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사원부터 대표까지 각 직급의 인재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계단 인터뷰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표 인터뷰를 진행하기 바로 전 단계인 이사를 만나보는 시간. 지금까지의 계단 인터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무래도 이사는 '임원'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회사의 관리자기 때문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노조와 대립하는 '사측'이 임원들이라는 사실은 굳이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계단 인터뷰 이사편을 준비하기 위해 섭외한 임원은 바로 액토즈소프트 이관우 이사. 이관우 이사는 액토즈소프트 사업본부장으로 회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사회 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마케팅에 '올인'한 마케팅 전문가로 액토즈소프트의 핵심 임원 중 하나다.
이관우 이사는 직원들과 임원의 가장 큰 차이점을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임원이 되는 순간 임원에게는 책임감이 생깁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임원은 계약직입니다. 고용을 보장받는 자리가 아니죠.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자리인만큼 모든 의사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바로 임원입니다. 그리고 직원들과는 달리 사업을 보는 눈이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면 하나만 보면 무조건 해야 하는 사업일 수 있지만 회사 전체를 봤을때는 하면 안되는 사업일 수 있습니다. 임원들은 그런 것들을 봐야 하는 것이죠. '임원의 눈으로 보라'라는 말이 그런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관우 이사는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까. 이관우 이사는 액토즈소프트의 신작게임들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임원이다. 이미 오픈한 건슈팅 MMORPG '와일드플래닛'과 조만간 오픈을 앞두고 있는 '다크블러드'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액토즈소프트도 대표작 '라테일' 외에도 또다른 히트작을 가질때가 됐고 그 최전방에 이관우 이사가 있다.
"두 게임 모두 가능성이 높은 게임들입니다. 특히 다크블러드는 액토즈소프트가 아니면 되살릴 수 없는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망가졌던 게임(라테일)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액토즈소프트인만큼 다크블러드도 라테일처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업계에 몇년동안 있다보면 감이 생깁니다. 게임을 출시하기 전부터 될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때가 있죠. 다크블러드가 바로 그런 게임입니다."
이관우 이사는 마케팅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한권 있다며 갑자기 책 한권을 내보였다. 그 책은 코카콜라의 마케터로 유명한 세르지오 지만의 '우리가 알고 있던 마케팅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관우 이사는 이 책을 10번 넘게 정독했다고 한다. 이 이사가 실무에서 경험을 쌓을때 항상 옆에 두던 책으로 후배들도 이 책을 통해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잡길 바란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책을 권해주는 것 말고도 해주고 싶은 말들은 참 많습니다. 한가지만 이야기하면 게임산업도 이제는 숙주역할을 할때가 됐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산업의 아이피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게임이 숙주가 되고 게임을 다른 산업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제는 게임업계도 프로듀싱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스스로를 계속 갈고 닦아 프로듀서가 될 수 있는 자질을 키워야 합니다."
이관우 이사는 최근 게임 과몰입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회사의 임원이다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관우 이사는 모든 산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는 말부터 시작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과하면 탈이 되는 법입니다. 과하게 해서 좋은 것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시죠. 없습니다. 몸에 좋다는 운동도 과하면 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술, 담배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공부도 과하면 탈이 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과하면 탈이 나죠. 하지만 그렇다고 운동하는 것을 막거나 공부하는 것을 막지는 않습니다. 술이나 담배도 스스로가 조절하는 것이지 막는 것은 아닙니다. 유독 게임에만 과하면 탈이 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혹자들은 게임은 제작하는 제작업체가 이용자들을 어떻게든 게임에 붙잡아 두기 위해 중독성있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바꿔서 생각해 보시죠.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게임을 제작하면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겠습니까? 제작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의 니즈를 맞춰주기 위해 그렇게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관우 이사는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액티비전 바비 코틱 회장의 입을 빌려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해외 프로그램 가운데 CEO 익스체인지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 액티비전 회장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액티비전 회장에게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묻는 질문이 있었고 당시 이 회장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폭력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만화가 있겠죠. 톰과제리같은 만화도 매우 폭력적이지만 실제로 그 폭력을 행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인간은 자연정화의 본능이 있다고 합니다만 그 본능이 없어 실제로 행하는 사람들이 일부 퍼센트가 있을 뿐입니다. 그 일부 퍼센트를 위해 제도나 정책을 적용한다는 것은 잘못된 관점입니다."
인터뷰 도중 이관우 이사는 엠게임 오승영 부장의 질문에 대한 답을 많이 해줬다. 아직 나오지 않은 오 부장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관우 이사는 찬찬히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최종 목적지는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대기업 임원이라면 임원이라도 위로 올라갈 길이 많이 있겠죠.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도 대부분은 창업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롤모델로 삼는 사람은 한명을 고르기 힘드네요. 최근에는 생활의 달인이나 오지를 탐험하는 방송들을 보면서 힘을 얻습니다. 고난을 이겨내고 헤쳐나가는 사람들이 롤모델이랄까요. 최근에 본 툰드라 방송도 기억이 나네요."
끝으로 이관우 이사에게 대표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던졌다. 이관우 이사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임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대표이사지 않습니까. 임원은 사실 모두가 대표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라 궁금한 것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임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대표이사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관우 이사는 계단인터뷰를 위해 몇가지 질문을 뽑아줬다.
"대표님께 몇가지 묻겠습니다. 게임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보는 게임산업의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한국 게임회사와 해외 게임회사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임원들이 서로 대립했을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시는지도 이야기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웃긴 질문이지만 대표 자리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끝으로 게임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군 가운데 가능성있는 산업은 무엇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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