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WCG 2024 페스티벌 인 자카르타(이하 WCG 2024 페스티벌)'는 초창기 'WCG'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중심 등장 인물이 e스포츠 선수가 아닌 크리에이터로 옮겨졌으며 대회라는 느낌보다는 파티나 이벤트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사실 변화의 조짐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렸던 지난해 행사에서부터 보였다. 빅픽처가 'WCG' IP를 인수한 뒤 처음으로 개최한 'WCG 2023 부산'에서는 각국의 대표가 참가하는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하는 각종 이벤트나 팬 미팅, 게임 홍보 행사 등이 함께 열리며 방문객은 물론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
빅픽처는 올해 행사에서 메인 이벤트로 '크리에이터 럼블: 60'을 꺼내며 'WCG'의 리브랜딩에 박차를 가했다.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프리파이어', '체인드 투게더', '폴가이즈', 그리고 '더 파이널스' 등 4개 종목을 플레이한 뒤 순위에 따라 주사위를 굴려 '뱀사다리' 보드 게임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크리에이터 럼블: 60' 대결은 게임 실력은 물론 찬스를 잡고자 하는 머리 싸움과 운까지 더해지며 모두 합쳐 2억 팔로워를 보유한 60명의 크리에이터들과 그 팬들을 웃기고 울렸다.
'WCG'의 2024 시즌을 총결산하는 행사인 만큼 올해 각지에서 진행됐던 라이벌 대결인 'WCG 챌린지'나 'WCG 라이벌스'의 결선이 국가대항전 형태로 행사장에서 치러지며 이전의 향수를 느끼게 해줬지만 'WCG'는 분명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이전의 대회가 선수 및 국가 관계자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였다면, 올해의 'WCG 2024 페스티벌'은 크리에이터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오프라인 현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e스포츠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이어지며 우승 국가가 결정되던 과거의 화려함은 줄었지만, 단 한 번의 주사위로 12점을 따라붙어 동점을 만든 대한민국 대표 '테스터훈' 팀이 서든 데스 주사위 싸움서 승리하며 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며 현장은 물론 방송으로 지켜보던 모두를 경악케 했다. 어쩌면 'WCG' 리브랜딩에 나선 빅픽처의 새출발에 가장 적합한 엔딩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다시 e스포츠 국가 대항전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냐?"라는 질문을 던지던 현지 기자들이나 온라인 스트리밍 페이지의 대화창을 통해 "새로운 WCG가 우리가 알던 그 때 그 모습이 아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던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틀 동안 4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고 온라인 스트리밍 역시 합계 3억 뷰 이상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빅픽처의 도전이 첫 목표에 제대로 도달했고, 그 방향 역시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빅픽처는 리브랜딩의 첫 단추를 잘 끼우며 2024 시즌을 마무리했다. 삼성이 막대한 물량공세를 펼치던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자카르타에서의 페스티벌은 'WCG'의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빅픽처는 내년 행사에서는 '크리에이터 럼블'을 'WCG'의 메인 콘텐츠로 삼겠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변화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빅픽처가 내년 'WCG 페스티벌'을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WCG'가 추구하는 이상인 'Beyond the Game(게임 그 너머)'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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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