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GM(Game Master)들이 채팅창에 등장했고, 송림사를 중심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대전을 벌이는 등 떠들썩한 뒤풀이가 이어졌다. 1차 테스트임에도 ‘블소’는 그 어떤 뛰어난 게임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고, 기대작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다수 매체들도 극찬을 쏟아냈음은 물론이다. 기자도 같은 생각이다. 이미 지난해 지스타를 앞두고 플레이 해 본 시연버전에서 속된 말로 ‘뻑’이 갔기에, [파워리뷰] 블소, 지금까지 이런 온라인 게임은 없었다(링크)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평가는 더 나아졌다. 풍부해진 콘텐츠 덕에 이야기에 더 빠져들 수 있었고, ‘용맥타기’ 등 그래픽 효과는 정신을 얼얼하게 만들었으며, 파티플레이는 ‘강호초출’인 기자에게 동료애가 무엇인지를 알려줬으니까.
하지만 1차 테스트 리뷰를 작성하고자 했을 때 ‘과연 블소에 문제는 없는가’라는 의문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흥행은 기정사실화 된 게임, 완벽해 보이는 이 게임에 과거 예찬했던 내용으로 다시 극찬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로 느껴졌다.
이 게임이 위해서라도 ‘쓴소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블소에 딴지를 거는 이유다.
◆ 아저씨들 손가락에 쥐나요
블소의 액션은 화려하고 그만큼 많은 콘트롤이 요구된다. 마우스로 타겟 잡고 1,2,3,4 숫자키 눌러서 스킬 사용하는 일반적인 MMORPG와는 플레이 방식 자체가 다르다. F키와 R키, 탭키 등 익숙치 않은 키가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점도 특이하다.
스킬 사용도 크리티컬, 막기, 회피 등 특수 상황에 발동된다. 이러한 스킬들을 잘 구사해야만 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 시종 일간 전투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차별성은 블소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된다. 기존 MMORPG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는 블소의 조작성이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한 손으로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는 40대 이상의 아저씨들에게 블소는 너무나도 힘든 게임이다.
블소가 뛰어난 게임임은 인정하나 대중적인 게임인가라는 의문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죽음,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배재현 총괄 디렉터는 지난해 지스타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든 시스템의 출발은 힐러 없이 던전을 만들자, 그것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주자는 키워드로 개발 중이다”며 “어떤 직업군이든 ‘탱킹’을 할 수 있고 ‘힐링’도 할 수 있어, 직업군의 역할이 딱딱 나눠지는 서양식 RPG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구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말의 의미를 1차 테스트를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블소는 검사, 권사, 역사, 기공사 등 전투 계열만 존재한다. 배 디렉터 말대로 누구나 탱커를 해도 되고 체력 회복도 알아서 하면 된다. 파티에서 귀빈 대접 받기 위해 눈물 흘리며 사제를 키울 필요가 없고(대부분의 사제는 솔로 플레이가 재미없다는 전제), 힐링 못한다고 비난 받을 걱정도 없다.
힐러가 없다 보니 블소 파티플레이에서 ‘죽음’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운기조식’을 통해 부할 할 수 있으니 애당초 이 게임에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꼭 살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사라진다. 분명 파티플레이는 재미있기는 한데, 오락실에서 동전 수십개 쌓아두고 이어서 플레이 하는 느낌이다. 운기조식이 불가능해도 부활한 인던 입구에서 경공으로 달려와 다시 전투에 참여하면 된다. 물약은 ‘거거봉’ 잡을 때처럼 멀리서 뛰어오기 귀찮을 때 먹으면 된다.
타 게임에서 힘들게 레이드를 성공했을 때 얻는 성취감 같은 것은 지금의 블소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로 인한 콘텐츠 소모도 심각하다. 이번 테스트는 정해진 시간에만 할 수 있었음에도 이틀이면 모든 콘텐츠가 소진됐다.
물론 테스트 버전이라서 죽음에 대한 페널티를 넣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페널티가 주어져도 문제다. 그 페널티를 막기 위해 물약을 복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탱킹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것이다.(참고로 블소는 돈 모으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이러한 딜레마는 엔씨측도 주지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힐러가 없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페널티는 곧 게임의 난이도와 직결된다. 높이면 이용자들이 힘들어하고 낮추면 개발자들이 힘들어한다.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하다.
◆ PvP, ‘선빵’이 진리더라
블소의 PvP 시스템은 특이하다. 옷에 따라 아군과 적군이 구분된다. ‘자경단’과 ‘충각단’, 둘 중 어느 복장을 착용하냐에 따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전세가 불리하면 언제든 옷을 갈아입고 승자편에 붙을 수 있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캐릭터 간 대결에 있어 선제 공격이다. 블소의 모든 캐릭터가 실제적인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먼 거리를 단숨에 좁혀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다. (기공사는 멀리 있는 적을 당겨온다.)
그런데 이 선제공격이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문제다. ‘선빵’을 날린 캐릭터가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크리티컬 확률이 높은 권사가 체력이 약한 기공사에게 도약 공격에 이은 ‘제압’ 콤보만으로 승리할 수도 있다.
때문에 PvP 양상을 보면, 거리를 재면서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마치 FPS에서 헤드샷을 노리는 모양새다. 근접전을 펼치면서 다양한 반격기를 구사하기 위한 머리싸움 보다는 ‘한방’에 의존하는 PvP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기에 기공사의 막강한 PvP 능력도 문제다. 이것은 오토 타켓팅을 채택한 블소의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기공사가 멀리 있는 상대를 끌어온 뒤, 얼리고 주변을 빙빙 돌면서 공격하면, 근접 캐릭터는 타겟을 잡을 수 없어 손도 못 써보고 패배할 수 밖에 없다.
◆ 성급한 걱정, 무협 종주국 중국이 블소 인정할까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다. 게임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원치 않은 시샘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바로 많은 인구수 덕택에 내수시장이 곧 글로벌 시장이 돼 버린 중국 때문이다.
엔씨에게 중국 시장은 자존심에 상처를 준 곳이다. 중국 게이머들은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에 열광하면서도 국내 흥행 1위인 ‘아이온’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리니지 시리즈에 이어 3번째 실패를 맛 본 셈이다.
이런 까닭에 엔씨가 무협을 소재로 한 블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는 중국 시장에서의 한을 풀기 위한 포석으로 봤다. 엔씨는 무협 게임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엔씨의 이러한 의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의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17173가 조사한 중국 게이머 기대작 순위를 보면, 블소가 8만8277표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C9’과 7300표 차이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이 좋다. 하지만 무협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무협이라는 것 자체가 중국에서 시작됐고 중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있다.
중화사상에 물든 중국인들에게 블소의 ‘제대로’ 된 무협이 오히려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다. 그래서 블소를 대신할 ‘짝퉁’이 등장하고 이를 지지하는 반 블소 움직임이 있지도 않을까. 물론 성급한 걱정 일테고, 걱정에 그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