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1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10년, 2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신뢰를 쌓는 일입니다.”
신생 개발업체 지아이게임즈(G.I games)를 설립한 권영식 대표는 회사 운영의 가장 큰 원칙을 이 같이 설명했다. 신생 회사지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만 쫓을 것이 아니라 한발 물러서는 양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권 대표는 “많은 퍼블리싱 계약을 맺어봤지만 가장 좋을 때가 서로 조금씩 손해 볼 때”라며, “어느 한 쪽이 욕심을 부리다 보면 그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넷마블 초기 시절부터 게임사업을 이끌며 CJ인터넷 퍼블리싱 본부를 책임지다, 올해 초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자신이 소싱한 ‘서든어택’과 ‘마구마구’가 CJ인터넷의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부침이 심한 게임업계에서 그것도 신생 퍼블리셔로 성장한다는 것이 걱정도 될 법한데, 오히려 권 대표는 즐겁다고 했다. 성공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넷마블 초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 때는 최대 220명의 직원을 거느렸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12명 정도의 작은 조직을 꾸리고 있습니다. 사람수가 적다 보니 일하다가도 새로운 주제로 격론이 벌어지기도 하죠. 넷마블 초기 시절처럼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즐겁고 저도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권 대표는 회사가 성공하더라도 50명 이상 조직을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이 잘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의 크기가 그 정도임을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퍼블리싱 한 게임이 ‘대박’이 터져도 직접 게임 개발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의문스러운 사명도 간단한 뜻이었다. ‘게임하는 아이’를 표현하기 위해 게임의 ‘G’와 영문 ‘I’의 음절을 붙여 만들었다. 시원시원한 성격만큼 복잡한 문제는 간단한 곳에서 답을 찾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권 대표는 첫 타이틀 ‘좀비온라인’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한 상태다. 쉴 때는 뭘 하냐는 질문에도 “워킹데드 본다”고 답했다. 최근 개봉한 좀비가 나오는 ‘미드’라는(미국 드라마) 설명에, 기자가 놀라자 “요즘 좀비에 미쳐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기자가 권 대표를 찾은 날도, ‘좀비온라인’을 시장에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를 놓고 회의가 한참이었다.
앤앤지랩과 ‘좀비온라인’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이유도, 앞서 설명한 신뢰관계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좀비온라인’의 완성도가 높아 빠르게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과 글로벌 판권을 넘겨 받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신생 퍼블리셔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게임을 우선으로 꼽고 있습니다. ‘좀비온라인’을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면 웹게임 1종을 서비스 할 수도 있을 거 같고요, 하반기에 다른 게임을 찾아볼까 합니다.”
권 대표는 최근 대작 위주로 게임시장이 재편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많은 비용이 투입된 만큼 그 게임들이 꼭 성공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작은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들은 판로를 찾지 못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많은 개발사 사장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아이온’ 흥행으로 인해 게임쪽으로 자금이 많이 흘러 들어왔지만 이름난 대작에만 투자하려고 하는 성향 때문에 자금고에 시달리죠. 어떻게든 버텨서 게임을 만들면 저가 중국게임에 밀려 판로 찾기도 힘들어요. 개발사들이 무너지면 한국 게임산업도 무너지게 될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지아이게임즈의 미래상이 궁금했다. 답은 금방 돌아왔다. 작지만 강한 조직, 그러면서 능력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작은 개발사들과 상생하고 산업에 이바지 하고 싶다고. 추운 겨울, 따뜻함이 묻어나는 이 말을 끝으로 권 대표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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