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0시부터 6시까지 차단하는 '셧다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104호에서는 문화연대와 청소년단체가 주최하고 민주당 최문순의원실이 주관한 '청소년 게임 이용 법 개정 관련 청소년 2차 연속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소년들과 전문 연구위원들이 참석해 '셧다운제'의 부당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를 주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자녀들을 자기 결정권을 가진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고 방식 때문에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MBC 사장 시절 게임전문방송도 만들고 프로게임단도 만들면서 게임에 대한 지원을 많이 했다. 산업적으로 가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이중적인 잣대가 사라질 수 있는 건설적인 대안이 이번 토론회를 통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의견을 발제한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공현 활동가는 "게임은 이미 청소년들의 삶에서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이라며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보면 청소년들에게 '놀 권리'를 하나의 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만큼 우리의 놀이인 게임을 법으로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현 활동가는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도입이 논란이 되는 와중에 항상 논의의 중심에서 빠져 있다고 느끼는 것은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이라며 "게임 과몰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 맞춘 대응이 아닌 모든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을 경시한 처사인 셧다운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태순 연구위원은 "태국이나 중국에서도 셧다운제를 도입했다가 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 자율적인 규제로 돌아섰다"며 "왜 하필이면 선진국의 제도를 따르지 않고 실패했던 후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셧다운제'를 '파놉티콘'에 비유했다. '파놉티콘'은 제레미 벤담이라는 영국 법학자가 고안한 감옥이다. 죄수들이 간수가 있던 없던간에 항상 간수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음을 의식하게 하는 감옥이다.
박태순 연구위원은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감시당하고 통제당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규정에서 어긋나는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법"이라며 "청소년들이 미숙한 죄수같은 존재로 통제받게 돼 미래에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문화체육관광부 이기정 과장은 "문화체육관광부는 기본적으로 셧다운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에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여성가족부와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기민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도 "셧다운제를 보고 있자면 여성가족부가 일을 참 편하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셧다운제는 팔에 전기가 왔다고 팔을 잘라버리는 참 편리한 정책 법안"이라고 비유했다.
한편 문화연대와 청소년단체들은 지난해 12월 22일에도 '청소년이 이야기하는 청소년 게임이용의 법률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한 지난해 4월 26일과 12월 9일, 두차례에 걸쳐 셧다운제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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