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를 10레벨까지 키워보고 게이머의 입장에서 게임을 평가하는 색다른 방식의 리뷰 '켠김에10렙'이 시작됩니다. 게임에 대한 평가를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다소 과격한 표현이나 비문 등이 등장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편집자주>
◆ 한빛소프트와 숫자 2의 악연
한빛소프트가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삼국지천’이 2월 22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빛은 숫자 ‘2’에 초점을 맞춰 서버 오픈시간도 2시 22분으로 정했다. 한빛측은 이 숫자에 의미를 공식적으로 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온’과 ‘테라’가 숫자 마케팅으로 이득을 본 것처럼 ‘삼국지천이 테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성공한 게임’이란 좋은 의미가 붙었다. 역시 꿈보다 해몽이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는 의문이 든다. 한빛은 2월과 악연이 깊다. ‘그라나도에스파다’ 시범서비스와 ‘헬게이트:런던’의 상용화가 2월에 이뤄졌다. 결과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2월과 관련된 악재를 털어내고 의미 그대로 2번째 성공한 게임이 되고 싶은 한빛의 의도는 모르는 거 아니나, 딱 3일만 참았으면 더 좋은 출발을 기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테라’ 재결제일인 25일 이탈하는 이 이용자만 끌어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단 3일 차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경쟁을 좋아하는 국내 이용자들은 출발점이 같기를 바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닌가.
◇서버 10개를 운영하고 있는 '삼국지천', 서버 이름이 삼국지 등장 인물들이다.
그래도 한빛측이 밝힌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삼국지천은 흥행 중’이다. 동시접속자수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는 회사 사정상 얼마나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는 모르나, PC방 순위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선전하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삼국지천’ 설치가 끝났다. 클라이언트 용량은 약 5기를 넘지만 최근 나온 게임들과 비교하면 가벼운(?) 편에 속했다.
◆ 일단 삼국지는 잊자
삼국지천의 서버는 10개다. 서버별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름을 땄다. ‘초선’ 서버가 가장 인기 있고 최근 추가된 ‘방통’ 서버는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삼국지 하면 먼저 떠오르는 유비나 조조 서버는 없었다. 아무래도 위촉오 삼국의 세력전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서버명에 따라 인구 불균형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유비 서버면 당연 촉 나라가 우세하지 않겠는가)
국가 선택을 마치고 나면 직업을 고르는데, 이때부터 삼국지 본연의 이미지가 깨진다. ‘전사’, ‘마법사’ 등 서양풍 MMORPG의 직업군이 그대로 등장한다. 삼국지를 표방했으면, 아니 동양풍 무협게임을 지향했다면 ‘무사’나 ‘술사’ 등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인트로 영상은 황건적의 난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삼국지의 역사적 사건과도 맞지 않다. 황건적의 난 때는 유비는 한낱 의용병이었고 수하로는 관우와 장비만 있었다. 하지만 ‘삼국지천’ 속에서 성도를 차지하고 마초 등 오호장군이 수하에 있는 시점을 그 배경으로 한다. 역사적 사실과 게임의 판타지가 결합돼 있다.
◇촉나라 선택시 만나게 되는 '관우' 모습. '미염공'이라는 별호가 아까울 정도다.
영웅들의 위대함을 표현하기 위함인지 거대한 NPC들은 자뭇 비장미까지 주지만 그래픽 퀄리티는 떨어지는 게 흠이다. ‘금마초’라 불리웠던 마초는 폴리곤이 엉성한 추남으로 서있다. ‘이 게임은 세계관만 삼국지를 따왔을 뿐, 일반적인 MMORPG’라고 주문을 외어봐도 생각과는 다른 NPC 모습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따라서 역사적 ‘삼국지’를 생각하고 ‘삼국지천’에 접속하면 실망할 수 있다. 소설과 영화, 코에이 삼국지 게임에 익숙해진 이용자라면 이러한 선입관부터 벗고 게임에 접속하길 권고한다. ‘삼국지천’은 게임일 뿐, 역사적 사실이 아니니깐.
◆ 점차 몰입하게 되는 게임
튜토리얼을 배우면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레벨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점은 타 게임과 비슷하지만 ‘삼국지천’의 특이한 점은 초반부터 양육강식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비선공 몬스터와 평화로운 마을 앞마당을 생각하고 나갔다가는 죽기 쉽상이다. 마을 앞에 진을 친 황건적 무리들은 손속에 정을 두지 않는 무자비한 놈들. 1레벨 캐릭터라도 먼저 공격하는 몬스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황건적의 공성전차를 부수고 황건적 수괴 막내인 ‘장보’를 처치하면 성도로 이동하게 된다. 게임진행이 생각보다 빠르다. 캐릭터 성장은 특성에 맞게 스킬을 찍는 방식을 택했다. 스킬 초기화도 가능해 캐릭터 육성에 있어 일정부분 자유도를 줬다.
◇레벨업에 따른 스킬트리 방식. 캐릭터 육성에 있어 자유도를 부여했다.
◇'Z'키를 누르면 영웅으로 변신한다. 마법사 캐릭터는 제갈공명으로 변신. 그러나 성급한 광역 공격은 죽음을 불러올 수 있으니...
탈 것은 초반 레벨부터 주어지고 ‘레전드’급 아이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성격 급한 국내 이용자들을 배려한 장치들이 많다.
첫인상은 실망했을지 몰라도 게임을 하다 보니 몰입감은 기대 이상이다. 인벤토리 채우는 맛도 쏠쏠하고 캐릭터 성장도 쉽고 빠르다. 큰 맵도 ‘곰’을 타고 이동하면 된다. 다만 몬스터 리젠(재생성)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니, 가는 길마다 가시밭길이 된다.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시간은 플레이 타임은 어느새 1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 장각 만나니 10레벨이네
퀘스트는 계속 이어지고 몬스터도 넘쳐나니 레벨업은 쉽기만 하다.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한 장각은 10레벨 정도에 만날 수 있다. ‘태평청령서’를 얻어 도사가 된 장각인만큼 게임 속 콘셉트도 책을 보고 있는 사악한 마법사 느낌이다.
조조, 유비, 손견 등 걸출한 영웅들이 장각이 일으킨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모여들었지만, ‘삼국지천’ 속에서는 주인공 혼자서 이 난을 진입할 수 있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병졸인 내가 관우보다 뛰어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황건적의 난 보스 장각의 위엄. '삼국지천'은 중요 이벤트 분기점에 컷씬 동영상을 추가했다.
◇드디어 10레벨 달성. 캐릭터명에 숫자를 사용할 수 없어 '켠김에열렙'이 된 주인공.
10레벨을 달성하는데 약 1시간 30분이 걸린 듯하다. 그 사이 수많은 영웅들을 만났고 게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이 게임의 재미는 위촉오 삼국의 세력전부터 라고 한다. 세력전을 통해 추가 경험치와 상대방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같은 이용자간 대결 자체가 긴장감과 스릴을 맛보게 해 준다.
한빛소프트는 ‘삼국지천’ 전장을 명작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처럼 만들 예정이다. 국가를 위해 전투에 임하는 이용자들 스스로 재미를 찾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 중 하나가 중립지역을 설정하고 이곳에서 영지전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게임을 더 하게 만드는 요소들
‘삼국지천’은 오래 플레이 할수록 득이 된다.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이 ‘삼국지천’에서는 진리로 통한다. 바로 역피로도 시스템과 원더바 시스템 때문이다.
게임을 더 할수록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가 많아지고 좋은 아이템이 주어진다. 사회적으로 게임 과몰입 이슈가 심각하지만, 한빛소프트는 성인층을 타겟으로 잡아 인식의 전환을 꾀했다. 최대 플레이 누적 시간은 4시간으로 하루에 4시간씩 게임을 하면 소위 ‘지존’이 될 가능성을 높여뒀다.
나아가 경험치 가방을 만들어 이를 팔 수 있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아이템 현금거래가 연상되는 부분. 이 경험치 가방을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하면 게임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나아가 이용자간 경험치 가방 거래마저도 게임 내로 끌어들인다면 상업적인 성공까지 가능해 보였다. 회장사까지 지낸 한빛소프트가 이러한 무리수를 던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아이템 강화와 아이템조합 화면. 확률석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지는데 최소 20%의 성공률을 보인다.
‘디아블로’처럼 아이템 속성이 다양하고 이를 주무기로 옮길 수 있는 조합시스템이나 영웅변신 시스템도 잔재미를 준다. 강화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파티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진영에 따라 추가 경험치 및 공격력, 방어력을 올려주는 독특한 방식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총평을 하자면, ‘삼국지천’은 ‘삼국지 게임은 이러해야 할 것’이라는 선입관이 없고 그래픽 보다는 이용자간 전투와 아이템 수집욕이 큰 이용자들이 즐기기엔 좋은 게임이다. 더불어 게임을 많이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성인이라면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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