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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9화

[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9화
[데일리게임] 9. 다섯 악당 (3)

“지금 형편 봐주게 생겼나? 파이브 님이 말씀하신 액수를 채우지 못하면 자네랑 나, 둘 다 모가지야! 모, 가, 지!”

로스의 말을 들은 릭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 일당이 마을에 쳐들어왔을 때 벌어진 살육이 떠올랐다.

“다, 다시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야지! 험험.”

릭이 나가고, 로스는 다시 편안한 자세로 가죽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다시 늘어지게 쉬려는 찰나, 또 사무소 문이 열렸다.

“허, 허걱!”

로스는 깜짝 놀라며 의자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이내 방문자를 확인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슨 볼일로 왔지?”

방문자, 존.

그는 굽실거리며 대답했다.

“촌상 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빨리 공동묘지로 와 주셔야겠습니다.”

“공동묘지에? 무슨 일인데?”

“마을을 탈출하려던 주민 하나를 붙잡았습니다. 그래서 함께 고문이나 하자고…….”

“그래?”

로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벽에 있는 진열장에서 리볼버와 샷건을 꺼냈다.

그는 샷건을 인벤토리에 넣고 리볼버를 들었다.

“좋아, 앞장 서.”

“네, 이쪽입니다.”

두 사람은 사무소를 나와 마을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마을 중간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있는 파이브와 마주쳤다.

“이봐, 지금 어딜 가는 거지?”

파이브의 질문에 로스는 쩔쩔매면서 대답했다.

“마을을 탈출하려는 녀석을 촌상이 잡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래?”

파이브는 씩 웃으며 부하들과 함께 로스 뒤에 섰다.

그의 눈은 잔뜩 긴장한 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어떤 놈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은데?”

존은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반면에 로스는 자신이 앞장을 서면서 파이브에게 말했다.

“그럼 같이 가시죠!”

공동묘지로 가는 일행은 2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존은 5명의 무법자를 보면서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진 걸까.

그는 전생에서도 루나에게 차였을 뿐, 딱히 죄를 지은 게 없었다.

6명의 일행은 마을 밖 공동묘지에 도착했다.

당연히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촌상이는 어디 있지?”

로스와 부하들은 휑한 공동묘지를 둘러보며 김촌상을 찾았다.

그러나 파이브는 홀로 존을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

“이봐, 너.”

흠칫.

존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몸의 떨림을 참았다.

“예, 예?”

“다른 녀석은 보지 못했어?”

“다, 다른 녀석이라시면……?”

파이브는 천천히 존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건기라든지, 이건기라든지, 이건기라든지, 이건기라든지?”

“예, 예?”

존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손으로 꽉 움켜쥐고 싶었다.

그러나 본능을 억누르기에 그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건기가 여기 있지? 그렇지?”

“그, 그게…….”

존은 자기도 모르게 파이브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김촌상이 묻혀 있는 구덩이 옆 묘비 없는 무덤을 쳐다봤다.

그 무덤은 바로 이건기와 태구가 매복하는 곳이었다.

물론 파이브는 그런 존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로스가 든 리볼버를 뺏어 든 다음, 존의 시야가 머문 곳으로 걸어갔다.

“앗!”

존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파이브는 리볼버로 무덤을 가리키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여기 파, 당장!”

부하 셋은 구덩이에 꽂힌 삽을 집어서 빠르게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서걱서걱.

삽이 무덤을 깎을 때마다 존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응?”

무덤 속에서 나온 것을 보며 일당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남성의 시체.

이제 막 썩기 시작한 그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부하들의 말에 파이브는 조금도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태엽 소리와 함께 광선이 날아가 존의 무릎을 꿰뚫었다.

“으아아악!”

존은 피가 흐르는 다리를 부여잡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부하들은 그 모습을 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이미 존을 같은 마을 주민으로조차 보고 있지 않았다.

“꼭 돼지가 노래하는 것 같아!”

파이브는 누가 웃든, 울든 차가운 얼굴로 존의 멱살을 잡아 똑바로 눕혔다.

그런 다음 리볼버의 끝을 그의 가슴에 갖다 댄 후 말했다.

“존이라고 했던가?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그냥 네가 날 엿 먹이려는 게 뻔히 보여서 말이야.”

파이브가 활짝 웃자, 떠들썩하던 부하들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특히 로스는 불안한 듯 공동묘지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니까 그만 질질 짜고, 울음을 참아 봐. 사람은 하려고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어.”

파이브는 발끝으로 존의 뺨을 두드렸다.

존은 입을 꾹 다물며 억지로 삐져나오는 비명을 삼켰다.

“좋아. 이제 아주 간단한 질문 하나만 할게. 입을 열고 대답할 필요도 없어. 그냥 고갯짓으로 대답해. 솔직히 대답하면 지금 당장은 죽이지 않을게.”

존은 필사적으로 소리 내는 것을 참았다.

하지만 눈에서 흐르는 눈물만은 참지 못했다.

파이브는 그런 그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어디 있어?”

존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우선,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일당이 파헤친 무덤 외에 다른 건 알지 못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수십, 수백 번 건기를 원망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어……어…….”

존은 일말의 희망을 걸고 아까 건기가 김촌상을 묻은 구덩이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봐봐, 할 수 있잖아.”

파이브는 존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 자세 그대로 서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파.”

“넵!”

부하들은 금세 구덩이 아래 숨겨진 관을 찾아냈다.

그리고 끙끙거리며 관을 위로 올렸다.

“안에서 뭔가 움직입니다!”

부하들의 말에 파이브는 리볼버로 관을 쐈다.

팡.

총구에서 나온 광선이 조잡하게 만든 나무관을 단숨에 관통했다.

“열어.”

파이브의 명령에 따라 부하들이 관을 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온 것은 죽은 김촌상이었다.

물론 그가 죽은 이유는 파이브가 쏜 광선 때문이었다.

“이봐, 존.”

파이브는 존의 미간에 리볼버의 총구를 댔다.

존은 자신을 부르는 파이브의 목소리가 저승사자의 그것 같았다.

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죽음을 기다렸다.

“원한다면 죽여주지.”

파이브는 인벤토리에서 동전을 꺼내서 존에게 보여 줬다.

“흰색은 나. 검은색은 너.”

빙그르르.

동전이 튕겨져 위로 떠올랐다.

파이브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동전을 받아서 손에 쥐었다.

“어느 면이 나왔을까?”

손을 피려는 찰나.

갑자기 마을 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일당은 즉각 고개를 돌려 마을 방향을 쳐다봤다.

“이건기다!”

파이브는 동전을 그대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존을 꽁꽁 묶어 죽은 김촌상과 함께 관에 넣어 묻었다.

존은 시체와 함께 묻히는 것을 기뻐하며 기꺼이 받아들였다.

“가자!”

파이브는 부하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고 본거지로 쓰던 여관주점이 타오르는 광경을 보게 됐다.

“설마 양동작전을 쓴 건가?”

여관주점 주변에는 이미 불을 끄기 위해 부하들과 주민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멈춰!”

파이브의 고함 소리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지금은 불을 끄는 것보다 이건기를 찾는 게 먼저야! 녀석이 지금 마을에 숨어들었다! 당장 찾아!”

“하지만 빨리 끄지 않으면 다른 건물로 불이 번질 겁니다.”

부하 중 하나가 말대꾸.

파이브는 그를 마총으로 쐈다.

광선을 맞은 부하는 단말마 없이 그대로 푹 고꾸라졌다.

“가서 모두 모아 와.”

파이브의 명령에 로스는 마을에 흩어진 부하들을 모았다.

파이브는 그들을 데리고 공동묘지로 향했다.

***

검댕이가 묻은 옷차림.

글랙과 마일은 관리관 사무소에 숨어 있었다.

두 사람은 창문 아래 몸을 바짝 붙인 채 겁에 질려 있었다.

“설마 여관주점을 태울 줄이야.”

글랙은 안경을 빼서 겉옷으로 대충 렌즈를 닦았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마일에게 물었다.

“어쨌든 큰 불이 났으니까, 다들 녀석이 온 걸 알아챘을 거야. 여기서 좀만 버티면…….”

쨍그랑.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반이 못 되는 건기와 태구가 뒤쪽 창문을 깨고 사무소 안으로 들어왔다.

“흐이이익!”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인벤토리에서 샷건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잘 넣어 뒀던 마총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간 거지?”

두 사람이 어리둥절할 동안 건기와 태구는 그런 둘의 머리에 샷건을 겨눴다.

“닥치고 바닥에 엎드린 다음에 인벤토리에 있는 거 다 꺼내.”

‘또 털리는 건가.’

두 사람은 건기의 말에 따라 순순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물건들을 꺼내 바닥에 늘어놓았다.

건기는 두 사람이 꺼내 놓는 족족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도대체 마총이 어디로 사라진 거지?”

마일은 억울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건기와 태구가 든 샷건을 쳐다봤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 총들, 낯이 많이 익은데?”

태구는 그의 말에 의기양양하게 대꾸했다.

“당연하지. 이건 너희 거니까!”

돌발 발언.

건기는 얼굴이 살짝 떨리며 속으로 적지 않게 당황했다.

하지만 적들 앞이기에 최대한 냉정히 무뚝뚝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러길래, 물건을 흘리지 말고 다녀야지. 아무리 불이 났어도 그렇지, 어지간히 당황하셨나 봐?”

건기는 그렇게 얼버무리며 두 사람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감시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두 사람의 시야 밖에서 얼굴로 태구에게 경고했다.

‘입 닥쳐요!’

태구는 마른 침을 삼키며 건기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 아주 잠시 동안 감시가 허술해졌다.

“핑거 넷!”

“센티피드!”

인생은 타이밍.

글랙과 마일은 스킬을 외쳤다.

글랙의 손은 건기, 마일의 손은 태구를 향해 있었다.

쭈욱.

글랙의 네 손가락에서 뿜어진 실이 건기를 노리며 날아갔다.

이번엔 건기가 든 샷건에 닿는 데까지 성공.

네 가닥 실은 총열에 찐득하게 달라붙었다.

“어쩌라고?”

건기는 실이 달라붙거나, 말거나 방아쇠를 당겨 글랙을 쐈다.

“커억!”

글랙은 허리에 광선을 맞아 그대로 절명했다.

한편, 마일의 손바닥에서는 아주 긴 지네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지네의 머리가 태구를 지나 방을 한 바퀴 돌았음에도 아직도 손바닥에서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히이이익!”

태구는 지네를 맞추기 위해 연달아 광선을 날렸다.

그러나 지네는 과도하게 긴 몸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벽과 천장을 타고, 공격을 모두 피했다.

“거 참 더럽게 기네.”

건기는 샷건을 마일에게 조준.

자비 없이 광선을 날려 그의 등을 맞혔다.

스킬 사용자인 탁마일이 광선에 맞자, 그의 손바닥에서 생성되던 지네의 소환이 중단됐다.

그리고 마치 토막이 난 것처럼 손바닥과 맞닿은 단면에서 녹색 체액을 뿜어냈다.

“오오!”

태구는 건기의 해결책에 놀라워하다가 지네가 아직 살아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것을 보고는 더 크게 놀랐다.

그는 서둘러 지네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불발.

샷건은 조금 전 연사로 인해 탄창이 모두 비어 있었다.

“젠장!”

태구는 하는 수 없이 몸을 옆으로 날려 지네를 피했다.

그를 놓친 지네는 그대로 뒤쪽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위, 위험했어.”

태구는 식은땀을 닦으며 건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건기야. 나 탄창 좀……!”

건기는 인벤토리에서 새 회전 탄창을 꺼내 태구에게 던졌다.

태구는 재장전하면서 말했다.

“그냥 지금이라도 이 마을을 빠져나가면 안 될까? 녀석들 일은 치안대에 신고하면…….”

“치안대는 이런 작은 마을까지 신경 안 써요. 윌리만 찾아서 빠져나가면 돼요.”

건기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런 그의 대답에 태구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사무소 문을 열고 바깥을 살폈다.

마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주민들은 불을 끄느라,

부하들은 둘을 찾느라 바빴다.

“따라와요.”

건기는 자세를 낮추며 사무소를 나섰다.

태구는 울상을 지으면서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불과 몇 걸음 떼지도 못했다.

조심한다고 곧장 골목으로 꺾은 건기의 코앞에 부하 하나가 서 있던 것이다.

“여기 있다!”

건기는 소리를 지르는 부하를 향해 총을 쐈다.

부하는 쓰러졌고, 그 비명 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렸다.

“달려요!”

개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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