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게임 과몰입 해소를 이유로 게임업계로부터 기금을 직접 모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논란이 예상된다. 심지어 "게임 매출액을 일정부분을 원천징수하자"는 주장까지 펼쳐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정책조정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 중독 예방•치료 기금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제안을 수렴하고 있다.
이 의원은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이번 토론회는 여성가족부의 후원을 개최됐다. 특히 토론회 참석자 7명 중 게임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문화부 게임과 이기정 과장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번 토론회는 사실상 합리적인 결론보다 ‘인터넷 중독의 원인은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업계가 책임지고 기금을 내라’식의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적지않다.
실제로 데일리게임이 사전 입수한 토론회 자료집에서도 이러한 대목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준비한 토론회 자료집에는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 관련 통계’, ‘상담현장에서의 인터넷 중독 실제사례’, ‘게임중독 사건 사례’ 등이 포함돼있다.
게임중독 사건 사례로는 각종 패륜 범죄들이 적시돼있다. 의사가 만삭부인을 살해한 사건과 잠원동 묻지마 살인 사건 등 약 10가지 사건들이 사례로 제시됐다. 만삭부인 살해사건의 이유에 대한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중독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으며, 잠원동 사건 피의자가 즐겼던 ‘블레이블루’는 콘솔 게임인데도 인터넷 게임으로 규정지었다.
발제를 맡은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자료집을 통해 “사랑과 신뢰, 순종과 존경 이 네 단어는 가정을 지탱해야 할 네 개의 기둥인 데, 이 네 개의 기둥이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말미암아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했다.
권 소장은 또 "(게임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연간 6조 이상의 수익을 누리고 있는 게임 산업 업계로부터 충분한 기금을 출연 받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경민대학교 김춘식 e-비즈니스경영과 교수는 “인터넷 게임중독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은 방송이나 담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원천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가부가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게임업계로부터 기금을 걷으려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감지돼왔다. 여가부는 지난해 초 '청소년육성기금 재원 확충방안 연구'라는 용역 과제를 발주해 줄어든 240억원 기금을 게임을 비롯한 술과 담배, 060서비스에서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 용역 과제의 핵심은 게임으로 압축된다. 술과 담배는 국세청의 주세와 국민건강증진 기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 기금 조성이 힘들다. 060서비스도 수익자체가 적어 기금 충당이 어렵다. 즉 용역과제 자체가 게임산업에서 기금을 충당하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여가부가 게임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셧다운제 역시 기금 조성을 위한 단초가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실효성 조차 검증되지 않은 셧다운제를 무리하게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게임업계로부터 기금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납득하기 쉽다는 것. 게임업계를 압박하려면 여성가족부가 산업에 대한 규제책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여가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가시화 될 전망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정선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중독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인터넷 중독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수익자부담을 원칙으로 하여 관련 사업자들이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이 의원은 “게임업체들의 기금 조성 의무화를 위해 청소년보호법, 부담금관리기본법, 국가재정법의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게임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90억원을 출연해 게임문화재단을 만들어 게임 과몰입 대책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강제적으로 또다른 기금을 모으겠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추진해온 준조세성 각종 기금 통폐합 또는 폐지하는 조세정책과도 상반된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여가부는 게임산업을 경마, 경륜, 담배 등의 산업과 동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여가부 주장대로 라면 대체 누가 게임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게임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무시하고 있다. 정작 보호하고 싶은 것이 청소년인지 돈인지 헷갈린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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