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영 장관님. 장관님은 최근 게임업계에 가장 유명한 분이십니다. 어느날 갑자기 게임 미디어라면 꼭 취재해야 하는 인물 중 하나로 떠오르셨습니다.
백 장관님, 최근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백 장관님이 주장하시는 셧다운제 때문에 활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백 장관님 이하 여성가족부 관계자들은 게임산업 종사자들을 마약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비인간적, 비인륜적 사람들로 만드셨습니다. 게임을 하면 짐승의 뇌처럼 변한다는 여성가족위원회 이정선 의원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은 수천명에 달하는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기를 꺾어버리는 충격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장관님, 게임산업이 가지고 있는 역기능은 이미 산업 종사자들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가는 것이 맞겠지요. 역기능이 있다면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쪽으로 고쳐가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마구잡이식 마녀사냥은 역기능을 막기에도, 순기능을 최대화하기에도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 중에 가장 많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전세계에서 한국이 1위라고 자부할 수 있는 산업이 몇가지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반도체 산업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온라인게임 산업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앞서가면서도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산업에 무조건적인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시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 아닐까요.
최근 장관님 이하 여성가족부가 칼날은 서슬이 퍼렇습니다. 게임업체들의 매출 1%를 강제 징수해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해 사용하겠다, 만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접속 시간을 차단하겠다는 등의 규제안을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산업 죽이기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법안이 시행되면 게임 과몰입으로 신음하고 있는, 권장희 소장의 말처럼 '뇌가 짐승인 아이들'의 환경이 나아지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미 게임산업은 사전등급분류라는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게임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려면 게임물등급분류위원회라는 정부 산하 기관의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합니다. 이 등급분류를 통해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게임과 청소년이 즐기지 못하는 게임이 나뉩니다. 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게임만 즐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게임물에 대한 일괄 셧다운제 적용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사전 등급분류된 게임들조차 심야시간에 청소년의 접속을 차단하는 이상한 내용입니다. 차라리 성인게임에 한해 매번 게임 접속을 위한 로그인시, 휴대폰 본인인증이나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인증을 강제하는 법안이 청소년들을 위해서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든 게임업체들에게 매출의 1%를 과몰입 기금으로 징수하자는 의견은 더욱 어처구니 없습니다.이대로라면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기능성게임'을 개발, 서비스 하는 업체들도 과몰입 기금을 출연해야 합니다. 게임을 즐기면 유익한 게임을 만들어놓고도 과몰입 기금을 출연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산업이 7조 7000억원 규모의 산업으로 발전해서 게임업체들이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7조 7000억원 가운데 약 3조원 가량은 상위 4개 업체들이 벌어들이는 매출입니다.
그 외 수백, 수천개의 게임업체들은 장관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이 태반입니다. 이런 기업들에게 매출의 1%를 기금으로 출연하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입니다. 차라리 영업이익의 1%였다면, 최소한 적자기업의 사정을 생각해주셨다면 이정도로 큰 반발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산업은 국가의 보호와 적절한 규제로 성장합니다. 보호보다 규제가 크면 산업은 사장되기 십상입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산업만 보더라도 국내 경쟁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한국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게임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호나 육성 정책보다 규제정책이 선행된다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오고 있는 중국에 금새 '세계 NO.1' 자리를 내줄 것입니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이다, 미래 지향 산업이다 라고 추켜세우던 산업이 망가지는 모습을 쉽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산업의 발전이나 수출액이 청소년보호라는 명제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게임산업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면 당연히 청소년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산업에 대한 분석과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는 법안을 통한 규제가 문제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수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셧다운제의 허점과 매출 1% 기금 모집에 대한 비판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셧다운제에 대한 검증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판은 물론, 셧다운제를 볼모로 막대한 기금을 걷으려 한다는 비판이 줄지어 나오고 있습니다.
장관님 부디 귀를 열어 주십시오. 게임의 어떤 부분이 청소년들에게 해가 되는지, 어떤 것들을 막아야 진정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지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기금이나 산업 주도권이 아니라 정말 청소년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jjoo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