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 게임 방송사에 이어 한국e스포츠협회를 고소할 수도 있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표명했다.
폴 샘즈 최고운영책임자를 한국으로 초청,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블리자드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그래텍과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리그와 MSL 등 리그를 진행하고 있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면서 "법무법인을 통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한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리자드는 지난 10월말부터 11월초 미국에서 열린 블리즈컨 행사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기자들을 모아 놓고 MBC게임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후 1주일 가량 지난 뒤 케이블 게임 방송 채널인 온게임넷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걸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현재 블리자드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블리자드가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방송사에 먼저 소송을 시작한 것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블리자드측의 주장에 따르면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한 이유는 2007년 협회가 중계권 사업을 블리자드의 허가나 승인 없이 진행했기 때문. 따라서 블리자드가 지적재산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협회를 가장 먼저 소송 상대로 삼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개인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먼저 소송을 당했다. 프로리그가 10월16일에 10-11 시즌을 개막하면서 가장 먼저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개최했고 스타리그와 MSL은 10월말 오프라인 예선을 치른 뒤11월초 하부리그를 개최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가 먼저 제소됐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도 블리자드의 최고운영책임자인 폴 샘즈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소송을 제기할 지 묻는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방송사에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했지만 "협회에 대해서는 소송 여부는 정해진 바 없고 법무법인과의 논의를 통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중시하는 지적재산권이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돈을 요구하고 있음이 명확해졌다"는 입장이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에 각 대회별로 1억원씩을 요구했고 한국e스포츠협회에는 프로리그와 관련 1억원을 제시했기 때문에 액수가 큰 쪽을 먼저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또 개인리그 뿐만 아니라 프로리그도 방송을 직접 제작하고 중계하는 곳이 방송사이기 때문에 먼저 소송을 걸면서 압박해야 실효성이 커진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협회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협회에 속한 대기업들이 연합 전선을 펼 수 있다는 점도 소송에 적극적이지 못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리자드가 한국e스포츠협회까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전면전 양상이 전개될 수 있어 심사숙고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thenam@dailyesports.com
◇관련기사
[[36254|블리자드 입장 '도돌이표']]
[[36283|블리자드 폴샘즈 COO 방한 기자회견 Q&A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