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소주 마케팅 불법 여부 "진짜 몰랐다"
김재한 팀장은 '불멸소주'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정말 몰랐다'는 점을 믿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불멸소주' 마케팅을 대행사를 통해 진행했는데 이 대행사가 2010년에 소주를 배포하는 마케팅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행사는 '소주를 배포했는데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김 팀장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 소주를 배포한 대행사는 불법이었지만 발각되지 않아서 넘어간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 팀장은 "대행사가 소주를 배포했을때는 불법이 아니었는데 우리가 할때는 불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국세청이 지난해 7월 법을 바꾼 것입니다. 국세청이 지난해 7월 고시한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보면 세무서장의 사전 승인없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기증주 또는 주류 교환권을 무상으로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7월 이전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소주를 배포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절대 진행하지 않았겠죠. 절대 노이즈마케팅이나 이런 의도는 없었습니다. 소주를 배포한다는 아이디어는 우연히 얻은 것입니다. 회사 워크숍 때문에 샀던 술이 회사에 있는데 아무도 가져가지를 않더라고요. 그냥 계속 회사 한켠에 술 박스가 남아있었습니다. 여기서 착안한 마케팅이 바로 소주였습니다."
역시 마케팅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른가봅니다. 워크숍에서 남은 술이나 음식에서 마케팅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일까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역시 마케팅의 생명인가 봅니다. 그냥 게임 오픈을 기념해서 상품주는 이벤트나 하고, 포털 사이트 광고 돌리고, 게임 전문지나 미디어들에게 광고게재를 부탁하면 마케팅이 끝나는 것 아니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소주를 저녁에 배포하면 다 마셔버리지 않겠습니까? 직장에 불멸소주를 가져가서 책상 한켠에 오래도록 놔두는 것을 바라고 진행한 마케팅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저녁이 아닌 아침에 소주를 배포한 것입니다. 아침에 소주를 받으면 마시기도 그렇고 집에 가져가기도 그렇고, 회사 한켠에 놔두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그 책상을 지나가다 얼핏 불멸소주가 보이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래서 불멸온라인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했던 것입니다."
"이 마케팅을 두고 의도적이었다, 불법인 것을 알고도 진행했다, 노이즈마케팅의 전형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팠죠. 게다가 불멸소주를 배포한 날, 불멸온라인이 최고 동시접속자 수 6만명을 돌파한 기쁜날이었습니다. 아무일도 없었다면 정말 기분좋은 날이었을텐데 불멸소주가 문제가 된 덕분에 우리 팀은 아주 우울하게 6만명 돌파를 자축해야 했답니다."
◆퍼블리싱도 잘하는 엔도어즈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다
김재한 팀장은 2월이 됐는데도 여전히 바쁩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목표 동시 접속자 수인 3만명을 넘어서고 서서히 접속자 수가 줄어 지금은 안정화에 돌입했어야 하는데 접속자가 오히려 늘고 있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목표 동시 접속자 수는 3만명이었습니다. 3만명도 불가능하다는 말들이 많았죠. 누구도 달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이 없습니다. 기자님도 마찬가지시죠? 불멸온라인에 이렇게 많이 접속자 수가 몰릴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이 질문을 받고 '전 예상했는데요'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기자뿐만이 아니라 업계 관계자나 다른 기자들도 '불멸온라인'의 대성공을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중국게임이 하나 또 나왔다가 사라지겠구나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테라나 아이온을 제외하고 론칭 1달이 넘어가는 게임들 가운데 동시 접속자 수 7만명을 넘어서는 게임이 있었나요?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런데 항상 중국 게임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게임으로만 불리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국산게임, 해외게임을 모두 합쳐도 불멸온라인만큼의 수치를 보이는 게임이 없는데 말이죠."
김 팀장의 말처럼 '불멸온라인'은 대성공을 거둔 게임입니다. 스타개발자 김태곤 상무가 진두지휘하는 엔도어즈 개발팀의 역량만큼 사업팀의 역량도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한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퍼블리셔 엔도어즈라는 이름이 매우 낯설었지만 지금은 어색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물론 잘 어울리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죠.
"불멸온라인이 회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타이틀이었습니다. 첫 퍼블리싱 도전작인만큼 성공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큰 타이틀이었죠. 다행히 성공이라고 평가해 주셔서 다음 퍼블리싱 타이틀도 의욕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서비스한다고 발표한 '중화영웅'을 시작으로 다양한 퍼블리싱 사업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모 매체 인터뷰에 제가 엔도어즈에는 김태곤 상무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은 조금 와전된 것이고요. 퍼블리싱도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데 그렇게 전달됐더라고요. 김태곤 상무님을 주축으로 한 개발이야 워낙 유명하니깐 퍼블리싱도 잘하는 엔도어즈라는 말이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고생한 팀원들에게 인센티브가 듬뿍 안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회사에서 별 말씀이 없으시네요(웃음). 요즘 회사 임원진들도 불멸온라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참 기분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이 인터뷰를 보시면 감안해주시지 않을까 살짝 기대하겠습니다(웃음)."
jjoony@dailygame.co.kr
*관련기사
◆[취중진담] '불멸온라인'의 주역 - 엔도어즈 김재한 팀장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