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메탈리퍼 20화

Chapter 8. 닉스 연방 회의
Chapter 8. 닉스 연방 회의
[데일리게임]

아이딘은 서서히 목을 돌리며 녀석들의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때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네가 아이딘이냐?’

이 느낌은 이전 이자벨과 텔레파시가 통했을 때와 동일한 느낌이다. 아이딘이 곧바로 반응한다.

‘어라. 넌 누구냐?’

‘난 마에다 다케시. 여기 야쿠자의 보스다.’

‘너도 텔레파시를 하는구나?’

‘그래.’

‘그런데 나를 어떻게 알고 있지?’

‘노만 마을에서 너의 활약은 익히 들었다.’

‘활약이랄 것까지야.’

이런 느낌이 전송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아, 너는 어디 소속이었냐?”

다시 텔레파시가 온다.

‘소속?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는데?’

‘그래. 굳이 숨길 필요는 없을 텐데?’

‘숨기는 게 아니고 정말 모르겠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 정말 모르는 거냐?’

마에다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아이딘을 훑어본다. 뭔가를 빠르게 관찰하는 느낌이다.

‘그럴 수도 있겠군…… 너의 능력에 대해 아직 모르는 거냐?’

‘나는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럼 너의 부모 중에 한 명이 에스퍼였을 것이다.’

‘에스퍼? 그게 뭐야?’

아이딘이 반문한다.

‘우주시대를 맞이한 인체 강화 계획 중 하나였다.’

‘인체 강화……?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마에다와 아이딘이 서로를 마주한 채로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주변의 조직원들이 영문을 모른 채 술렁이기 시작한다. 두 덩치 역시 영문도 모른 채 아이딘의 뒤에서 주변 상황을 살필 뿐이다.

조직원들의 웅성임이 커지자 마에다가 반응한다. 마에다가 신호를 보내자 조직원들이 쓰러진 동료들을 챙겨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마에다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듣던 대로 실력이 대단하군. 여기서 계속 얘기하기보다는 안으로 들어가지?”

아이딘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어차피 우호적이지 않았다면 애당초 문 안에 들여놓지도 않았을 것 같다.

“얘들은 이제 보내도 되겠지?”

마에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순식간에 조직원들이 두세 걸음 물러나 길이 열렸다.

“자, 어서 가.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아이딘.”

호퍼가 울상이 되어 아이딘의 이름을 불러 본다.

“걱정하지 말고 어서가. 나도 곧 따라갈게.”

아이딘이 잭슨에게 빨리 가라는 눈짓을 준다. 잭슨은 머뭇거리는 호퍼를 데리고 조직원들이 열어 준 길을 벗어나 정문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딘은 야쿠자의 보스 마에다와 함께 안으로 이동한다.

* * *

대재앙 이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연합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 연맹의 우주개발 경쟁은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이어졌던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들의 냉전시대의 갈등과 경쟁상황과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우주 선점을 위한 그들의 경쟁은 상상이상으로 치열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로의 방향성이 크게 달랐기 때문에 냉전시대와 같은 극악의 대결을 피할 수 있었다고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아시아 연합은 우주스테이션을 활용한 거주지 마련이 중심이었고 대서양 연맹은 달기지 구축을 통한 새로운 거주지 마련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세력은 공간을 활용하는 차이점과 함께 그에 접근하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연구도 시도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인체 강화 계획이었다.

자연재해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지구를 벗어난 지구인에게 우주는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중력의 변화와 여러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s) 등 지구인으로서 우주에 적응하고 살아가기에는 분명한 한계와 약점을 보였다.

그 결과 두 세력은 각자 인간의 몸을 강화시켜 도래하는 우주 거주지 시대에 대비하고자 했고 그 산물이 바로 인체 강화 계획이다. 이 계획 또한 두 세력 간의 전혀 다른 거주지 구축 계획-문베이스와 우주스테이션-과 같이 두 세력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아시아 연합은 인간 자체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형태의 인체 강화였으며 대서양 연맹은 과학 기술을 이용해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생물학적, 기계적 결합을 통한 인체 강화로 나뉘게 되었다.

목적은 같지만 과정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연구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대재앙 이전까지 착실히 진행되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에다가 언급한 에스퍼라는 것은 바로 아시아 연합의 인체 강화 계획의 산물인 것이다.

“그래? 그래서 내가 에스퍼인가? 좀 더 얘기해 줘.”

마에다의 장황한 설명과 자신의 알 수 없는 능력이 교집합을 보이자 어쩌면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이딘의 마음이 급해졌다.

“좋아. 그래서 에스퍼들은…….”

마에다는 아이딘에게 설명을 계속했다.

에스퍼에 대한 연구는 중국의 ‘기’(氣)라는 개념과 연계되었고 당시 아시아 연합의 암묵적인 맹주였던 중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에스퍼들은 크게 두 가지 특성으로 나뉘었는데 정신적인 능력의 강화와 육체적인 능력의 강화 두 가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 두 개의 능력은 천개(天開)와 지벽(地闢)이라는 두 개의 부대-초기 우주 개척 업무는 연합 우주군 소속으로 부대 명칭이 붙은 듯-로 나뉘어져 있는데 육체적인 능력 향상을 꾀했던 지벽부대는 연구가 상당히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정신적 능력을 강화했던 천개부대에 대한 성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진공 상태에서의 정신감응(텔레파시)을 통한 대화 그리고 독심술, 예지력, 염력 등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역시 대재앙 이후 혼란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대부분의 에스퍼들은 죽거나 사라져 갔고 에스퍼의 존재도, 그들의 능력도 추정과 추측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그래, 그럼 너도 에스퍼인 거냐?”

“그래…… 안타깝게도 나도 에스퍼다.”

“안타깝다니?”

“…….”

아이딘의 반문에 대답이 없다.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왜 내 부모님이 에스퍼라는 거지?”

“천개와 지벽 소속이 아닌 에스퍼들도 일부 존재했었지.”

“그래서?”

“에스퍼의 능력은 선천적인 유전특성을 갖고 있어 부모가 에스퍼라면 그의 자식들도 에스퍼일 가능성이 높았어. 너도 그중에 한 명이 아닐까 싶다.”

아이딘은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에스퍼, 그리고 에스퍼인 부모에 대한 유전, 자신의 능력 이 모든 것들이 아이딘의 생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과거가 더욱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좋아, 꼬마 친구……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이제 자네 이야기를 한번 해 보지?”

아이딘은 자신의 기억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자신이 최근에 겪었던 일들과 상황을 자세히 여과 없이 이야기했다.

노만 마을에 오게 된 과정, 헥터와의 싸움, 괴물 그리고 루드 의원의 화재 사건까지 기억이 나는 모든 것들을 마에다에게 털어놓았다. 마에다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건성건성 짧지 않은 아이딘의 얘기를 모두 끈기 있게 들어 주었다.

“그래, 기억상실이라고? 그리고 너의 여러 능력들은 내 예상 밖의 것들인데…… 그런데 정말 과거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건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아무것도…….”

“좋아. 검은 십자가건 뭐건 간에 나도 좀 더 알아보도록 하지. 그리고 꼬마야. 너의 그 능력들은 아껴 쓰는 게 좋을 거야.”

아이딘은 계속된 꼬마라는 호칭에 속으로 발끈했으나 악의는 없는 듯한 그의 얼굴에 애써 태연한 척했다.

“무슨 소리야?”

“차차 알게 될 거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마에다가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선다.

“잠깐 마에다. 아직 내 얘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호퍼와 린은 어떻게 할 거야?”

“좋아. 호퍼 건은 더 이상 신경 안 쓰게 해 주지.”

“그럼 린은?”

“린. 수지를 말하는 것인가?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마도 린의 본명이 수지인 듯싶었다.

“호퍼가 린을 보고 싶다고 또 난리칠 텐데.”

“그래서?”

“그래서라니. 돈을 줬으면 린을 풀어 줘야지.”

“뭘 풀어 줘? 애당초 수지를 우리는 잡아 둔 적도 없었어.”

아이딘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대충 상황 파악이 되었다.

“그럼 돈이라도 돌려줘야지!”

“이미 돈은 수지가 다 가져갔는걸. 우린 수지가 빌린 돈을 단지 대신 받아 줬을 뿐이야.”

“그래도…….”

아이딘도 뭐라고 말하기 곤란했다. 호퍼가 수지라는 여자한테 완전히 놀아난 것이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어리석긴…… 수지 같은 여자가 근 6개월간 호퍼와 놀아 줬는데 그 정도의 위로금 정도는 주는 게 피차 예의가 아닐까?”

아이딘은 더 이상 따지고 들기 힘들었다. 혹시나 했지만 자신이 예측했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근데 마에다 너는 그렇게 착한 사람들 괴롭히는 게 좋아?”

“착한 사람들? 누굴 말하는 거지?”

“호퍼 말이야.”

아이딘은 린이라는 이름까지 포함시키려다 호퍼의 이름만 자신도 모르게 자신 없는 목소리로 언급했다.

“착한 사람? 내가 알기로는 호퍼는 노만 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개차반인데 말이야.”

아이딘은 또 한 번 반론하기 힘들었다. 사실 호퍼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마에다의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꼬마 친구. 우리는 대재앙 이후 존경 받는 집단 중에 하나라는 걸 잊지 말게. 그리고 호퍼는 더 이상 말썽피우지 않게 잘 관리하게. 아, 그리고 헥터는 잘 처리해 주어 우리가 일손을 좀 덜었네. 그 점은 고맙게 생각하네. 우리 일손을 좀 덜었으니.”

아이딘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대재앙 이후 이들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두 덩치들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에다의 말처럼 야쿠자는 예전의 그들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밤도 늦었으니 나머지 얘기는 다음에 또 하도록 하지.”

마에다가 문밖을 가리킨다. 아이딘은 공손히 안내하는 조직원을 따라 나섰다.

아이딘이 떠나고 마에다는 방 안에 홀로 남았다. 마에다는 문갑 위에 있는 카타나를 들어 올려 칼집에서 빼 들었다. 카타나의 날카로운 날이 전등 빛에 서슬 퍼렇게 빛이 난다.

마에다는 허공에 카타나를 몇 번이고 휘두른다. 머리가 아프거나 고민할 거리가 생기면 이렇게 카타나를 휘두르고는 했다.

아이딘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노만 마을에 들어온 빨간 머리의 떠돌이. 처음에는 자신이 찾던 그였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고 나니 자신의 확신이 틀렸다는 판단이 서서히 들기 시작한다.

그럼 아이딘은 누구인가? 에스퍼였다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분명 어느 에스퍼의 자식임이 분명했다. 아이딘의 생김새를 자신이 알던 에스퍼들과 매칭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피곤했다. 오랜만에 시도한 정신감응이 그를 더욱 지치게 하는 것 같았다. 문득 코피가 흘러내린다. 마에다는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아 내며 생각한다.

‘그 꼬마 녀석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겠지? 나처럼 불쌍한 녀석이 또 있었다니.’

오늘만큼은 매주 루체 왕국으로 보내던 메시지를 생략하기로 했다. 너무나 피곤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야쿠자의 보스 마에다 다케시이자 루체 왕국 특수부대 스펙트럼의 소령 마에다 다케시는 그대로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비교적 늦은 오후. 아이딘과 두 덩치가 퍼플 하스피탈의 테이블에 앉아 있다. 주방에 있던 페이가 시무룩한 호퍼의 얼굴을 살피더니 맥주 한 잔을 경쾌하게 올려놓는다.

“미련한 덩치, 이거 맛 좀 봐라. 이번에 새로 뽑은 맥주야. 맛이 끝내줄걸.”

“네…….”

호퍼의 대답이 영 시원치 않다.

“그냥 잊어. 조금 지나면 잊힌다니까.”

“어떻게 잊어요. 우린 서로 진심으로 좋아했었다고요…….”

아이딘과 잭슨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마에다가 린-수지라는 이름도 같이 쓰는-을 이용해 호퍼를 골탕 먹인 것이라고 이미 두 시간이 넘도록 설교에 가까운 설득을 했건만 호퍼는 린에 대해 일편단심 요지부동이었다.

아이딘과 잭슨은 호퍼의 말도 안 되는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들고 말았다. 아무리 해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이제 믿을 건 페이밖에 없었다. 둘은 페이에게 간절한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페이가 자신의 보랏빛 단발머리를 매만지면서 테이블의 한구석을 차지한다.

강성욱 작가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