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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NHN '야구'로 화해할까?

엔씨소프트가 NHN 임원을 야구단 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놓고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오랜 앙숙관계인 두 회사가 이번 일을 계기로 화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반면, 일방적으로 사람을 빼간 것이라면 두 회사 관계는 전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9일 프로야구단 신임대표로 NHN 이태일 이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태일 신임대표는 야구전문지 '주간야구'와 중앙일보를 거친 전문기자 출신으로 2006년 NHN으로 스카웃된 이후 네이버 스포츠 분야 서비스를 총괄해 왔다. 포털 최초로 프로야구 전경기 중계권을 구매해 전국 야구 팬들을 네이버로 흡수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갈등의 연장일까 화해의 신호탄일까?


하지만 NHN은 이태일 이사의 전격적인 이적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직원 이직은 회사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NHN 홍보실도 "워낙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와 인연이 많아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또한 이번 영입에 대해 "이태일 대표의 전 직장과 관계없이 오랜 기간 야구 현장에서 쌓인 경험과 넒은 인맥을 높이 평가해 대표로 선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씨의 이번 인사는 여러모로 '파격'이라는 게 게임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야구단 사장을 맡기에 나이가 젊다는 것도 그렇지만 야구선수 출신이거나 엔씨 출신도 아닌 NHN 출신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서는 앙숙이었던 양사 관계에 '긍정적 변화'가 시작되는게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줄곧 NHN의 행태를 비판해 왔던 엔씨가 해당기업 임원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NHN에 대해서 만큼은 직원들의 이직까지 민감하게 대응해 왔던 엔씨의 전례를 보았을때 사전 교감 없이 NHN 임원을 영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도 '긍정적 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태일 대표 영입은 전략적 선택!


특히 이태일 이사의 이적은 양사 모두에게 전략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가 기자 출신 야구인을 대표로 영입한 것은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가 젊다는 것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흑자 야구단'을 만들기 위해 야구 시장을 이해하는 비즈니스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이태일 신임 대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야구9단'을 비롯해 '슬러거2' 등 야구게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NHN 입장에서도 실제 야구단과의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다. 야구게임에 반드시 필요한 초상권이나 성명권, 중계권을 구매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구단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나 야구게임 서비스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런점에서 이태일 이사의 엔씨 이적은 흑자 야구단을 원하는 김택진 대표의 전략에도 맞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NHN에게도 남는 장사인 셈이다.

예상한 것과 달리 엔씨가 사전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영입했다면 양사 관계는 더 악화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사의 그간 관계를 생각해 보면, NHN은 임직원 이직을 놓고 따질 입장이 아니고 엔씨는 '동의 없이 남의 회사 직원을 빼왔다'는 자아비판을 해야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엔씨-NHN 갈등의 시작은 블루홀


엔씨와 NHN 갈등 양상은 주로 엔씨가 NHN의 비즈니스 행태를 비판하는 식으로 드러났다. NHN은 이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며 문제를 키웠다. 갈등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이렇다할 교류가 없었던 것은 두회사 각기 게임업계 1위, 포털 1위라는 보이지 않는 자존심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관계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NHN이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들로 구성된 블루홀스튜디오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게된 이후부터였다. 당시 엔씨는 블루홀스튜디오 설립자들을 기술유출 혐의로 고소한 상태였으나 NHN은 이를 무시하고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날 이후 엔씨소프트는 공개적으로 NHN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블루홀과의 퍼블리싱 계약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은 물론 네이버에 실어왔던 게임광고를 전면 중단했고 김택진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고포류 중심의 '한게임'을 비판기도 했다. 이에 대해 NHN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해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갔다.

사실 두 회사는 출발이나 기업 색깔 등에서도 확인히 차별된다. 엔씨소프트를 설립한 김택진 대표가 현대(현대정보기술) 출신이라면 NHN을 설립한 이해진 의장은 삼성(삼성SDS) 출신이다. 또 엔씨가 게임 개발으로 전문으로 하는 반면, NHN은 검색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과 게임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게임 사업만 놓고 봐도 엔씨는 MMORPG가 주력인 반면 NHN은 고포류 중심의 한게임이 주축이다.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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