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제위께서도 여러 보도를 통해, 방송을 통해 직접 보셨던 MBC 100분 토론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우리는 ‘수면권 보장을 위해 게임을 금지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 때문에 게임 이용을 막는 법이 생겨난 나라에 살게 됐습니다. 청소년들의 자율성이나, 게임업체들의 자정 노력 같은 말은 발톱 밑의 때만도 못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원론으로 돌아가볼까요. 셧다운제가 포함된 '청소년보호법'은 말 그대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셧다운제의 취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을 '셧다운'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제 아래 온라인 게임은 이미 '유해물'로 규정되고 만 것 입니다. 이 굴레는 정말 강력해서 그 무엇도 넘어서기 힘듭니다. 아무리 게임의 산업적,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다고 한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중독성' 있는 게임을 청소년들이 심야에 무분별하게 즐기도록 방치하기 어렵습니다.
법으로 금지시키면 부모들에게 자식을 설득시킬 명분이 더해집니다. 이 설득의 논리에는 분명 "법으로도 나쁘게 규정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을 왜 하느냐"는 이야기가 들어갈 것입니다. 게임인의 한 사람으로써 정말 비참하기 그지 없는 상상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문화로서의 게임, 여가로서의 게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요.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은 여가와 문화생활을 만족스럽게 영위해서는 안된다는 심정적 거부감입니다.
영화에 빠져 공부를 게을리하는 학생이 영화를 보면 부모들이 싫어합니다. 뮤지컬과 만화에 빠져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자녀의 미래와 연결된다면 달라집니다.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반면 축구, 야구, 농구, 배구를 즐기는 청소년들은, 소질만 보인다면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축구선수, 야구선수, 농구선수, 배구선수가 됩니다. 도전해볼 수 있는 미래에 부모들은 너그러워지고, 찬성하는 모습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어떻습니까. 소질이 있다면, 'e스포츠 프로게이머가 되거나...계속 게임을 합니다.'라는 결과로 압축됩니다. 행간의 말줄임표 '...'이 시사하는 바는 정말 큽니다. 말줄임표 속에 미래를 보장할 가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데 어떤 부모가 자식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요.
여성가족부, 게임을 싫어하는 국회의원들, 셧다운제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게임은 이미 산업 규모에서 영화를 넘어섰고, 게임업은 미래를 보장하는 유망한 직종으로 떠오른 지 오래라는 사실말입니다. 엔씨소프트 임원의 직원 평균 연봉이 10억원이라고 합니다. 유수의 대기업 부럽지 않은 숫자입니다.
부모님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게임에 매력을 느껴 게임에 빠져, 심지어 본인의 미래를 게임으로 삼고 게임업계에 투신한 인재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하나하나 이름을 짚어가며 말하기 귀찮을 정도로 많습니다. 모두 게임에 빠져있으면서도, 학창시절 공부 꽤나 했던 이들입니다.
치사하게 청소년의 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둥, 졸렬하게 억지로 일단 틀어 막아 놓으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식의 '셧다운제'는 얼핏 보기에도 실효성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기저에 깔려있는 "게임을 하면 인생 망친다"는 식의 논리가 법으로 투영되는 것은 너무나도 치졸한 발상입니다. 아마 공부할 시간을 게임이 뺏어간다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공부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절제'를 가르치는 부모와 학교의 몫이지, 법의 몫이 아닙니다.
이관규천(以管窺天)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본다는 뜻입니다. 좁은 소견으로 사물을 살펴 보았자 그 전체의 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셧다운제는 대롱구멍이 아닐까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하는.
[데일리게임 취재편집부 황재훈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