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바람의나라’로 시작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 동안 게임산업을 옥죄는 많은 규제들이 있었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1등 상품이 됐고 산업규모도 3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게임은 10년 전 이슈들을 정리해 지난 과거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 2001년 2월 11일(일): 프리닉스, 사이버골프 최강자전 개최
지금은 축구, 야구, 골프, 농구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다양한 게임들이 많고 또 이들 게임의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들도 풍성했지만 10년 전에는 이러한 일들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10년 전 오늘 프리닉스가 ‘ ‘한미르배 제2회 프리골프 챔피언십’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한미르는 현 KTH 포털사이트 ‘파란’에 흡수 통합된 사이트로 메일 서비스 외에도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프리골프’는 3차원 온라인 골프게임인데 지금의 ‘팡야’와 비교하면 좀 더 실사적이었습니다. 골프장 선택, 멀티 플레이, 채팅 등 기본 요소는 다 제공했죠. 온라인 예선이 진행되고 본선은 3월4일 롯데월드 게임리그 전용 경기장 KIGL스타디움에서 토너먼트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용산과 문래동에 있는 게임리그 전용 경기장이 10년 전에는 롯데월드에 있었다는 점도 이색적이네요.
상위 입상자들에게는 660만원의 상금과 상품이 지급되며, 일반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순금•골프모자 등의 경품이 제공됐습니다. 온라인 예선전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선수 10명에게는 프리골프 로고를 세긴 순금 5돈이 상품도 주어졌답니다.
이 대회는 골프를 즐기는 30•40대 네티즌이 타겟이었으며, 프리닉스가 주최하고, 한국통신•스포츠컴•SBS골프닷컴•아베스포츠가 후원했습니다.
◆ 2001년 2월 11일(월): 넥슨, 일본 PC방 마케팅 강화
넥슨의 일본 상장이 올해에는 어느 정도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10년 전에도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PC방 시장 공략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2001년 2월 11일 넥슨(당시 대표 김정주)는 일본 현지법인(대표 오츠카 케이타)을 일본 PC방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넥슨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개인 사용자만을 상대로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최근 PC방 사용자가 늘고 있어, PC방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며 “현지 언론을 통해 PC방에 적용되는 요금제도를 공표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넥슨재팬은 일본 PC방들로부터 PC 1 대당 1만 엔의 정액 요금 또는 분당 3엔의 종량 요금으로 게임을 서비스 할 예정이며, 기업적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PC방에 대해서는 할인 혜택을 주고, 초기 몇 달 동안은 게임 홍보 일환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방침이었습니다.
◆ 2001년 2월 12일(화): 나스카, 모바일게임 유럽 수출
지금은 게임빌과 컴투스 등 모바일 기업들이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10년 전에는 해외 모바일 시장은 불모지나 다름 없었습니다. 당시 모바일게임을 유럽에 최초 수출한 것이 화제가 됐었네요.
온라인게임 제작 및 무선데이터 서비스 업체 나스카(대표 이은조)가 스웨덴 무선인터넷 서비스 업체 피코펀(www.picofun.com)과 자사 모바일 게임 ‘키스뮤’의 유럽지역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코펀은 유럽서 무선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로 국내 모바일게임이 유럽에 수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나스카는 피코펀과의 계약을 통해 자사 모바일 게임을 유럽 전역에 서비스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키스뮤’는 유무선이 연동되는 캐릭터 육성게임으로 국내서는 011과 019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으며, 나스카는 ‘키스뮤’의 재개발비를 계약금으로 받고 향후 매출의 50%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습니다.
◆ 2001년 2월 13일(수): 게임협단체, 관광게임장 입법 중지 요구
지금은 바다이야기 사태로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지금의 거의 불모지와 다름없게 변했습니다. 10년 전에도 아케이드 게임업체가 관광업에 진출하는 것을 놓고 협단체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음반•비디오 및 게임 등에 관한 법를(안)(이하 음비게법,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의 전신)’ 상의 ‘관광게임장’ 허가 부분을 놓고 게임장 업주를 비롯해 게임관련협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국내 컴퓨터게임장 관련 이익 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회장 은덕환)를 비롯해 한국게임기산업협회(회장 한춘기), 한국게임제작협회(회장 김정률), 전국컴퓨터유기기구유통협회(회장 조정환),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회장 박영화) 등은 정부의 관광게임장의 도입 추진 중기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서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가 관광 진흥이라는 미명 아래 ‘성인게임장’과 다를 바 없는 ‘관광게임장’을 신설하려는 것은 관광호텔업계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전국을 도박장화 할 뿐만아니라 기존 게임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관광게임자’ 사업은 중지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들은 정부와 국회가 ‘관광게임장업’을 신설할 경우 이를 저지키 위해 어떠한 행동도 불사 할 것임을 표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음비게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관광게임장의 입법 취지는 성인용 게임물에 대해 제한된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관광게임장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이상 등급을 받은 게임물만 사용하게 되므로 기존 게임장의 피해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 2001년 2월 14일(목):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 게임 시장 진출 가속 14일
10년 전 오늘, 하드웨어 업체들이 게임사업에 도전했습니다. 공작기계 컨트롤러 개발 업체 터보테크(대표 장흥순)를 비롯해 디오시스(대표 강웅철), 인사이드텔레컴(대표 엄주혁) 등의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온오프라인 게임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또한 터보테크는 자사 인터넷사업부 내에 게임사업팀을 만들고 온라인게임 포털 사업을 준비해 왔으며, 14일 ‘ZZGAME.COM’ 사이트를 개발•공개했습니다. 이 사이트를 기반으로 온라인게임 교육 사업에 나설 계획이며, 게임대회 운영, 프로게이머 후원, 커뮤니티 서비스, 게임 마케팅 프로모션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습니다.
또한 PC 제조•판매 업체 디오시스는 최근 사내에 게임 사업 추진을 위한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 사업 계획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기존 게임 업체에 투자하거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자사 하드웨어 개발력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게임 개발 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카드 제조•판매 업체 인사이드텔레컴은 휴대용 게임 분야 진출을 위해 게임 개발팀을 구성해 사내 벤처 형태의 조직으로 분리시킬 계획이며, 이를 통해 휴대용 게임 시장에 나설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빛을 보지 못했고, 이들 회사들은 경영난으로 도산하거나 주력사업에 매진하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했습니다.
◆ 2001년 2월 16일(금): 한빛, 시에라 액션 타이틀 3종 출시
‘스타크래프트’ 출시로 PC패키지 유통사업의 큰 손이 된 한빛소프트가 시에라가 개발한 신작 액션 타이틀 3종을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16일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선보인데 이어 23일 ‘스왓3 엘리트 에디션’과 ‘건맨 크로니클스’를 출시했습니다.
◆ 2001년 2월 17일(토): ‘포트리스2 블루’ 사용자 데이터 손실
국민게임이었던 ‘포트리스2 블루’에 악재가 발생했습니다.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가 손실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게이머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이 게임의 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태는 국민게임의 몰락을 불러온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손실된 정보는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13일까지 약 한달 가량의 ‘포트리스2블루’ 알파 게임존의 게임 데이터로 알파존 회원들은 그 기간 동안 쌓아왔던 게임 점수와 랭킹을 잃게 됐죠.
‘포트리스2 블루’를 서비스하고 있는 GV(대표 윤석호, 현 CCR)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16일 삼성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B 서버를 정기 점검하는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의 결함으로 게임 데이터가 손실됐다”며 “데이터를 복구하려고 노력했으나 지난 13일까지 사용 정보를 찾지 못해 가장 최근 일인 1월10일자 데이터로 복구했다”고 공식 해명했습니다.
윤석호 대표는 “복구작업을 진행하느라 공식 입장 표명이 늦어진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 같은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피해를 입은 게이머들을 위해 특별 이벤트를 개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DB서버는 포트리스2블루 유료 서비스를 위해 구입한 컴팩의 최신형 서버 ‘플라이언트 8000’으로 GV는 장애의 원인이 컴팩 서버 문제로 밝혀질 경우 정식 항의할 계획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자동 백업 장치를 새로 도입키로 했습니다.
◆ 2001년 2월 19일(월): 북한 개발 인력 활용안 주장 제기
10년 전에는 북한의 인력을 활용해 게임산업을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남북공동게임센터를 설립하고 디저털 교류를 활성화 하자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지금과 같은 남북 관계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화해 무드가 조성됐기에 가능했던 일로 보이네요.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가 문화관광부에 제출한 ‘남북 게임산업 교류•협력을 위한 추진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 디지털 콘텐츠 산업 교류 활성화를 위해 ‘게임산업협력센터’ 설립이 필요하며, 입지 조건을 보았을 때 평양과 개성이 적합한 후보지로 지목됐습니다.
또한 남북 공동의 게임산업협력센터가 설립될 경우 자본과 기계 장비는 남측이 출자하고 인력•부지•건물은 북측이 출자하는 방식의 합영회사가 돼야하며, 효율성과 경제성,상징적 의미 등을 고려할 때 평양이 최적지이나, 남북한 간 산업 연계성을 따질 때는 개성이 가장 적합한 센터 설립 후보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북한의 게임 관련 인력은 연간 3,000여명 가량 배출되고 있으며, 대학별로는 김일성 종합대학의 자동화학부(전자계산기학과), 수학력학과(계산수학과) 등에서 컴퓨터 응용기술부문과 관련한 학문을 전공하고 있고 조선어문학부는 게임 줄거리 등을 구성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일성 종합대학만 하더라도 연간 700~900명 정도 인력을 배출, 게임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컴퓨터 관련 인력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김책공업대학은 자동화학부 500명, 반도체공작부 600명 등 연간 1,100명이 게임관련 인력이 양산되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우수 유휴인력에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마케팅 능력을 합쳐 공동 게임센터를 설립케 되면 상호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 중국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에 대한 수출 전망이 밝아지는 것은 물론 세계 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요지였습니다.
이 보고서는 현재 북한이 부족한 외화자금을 획득하기 위해 고급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생산된 게임프로그램을 수출, 경제개발 자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북 게임산업 공조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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