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떨이 없으면 종이컵 달라
흡연방 이용, 미성년자 확인 어려워
흡연 단속할 권리없어

새해부터 시작된 PC방 전면금연 정책에 업주들이 신음하고 있다. 단속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적발되는 업소에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속이 강화되자 손님들과의 마찰이 생겨나는 것은 물론, 과태료 지불에 따른 부담이 늘고 있어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연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PC방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금연구역 표시를 하지 않은 업소에 대해서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연시설임을 표시하지 않고 영업하다 1차 적발 시 170만 원, 2차로 다시 적발되면 340만 원, 3차 때에는 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손님 역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금연화로 PC방 업계는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손님의 상당수가 흡연자인 PC방 업주들은 전면금연 이후 매출 하락으로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흡연자들과 마찰이 생기면서 단골고객들까지 발길이 뚝 끊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서울 서초동 소재 한 PC방 업주는 "여전히 일부 손님들이 담배를 몰래 피우겠다며 재떨이나 종이컵을 요구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PC방 내에서 흡연을 금하고 있지만, 손님들의 흡연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흡연 적발시 과태료 등을 부과한다고 해도 막무가내인 손님들이 많다. 그럴 땐 그냥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다. 말 한마디 잘 못해서 손님 떨어져 나가면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소연 했다.

서울 관악구 소재 PC방 업주 역시 전면금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업주는 흡연방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PC방 내에서 흡연을 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털어놨다. PC방 사장 이모(34)씨는 "흡연실을 설치해봤자 (사장이)안 볼 때는 몰래 좌석에 앉아 흡연을 하기 마련"이라며 "손님들에게 수차례 권고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흡연도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이모 씨는 "흡연실을 이용하는 청소년들도 더러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을 단속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하다. PC방 사장이 경찰도 아니고, 담배 핀다고 해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흡연자들을 묵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산 소재 한 PC방 업주는 "흡연 단속권도 없는 PC방 사장들이 PC방에서의 흡연을 단속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한 일"이라며 "단속은 보건소나 구청에서 하는 것이고 사장들은 매장내 금연이라하고, 스티커와 그외 흡연시 벌금부과라고 적어놓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벌금을 물어도 손님이 내는 것이지, 사장님은 금연문구가 여기저기 있다면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연 PC방 좋다. 하지만 손님들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대만 PC방 70%가 괜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고 비꼬아 말했다. 일일이 흡연자들과 대치하느니 수수방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대안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흡연자들이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PC방이 앉고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PC방 업주들은 "업주가 아닌 손님들이 과태료를 물게된다 해도 피해는 있기 마련"이라며 "손님들이나 업주들 모두가 피해를 입지 않는 범위의 효율적인 금연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