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가 ‘피파온라인2’(이하 피파2)의 재계약을 놓고 네오위즈게임즈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A는 ‘피파2’가 네오위즈게임즈에 막대한 매출을 안겨준 만큼 이익을 나누자는 입장이지만 그 요구조건이 업계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통상적인 계약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A는 ‘피파2’ 재계약 조건으로 RS(수익배분) 50%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해외 개발업체와 수익배분은 3대 7 수준으로 결정된다. 현지화 작업에 비용이 적잖게 발생하고 개발사가 해외에 위치해 있는 시공간적인 문제로 사고시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EA는 ‘피파2’를 공동 개발했고, 이를 통해 네오위즈게임즈가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들어 네오위즈를 압박하고 있다.
EA, 한국에서 뽑을 만큼 뽑아라?
이 때문에 EA는 이번 재계약 과정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매출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사업에서 번번히 실패해온 EA가 네오위즈게임즈를 통해 간신히 첫 성공사례를 만들어냈으면서도 네오위즈게임즈의 역량과 공로는 무시한채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압박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재계약 협상에서 약자의 위치에 서있는 것은 네오위즈게임즈. 현재 매출 1등 공신인 ‘피파2’ 재계약을 안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당장 50%로 매출 배분률이 떨어지게 되면, 곧바로 수익 악화,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마케팅 비용과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고, 개발인력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 뿐 아니라 순이익율도 나빠질 수 있다.
양사는 ‘피파2’ 재계약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10개월째 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재계약 성사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처럼 장시간 재계약이 지연되는 경우는 10년이 넘어선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피파2'의 국내 매출액은 월 30억여원선. EA는 이번 재계약에서 RS비율에 따라 월매출액이 적어도 6억원, 연간으로 따지면 72억원을 더 벌어들일 수 있다. 특히 EA는 한국 시장에서 '피파2'에 달하는 연간 매출고를 확보할 패키지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이 없는 실정이다. EA가 재계약 계약금 보다 RS 비율을 높이는데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A,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가를 속셈?
EA는 콘솔과 PC패키지 유통의 글로벌 회사지만 온라인게임 사업은 번번히 실패해왔다. ‘메달오브아너’를 온라인화 했다가 철수했고, ‘피파온라인’ 역시 온라인으로 직접 개발하다가 프로젝트를 무산시켰다.
EA가 온라인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네오위즈게임즈와 손잡으면서 부터다. 네오위즈게임즈도 EA의 유명 IP를 확보해 세계적인 개발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둘 사이에 ‘딜’은 성사됐다.
손익계산서로도 EA의 이득이 많은 상태. EA는 공동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힘들이지 않고 온라인게임들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 시장에서 이들 게임을 테스트하고 문제를 보강해 해외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이들 게임의 해외 서비스 시 로열티를 받도록 계약돼 있지만, 그 이익은 EA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A에게 ‘제대로’ 된 온라인게임 사업을 알려준 것은 네오위즈게임즈인데, 게임이 성공했다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속셈"이라면서 "한국 시장에서 돈만 뽑아 먹고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전형적인 다국적 기업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재계약 이슈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재계약을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양사가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EA코리아 관계자는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gy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