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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박용규 팀장 "카트리그, 스타리그만큼 키울 것"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감히 e스포츠 전설이라 말하고 싶네요. 국산 게임 가운데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만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리그를 진행한 게임은 없잖아요. 지금도 열리고 있고 앞으로도 카트리그는 계속될 겁니다. 이 정도면 전설이라 말할 수 있겠죠?"

2005년부터 무려 7년간 카트리그를 키워온 넥슨 박용규 팀장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을 만들고 리그를 열게 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했던 박 팀장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카트리그에 대한 애정의 끊을 놓지 못했다. 마치 자식과도 같은 카트리그가 우여곡절 끝에 연간리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박 팀장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졌다.

국산 게임 가운데 가장 장수하는 e스포츠 종목으로 이제는 전설이 되어가는 카트리그. 국산 게임 리그 발전을 위해 한길을 걸어온 넥슨 박용규 팀장과 김지연 대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가능성으로 시작했던 카트리그
박용규 팀장이 처음으로 카트리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척 사소했다. 2004년 한 대학에서 열린 카트리그 대회를 보고 충분히 전문적이고 큰 규모로 진행되고 괜찮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2004년 게임을 런칭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유저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전국적인 리그를 여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작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검증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내부적으로 리그를 진행하고 난 뒤 박팀장은 더욱 확신이 들었다. 유저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박팀장은 대규모 리그로 진행하게 됐을 때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준비할 부분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방송에서 더 쉽고 편하게 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죠. 의논한 끝에 옵저버 모드를 따로 개발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는 무척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가능성을 믿고 시작한 카트리그.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국산 게임의 전설로 남게 될 줄은 몰랐다고 박팀장은 설명했다. 프로모션으로 기획됐던 리그가 이제 7년째를 맞이하게 됐으니 ‘국산 게임의 e스포츠 전설’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다.

◆보는 재미를 더하라
박용규 팀장은 어떤 게임이건 e스포츠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는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절대 e스포츠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트라이더 이후 숱한 게임들이 e스포츠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보는 재미’를 잊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스포츠를 보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죠. 축구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보는 것은 재미있어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게임사들은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죠. 그저 유저가 많기 때문에 리그도 무조건 잘 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코 다칠 겁니다."

카트리그도 처음에는 이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저 잘하는 선수의 개인 화면만을 비춰서는 아무런 재미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박 팀장은 어떻게 하면 보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옵저버 화면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죠. 레이싱 게임이기 때문에 전체 맵에서 어느 부분에 있다는 정보도 중요했고 선수들의 순위를 한번에 볼 수 있는 화면도 필요했어요. 할 일이 늘어난 거죠(웃음). e스포츠에 도전한 국산 게임들은 옵저버 화면 개발 때문에 힘든 난관에 부딪혔을 겁니다."

다행이 카트리그는 방송 파트너인 온게임넷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옵저버 모드를 개발했다. 시청자들이 좀더 다양한 시각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도록 계속 업그레이드했고 카트리그가 다른 국산 게임 e스포츠 종목과 다르게 오래 살아남은 이유기도 하다.

◆e스포츠는 돈을 쓰는 곳이다?
게임사들이 e스포츠를 단순히 일회성 마케팅 툴로만 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리그는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쓰는 곳이기 때문이다. 돈을 쓰기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카트리그는 어떻게 7년을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카트리그 마케팅 담당자 김지연 대리는 "리그에서 무언가 이득을 보려고 하면 오히려 조급함만 늘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어떤 부분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수치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e스포츠 리그를 계속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잠재적인 효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죠.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이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게 된 계기도 어떻게 보면 리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TV를 보다 지나가는 화면으로라도 카트리그를 접하게 되면 그 사람의 머리 속에는 무언가가 남기 마련이거든요. 카트라이더 게임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죠."

더군다나 e스포츠 리그를 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광고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 김 대리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가 게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카트리그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타리그를 꿈꾼다
박용규 팀장과 김지연 대리의 작은 꿈은 카트리그를 스타리그와 같이 키우는 일이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세대 프로게이머들에게서 느꼈던 가능성이 지금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박용규 팀장은 "현재 카트리그에는 문호준을 제외하고 네임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세대인 김대겸이 카트리그 부흥기를 이끌었지만 꾸준히 게이머 생활을 하지 못했고 문호준 천하가 되면서 점점 네임드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자연스럽게 네임드들이 사라지면서 리그에 쏠렸던 관심도 퇴색되기 시작했다.

"여자 선수도 잘했으면 좋겠고 또 다른 네임드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스타를 키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죠. 앞으로도 카트리그가 계속되는 한 이 작업은 계속될 겁니다."


김지연 대리 역시 카트리그를 스타리그처럼 키우기 위해서는 ‘스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타 발굴은 넥슨과 온게임넷 그리고 카트 선수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카트리그가 스타리그만큼 권위 있고 인기 있는 리그가 되길 바라봅니다. e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 부탁 드립니다. 지켜봐 주세요."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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