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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게임중독자 100만명…'무슨 헛소리?'

청소년 게임중독자 100만명…'무슨 헛소리?'

“우리나라 게임 중독자가 200만 명이고, 그 중 절반이 청소년이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소장이 22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권 소장은 ‘게임 중독과 신데렐라법’이란 주제로 열린 100분 토론에서 셧다운제 도입을 찬성하는 패널로 나와 게임 중독이 심각하며,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셧다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제의 발언은 토론이 시작된 후 약 8분여가 흐른 뒤 불거졌다. 이 같은 권 소장의 발언에 곽동수 한국사이버대 교수는 “일단은 게임 중독자 200만명이라는 통계 조차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권 소장은 “그것은 정부에서, 행정안전부에서…”라고 말꼬리를 흘렸고,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을 동일시한다”는 지적에는, “좋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 중 54%가 게임을 가장 많이 한다. 그러면 적어도 그 중 절반 정도는 게임 중독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같은 논리로 “200만명 중 절반이 초중고 학생이다. 대한민국의 초중고가 1만개가 되니, 한 학교에 백명씩 중독돼 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게임중독자 100만명…'무슨 헛소리?'

권 소장이 언급한 통계자료는 올해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0년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를 말한다.

하지만 이 보고서 어디에도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해 언급된 내용은 없다. 행안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만9세부터 39세까지 총 7,600명(성인 5,143명, 청소년 2,457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실태를 조사한 결과, 19세 이하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4%로 성인 중독률(5.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보고서에는 연령과 거주지역, 가구소득, 가정형태에 따라 인터넷 중독률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돼 있으며, ‘청소년과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한부모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의 중독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결론 냈다. 다양한 기준별 분류 중 어디에도 게임 중독자수를 유추해 낼 수 있는 대목이 없음은 물론이다.

설령 권 소장이 제시한 데이터 대로 게임 중독자수를 계산해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2010년 행안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 자료를 보면 10세부터 19세까지 청소년은 682만6875명이다. 여기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 12.4%을 대입시키면 약 84만6000명이고, 권 소장 주장대로 인터넷 중독자의 절반이 게임 중독자로 계산해도 42만3000명 정도다. 청소년 게임 중독자가 100만명이라고 말한 권 소장의 주장은 부풀려진 수치인 것이다.

한발 나아가 권 소장이 “인터넷 사용자 중 54%가 게임을 가장 많이 한다”고 언급한 부분의 객관성도 문제된다. 이 데이터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정보진흥원)이 4년이나 지난 2007년에 발표한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이 자료에는 만9세~만12세 인터넷 중독자의 57.4%, 만 13세~만15세의 49.3%, 만16세~만19세의 31.3%가 인터넷 이용목적 1순위로 게임을 꼽았다.

권 소장이 인용한 수치도 틀렸거니와 매년 정보진흥원에 실태조사를 의뢰하는 행안부도 인터넷 중독과 목적성 간의 연관 관계가 약하다고 파악해 이 항목을 제외시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권 소장을 비롯한 여성가족부가 말하는 청소년 게임 중독자의 수치는 제대로 조사된 적도 없거니와 실체보다 배 이상 부풀려져 있는 것이다.

MBC 역시 '셧다운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청소년 게임중독 고위험군 150만 명'이라는 셧다운제 찬성자들의 주장을 자막으로 그대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한 문화부 관계자는 “어제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랬다. 행안부 자료에는 그러한 수치도 없거니와 여성가족부도 인터넷 중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을 뿐이다”며 “전문가가 공중파에서 객관적인 숫자를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는데, 만약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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