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부대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심양은 소위 ‘게임 작업장’들이 많은 지역. 이들 작업장이 제작한 오토 프로그램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이를 구매하는 국내 게이머들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 자체가 해킹 프로그램도 아닐 뿐더러, 지역이 같다고 해서 프로그램 유포에 북한 해커를 지목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누리꾼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조선일보가 6일 ‘단독’이라고 보도한 기사 내용. 이 매체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국내 대표 MMORPG인 '리니지' 이용자 임모(49)씨가 작년 8월 조선족 브로커인 김모씨를 통해 중국 선양(瀋陽)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해커부대에 거액을 제공하고 일명 '오토'로 불리는 해킹 프로그램 개발을 부탁한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씨가 개발을 의뢰한 프로그램은 리니지에서 이용자의 조작 없이도 자동 사냥을 가능하게 해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모으는 '오토(auto)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 된 불법 프로그램이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최근 임씨의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해 임씨가 브로커 김씨로부터 실제로 이 오토프로그램을 건네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임씨가 오토프로그램을 가동해 게임머니를 끌어모은 뒤 환전해 상당한 불법 이익을 얻은 단서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임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누리꾼들은 실상을 잘 모르는 검찰이 무리하게 디도스 공격과 농협 해킹에 이어 게임까지 북한과 묶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오토 프로그램과 해킹 프로그램을 구분하지 못한 검찰과 조선일보의 무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오토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북한해커까지 동원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현실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몰아가기식 수사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북한 해커부대가 할 일이 없어 고작 리니지 오토 프로그램이나 만들고 있겠냐"며, "국내 게이머가 리니지 오토 프로그램을 중국 조선족으로부터 구입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북한 해커부대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소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온라인 게임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애들이 만든 것이고 한 달에 1-2만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거액을 들여 새로 개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디도스 공격은 중국 내에서 북한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IP를 사용했으므로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며,농협 해킹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디도스 공격 때와 유사한 명령어를 사용하고 또 디도스 공격 때 북한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IP를 동원 했으므로 역시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고, 리니지 오토 프로그램 제작은 디도스 공격이나 농협 해킹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해커부대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심양지역에서 조선족 브로커의 소개를 통해 이루어졌으므로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식이다. 모두 ‘추정’ 뿐”이라고 검찰을 비꼬았다.
게임전문가들도 실제로 국내 온라인게임들에 사용되는 오토 프로그램들이 중국쪽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이것을 북한 해커부대가 제작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리니지’를 개발한 엔씨소프트는 6일 언론 배포자료를 통해 "조선일보 보도와 달리 리니지 오토 프로그램은 해킹 프로그램이 아닌 단순 불법 프로그램"이라며, "회사의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무단 침입 혹은 침투를 하지 않고 단순히 게임 프로그램을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逆工學)적으로 분석해서 게임 프로그램과 유사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일보의 보도처럼 리니지 일부 이용자들이 해킹을 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니며, 리니지는 네트워크 침입, 침투 등의 해킹을 당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