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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간장게장으로 수억 골드를…'마영전' 희대의 사기 사건

수 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여섯 번째 시간에 다룰 사건은 '마비노기영웅전'에서 벌어진 사기 사건 '간장게장 사기 사건'입니다. 사기 수법과 액수 그리고 이용자를 조롱하는 듯한 3차에 걸친 대반전 사기극을 펼친 사기꾼이기에 '마비노기영웅전' 이용자들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사기꾼하면 그를 떠올리고 있는데요. 해당 사건은 본 기자도 실시간으로 겪었기에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간장게장, 골드로 팝니다!

2011년 7월 4일 '마영전' 공식 홈페이지 XE서버 거래게시판에 '간장게장' 갓김치 등의 반찬을 골드로 판다는 황당한 글이 올라옵니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부모님이 농협에 반찬을 납품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만드셔서 처치곤란이라 버리긴 아까워서 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양한 품목의 반찬을 판매 중인 게시글.
다양한 품목의 반찬을 판매 중인 게시글.

음식을 게임 돈으로 판다는 다소 어이없는 발상에 당시 커뮤니티 이곳 저곳에 알려지고 개그 사이트에도 실리곤 했습니다. 당시 골드시세와 반찬 시세를 생각해보면 정가의 75% 정도의 가격이라 과도하게 싸지 않은 가격인데다 너무 싸서 의심을 사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이었죠.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갈 줄 알았지만 의외로 많은 인원이 반찬을 사겠다며 골드를 선입금 했습니다. 기자 본인도 반쯤은 재미로 주문을 했죠. 그러나 곧이어 판매자가 글을 지우고 수 억의 골드를 들고 잠적해버렸습니다. 당연히 이용자들은 분노하여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뭉쳤죠.

하지만 개개인의 피해액이 적은데다 소액 재판을 담당하는 변호사도 적었던 때라 정말 고소하려고 했던 이용자들도 점차 포기하게 됐습니다.

분노를 풀 곳을 잃은 이용자들은 서버 게시판에 이 사기꾼을 파티에서 받아주지 말고 거래도 하지 말라는 글을 수차례 작성하는 등 피해 확산 방지에 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당시 '마영전'은 커뮤니티성이 현저히 부족하고, 서버 게시판 상주 인원들이 게임 이용자에 비해 매우 소수였기에 이런 소식들이 알려지기 힘들었습니다.

분노한 피해자들의 게시물이 게시판을 폭파시키기도 했다.
분노한 피해자들의 게시물이 게시판을 폭파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마영전' 자체가 인스턴트 던전을 생성해 6~8인의 인원이 따로 플레이하는 다소 폐쇄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해당 사기꾼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태연히 게임을 플레이 했습니다. 사기친 돈으로 아이템까지 샀다고 자랑하면서 말이죠.

이 사기꾼은 오만방자한 입놀림으로도 유명했는데 한 이용자와 나눈 대화내용이 알려지며 더욱 큰 분노를 샀습니다. 대화 속에서 그는 본인이 의적이라며 그 돈으로 불우한 이용자를 도왔다고 주장합니다. 불우한 이용자는 바로 본인이라면서요.

게다가 사기는 당하는 게 바보라며 시스템 상에서 가능한 룰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라고 정당화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든 개발진과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소홀한 피해자 측이 더 큰 잘못이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습니다. 법은 최소환의 도덕일 뿐이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물어보고 싶은 사기꾼이었습니다.

◆그 사기꾼 내가 잡아주지! 그런데 공짜로는 좀…

[게.이.머] 간장게장으로 수억 골드를…'마영전' 희대의 사기 사건

사기로 피해를 입은데다 전혀 죄책감 없이 정당화까지 하는 사기꾼이 아무런 껄끄러움 없이 활보하고 다니는 것에 분노만 삼키던 이용자들 앞에 자칭 신상털이 전문가라는 이용자가 나타납니다.

이 이용자는 반찬사기를 친 그 사기꾼의 신상명세를 알아봐주겠다라고 제안을 하며 사례금을 요구했습니다. 신상명세를 공개하면 여태껏 사기로 얻은 금액을 모두 가져다 바치며 울테지만 네가 자체한 일이니 원망말라는 말까지 함께요.

[게.이.머] 간장게장으로 수억 골드를…'마영전' 희대의 사기 사건

이어 서버게시판에 사기꾼 당사자가 등장해 둘은 장기간 설전을 벌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기꾼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하는 등 몇 시간만에 사기꾼의 정보를 보여줍니다. 이를 지켜보던 XE서버 이용자들과 피해자들은 이 자칭 신상털이 전문가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고 그를 믿고 적지 않은 골드를 보내주게 됩니다. 사기도 사기지만 사기꾼의 그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노한 이용자가 그렇게나 많았다는 반증이겠지요.

많은 이용자의 지지와 골드를 받은 자칭 신상털이 전문자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게시판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그가 들고온 것은 바로 이용자의 뒤통수를 칠 커다란 충격이었죠.

자칭 신상털이 전문가라는 유저는 다름아닌 반찬 사기꾼 그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기 피해자들은 이 사기꾼에게 또 다시 당해 피해액이 수십억 골드에 달하게 됐습니다.

◆너 고소!는 페이크?

[게.이.머] 간장게장으로 수억 골드를…'마영전' 희대의 사기 사건

'마영전' XE서버 게시판에는 이 사기꾼과 매우 사이가 안좋으면서도 인지도가 높은 이용자가 있었습니다. 둘은 게시판에 등장하기만 하면 서로 공격적인 말을 주고 받았지요 그러던 2011년 7월 하순 결국 이 사기꾼과 해당 이용자가 게시판에서 크게 싸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기꾼이 이 인지도가 높은 이용자의 신상명세를 알아냈다고 하더니 이 이용자가 다니는 대학 게시판에 해당 이용자가 서버게시판에서 쓴 몇몇 글을 업로드했다고 밝힌 것이었습니다.

[게.이.머] 간장게장으로 수억 골드를…'마영전' 희대의 사기 사건

이에 분개한 해당 이용자는 명예훼손과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잠시후 그 이용자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고 XE서버 게시판은 정의는 실현된다면서 축제와 환호 분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태연한 척 하던 사기꾼도 경찰서에서 결려온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올리며 꼬리를 내리고 선처를 부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용자는 사기꾼에게 경찰서를 다녀온 후기와 반성문을 쓰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사기꾼은 고분고분하게 반성문을 올리게 됩니다.

반성문 내용도 충실했고 여태까지의 행적을 모두 고하며 사람의 믿음을 가지고 배신하고 이용한건 정말 못된 짓이고 아무리 게임상이라도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짓일 것이라며 정말 사죄 드린다는 말에 이용자들은 이제 이 사기행각들도 끝이 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기꾼은 반성문 말미에, 글이 너무 길어져서 경찰서 후기글을 다른곳에 올려 링크로 대체한다는 말과 함께 링크를 남기게 되는데 이 내용이 실로 압권이었습니다.

[게.이.머] 간장게장으로 수억 골드를…'마영전' 희대의 사기 사건

진실은 또 한번의 사기였습니다. 사실 이 사기꾼과 고소했다고 한 이용자가 미리 짜고 계획을 세워 펼친 사기극이었던 것입니다. 사기꾼이 올린 반성문이 너무도 그럴듯해서 충격은 몇 배로 다가왔습니다.

당연히 XE서버 게시판은 폭발할 듯 난리가 났고 이용자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다 못해 우주를 돌파할 기세였지만 운영진의 개입은 없었고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XE서버 게시판 이용자와 피해자들은 한 사기꾼에게 무려 3번이나 사기를 당한 셈이 됐습니다.

◆간장게장 사기꾼의 최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사기꾼은 작년까지도 게임을 계속했습니다. 사기꾼은 XE서버가 사라지도 프리미어 서버로 통합됐기에 아이디를 변경한 후 사기 행위를 지속했습니다.

그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끊이질 않았지요. 물론 이용자들은 감시의 눈을 감지 않고 그가 바꾼 아이디들을 주시했지만 게임 자체가 폐쇄적인 게임성을 가진지라 모든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게.이.머] 간장게장으로 수억 골드를…'마영전' 희대의 사기 사건

그러다 2014년 10월경 게임 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자 제재 명단에 변경한 사기꾼의 아이디가 실렸습니다. 몇 년간 그를 주시해온 이용자들은 단번에 그를 알아봤고 캐릭터 페이지를 통해 캐릭터가 삭제 됐음까지 확인했습니다.

벌여온 엄청난 사기행각에 비해 다소 허무한 최후였지만 이용자들은 늦게나마 죄값을 치렀다며 서로를 다독였습니다. 이것이 희대의 사기꾼의 초라한 최후였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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