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뱃사공이 노를 젓는다. 백발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노인 뱃사공은 풍기는 이미지를 보건데 무림 고수가 틀림없다. 그러나 노인은 바다에 빠져 표류 중인 주인공을 구출하는데 여념이 없다. 정신을 잃은 주인공을 건져낸 백발 노인을 말없이 노를 저어 갈 뿐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엔씨소프트 기대작 '블레이드앤소울'(블소)의 시작은 이렇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트로 영상. 그리고 이어지는 개발자들의 크레딧. 동영상 퀄리티로만 보면 영화 이상이다.
◆고대 동양의 사신을 모티브로 삼은 각 종족들
엔씨소프트가 준비한 지스타 시연버전에는 '건', '곤', '린', 진' 종족과 검사, 권사, 역사, 기공사 직업군이 모두 포함돼 있다. 종족별로 힘과 민첩, 지력 등 특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하게 수치로 구분돼 있지는 않았다.
각 종족들은 봉황, 용, 현무, 기린 등 고대 동양의 사신(四神)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건'족은 일반적인 인간형 캐릭터며, '곤'족은 신체가 발달한 근육형 캐릭터다. '린'족은 토끼 같은 귀여운 외모를 가졌으며, '진'족은 호리호리한 여성형 캐릭터만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형 캐릭터다.
검사는 한손검을 사용하며 권사는 관절기와 맨손 무술에 특화됐다. 또한 역사는 큰 도끼를 주무기로 사용하며, 기공사는 일반적인 마법사 캐릭터로 이해하면 된다. 각 종족들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은 차이가 있으나, 종족에 따른 뚜렷한 직업의 장단점은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원한과 복수, 단순한 스토리 구조
'블소'의 이야기 구조는 무협소설과 영화에서 보는 복수 테마를 차용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쳐들어온 적들에 의해 평화롭던 문파는 산산히 부서진다. 문화생들은 모두 죽임을 당하고, 실력을 갖춘 사부마저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너무나도 친숙한, 그래서 식상하기 까지만 한 이야기 구조지만 고대 신화에서 시작되는 타 게임들의 세계관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현실감이 있다. 누구에게나 있어날 법한 이 이야기는 게이머로 하여금 '블소'를 플레이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함으로써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게임 중간 중간에 나오는 수려한 동영상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고, 반드시 '진서연에게 복수를 하고 말리라'는 다짐까지 하게 만든다.
바다로 떨어진 주인공. 그리고 이를 건져내는 한 노인. 그렇다. 처음 인트로 영상은 튜토리얼이 끝나며 등장하는 동영상의 뒷부분이었다.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스토리. 이렇게 스토리와 기본 조작법을 익히고 나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쉽게 시전하는 화려한 액션
'블소'의 조작방법은 일반적인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W키나 방향키로 이동을 하고 F키로 스킬사용과 NPC대화, 아이템 습득을 할 수 있다. 일반 공격키는 R키인데 상황에 따라 F키로 연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각 직업군마다 화려한 연계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쉬운 키조작으로 구현할 수 있다. 검사 직업은 적의 공격을 피해 반격기를 날릴 수 있고, 권사는 쓰러진 상대에게 올라타 파운딩 공격을 할 수 있다. 역사는 공중으로 띄운 적을 찍어 누르는 공격과 기공사는 먼 거리의 상대를 당겨와 근접 공격을 하는 등 직업별로 다양한 콤보 구사가 가능하다.
시연버전에는 다양한 연계기가 모두 포함돼 있어 어떤 연계기를 사용해야 할지 혼동스러웠으나, 향후 정식 서비스에는 연계기를 충분히 습득을 할 수 있도록 레벨에 맞는 스킬을 제공할 예정이다.
◆바다 위를 달린다, '수상비'
'블소'의 많은 매력 중 하나는 '경공'이다. 빠르게 달리는 이 기술은 번거로운 캐릭터 이동을 해소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임 초반 배울 수 있는 질주 스킬은 W키 두번 연타로 쉽게 시전이 가능하다.
질주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이동할 때도 유용하다. 질주 스킬을 사용하다가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활강' 스킬로 바뀐다. 마치 '아이온'의 활강과 유사하지만 그 폼새는 상당히 멋있다.
동영상처럼 벽을 타고 달리는 것이 가능한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무림 고수들이 사용했다는 수상비(바다 위를 달리기)는 실제로 구현돼 있었다. 바다 위에서 달리는 것이 가능할까 싶어 시도해 본 순간, 정교한 이펙트 구현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단, 너무 바다 멀리 달리면 사망하게 되니 조심하자.
◆'죽임'도 교육의 필수 과정
튜토리얼의 필수 과정 중 하나가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사형에게 한 수를 배우다가 쓰러지는 주인공. 일반적인 게임이면 ‘부활’이나 ‘가까운 마을로’ 버튼이 나타나야 하지만 ‘블소’는 달랐다. 쓰러진다고 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 적의 인식(어그로) 범위를 말 그대로 ‘기어서’ 벗어나 ‘운기조식’ 스킬을 사용하면 된다. 운기조식 이후 체력은 아이템으로 채우면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운기조식 중에 잘못되면 ‘주화입마’를 빠지는 무협소설과 영화처럼 ‘블소’ 속 운기조식도 조심스럽게 해야만 한다. 만약 이때 공격을 당하면 마을에서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오토 타겟팅, 전략성 강화? 불편함?
오토 타겟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오토 타겟팅이 게임의 편의성만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입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캐릭터 시점으로 타겟이 자동으로 잡히지만 타겟팅 범위는 한계가 있다. 시야 범위기 때문에 뒤에서 공격하는 적은 오토 타겟팅이 안된다. 만약 적들에게 둘러 쌓인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물론 캐릭터마다 광역공격을 할 수 있는 스킬이 있지만 체력이 약한 적을 딱딱 골라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오토 타겟팅 도입에 대해, 배재현 디렉터는 "다대다 전투를 할 때 원거리 캐릭터와 힐링 캐릭터를 일점사 하는 것은 막기 위해 도입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액션, 그래픽, 스토리 3박자가 고루 갖춰진 게임
'블소'의 첫 인상은 놀라움이다. 온라인게임이 콘솔게임을 뛰어넘는 그래픽 퀄리티와 액션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보여주는 컷씬 동영상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정교하게 제작된 캐릭터 디자인도 그렇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캐릭터 움직임 자체가 동영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성급할지 모르지만 '블소'의 게임성과 재미는 '아이온' 보다 최소 몇 배 이상이다. 국내 기술로 이런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마저 든다.
'블소'는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게임임은 분명하다. 과장된 말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르겠지만 직접 해 보면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 것이라 본다. '대단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게임, 그 게임이 바로 '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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