 당사자가 참여하는 기자회견도 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상민 본부장은 "자신들 원하는 대로 사진 다 찍어놓고, 유명하지 않으니 비용을 줄 수 없다는 것은 갑의 횡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모든 채널을 통해 팜플의 횡포를 알리고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억울함을 토로하겠다"고 말했다.
팜플은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소장이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보고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팜플 관계자는 "우리가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은, 구두 상으로도 돈을 주는 화보촬영 계약을 맺은 바 없으며, 팜플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촬영에 따른 실비를 지불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이 합의가 아닌 법정다툼으로 가게 된다면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서유리측은 팜플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증거자료로 제시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법무법인 고우 성영주 변호사는 "유상이냐 무상이냐라는 부분도 가장 핵심 쟁점이지만 이를 입증하기 힘들 경우에는 누구의 귀책사유로 촬영계약이 해지됐는지를 사법부가 판단하게 된다"며,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