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이 당초 일본 증시 상장을 준비했지만 최근 일본 경기 상황 악화로 미국 증시 상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 넥슨이 자금조달과 기업공개(IPO)를 위해 북미 유력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넥슨이 일본 증시 상장에서 미국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넥슨은 오래전부터 일본 증시 상장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지배구조도 김정주 사장 내외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엔엑스씨(구 넥슨홀딩스)를 최상위 기업으로 만들고 그 밑에 넥슨 일본법인이 있는 구조다. 실제 넥슨 일본법인이 본사 개념으로, 넥슨코리아와 그 자회사들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형태다. 넥슨은 원래 넥슨 일본법인을 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시키려했다.
이를 위해 넥슨은 지난해 12월 일본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작업에 착수했다. 노무라증권은 넥슨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약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김정주 사장 내외의 지분평가이익도 약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넥슨은 일본 증시가 호황일 것으로 예측되는 3분기 정도에 상장, 지분 25~30%를 공모해 최소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해 넥슨의 계획은 전면 수정되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달 발생한 대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사고로 긴 경기침체기를 맞고 있다. 넥슨이 국내가 아닌 일본 증시 상장을 추진한 이유가 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함이었다. 이대로라면 일본 증시에 상장해도 원하는만큼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 북미 유력 증권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은 넥슨이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보다는 상장요건이 다소 까다롭지만 전세계 벤처기업들, 특히 IT분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상장해있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증시와 나스닥은 시장 규모 자체가 다르다. 상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도 국내보다 나스닥이 훨씬 크다. 나스닥 상장기업이란 타이틀로 얻는 플러스 요인도 많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인지도나 대외 신인도 등 프리미엄도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은 넥슨의 구미를 당길만하다.
특히 넥슨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넥슨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블록파티'라는 게임포털을 론칭하고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컴뱃암즈',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영웅전', '크레이지아케이드' 등을 북미에 서비스하고 있다. 올해에는 '드래곤네스트', '아틀란티카' 등도 서비스 라인업에 추가한다. 북미 게이머 공략을 위해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북미 게임개발업체 라이엇게임즈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나스닥은 전세계 벤처기업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불리는 증시 시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인텔을 비롯해 북미 유명 게임업체 EA, 액티비전 블리자드,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 샨다, 완미시공 등도 모두 나스닥에 상장된 업체들이다. 내로라하는 게임업체들이 모두 나스닥에 상장돼 있지만 정작 온라인게임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한국 게임업체 가운데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는 없다.
'라그나로크'로 잘 알려진 그라비티가 나스닥에 상장됐지만 이 회사의 모회사는 일본기업인 겅호지 한국기업이 아니다. '뮤'로 유명한 웹젠도 나스닥에 상장됐었지만 스스로 상장폐지를 선언했다.
넥슨이 국내 1위 온라인게임 기업인 만큼 한국을 대표해 나스닥에 진출,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에 대해 넥슨은 "아직 상장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어 외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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