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e스포츠협회와 온게임넷, MBC게임 등 게임 방송사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타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송까지 걸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것 같았던 양측이 합의를 도출하면서 국내 스타크래프트 대회 개최 및 방송 관련 권리는 향후 2년간 한국e스포츠협회와 온게임넷, MBC게임에 귀속됨으로써 프로리그나 스타리그, MSL 등을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게 됐다.
블리자드가 지난해 5월 그래텍을 한국내 자사 게임을 이용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중계방송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발생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블리자드가 제기한 소송도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e스포츠협회 및 온게임넷, MBC게임과 블리자드가 협상을 타결하고 소송까지 취하한 이유에 대해 양측 모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블리자드가 그래텍을 한국내 e스포츠 대회 개최권, 중계권, 방송권에 대한 독점적 파트너로 선정한 이후 그래텍은 스타크래프트 대회-한국e스포츠 협회 주관의 프로리그, 온게임넷의 스타리그, MBC게임의 MSL 등-에 대한 대회 개최와 방송에 대해 대회별 1억원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 1년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리그와 3개월 단위로 열리는 개인리그, 스타크래프트를 활용한 이벤트 리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
게다가 블리자드는 지난 해 10월말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자체 행사에서 MBC게임에게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게임넷까지 범위를 넓히면서 세 번에 걸친 변론이 진행되는 등 평행선이 계속 이어져 왔다.
그 결과 블리자드와 한국 e스포츠 업계 모두 타격을 입었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7월 야심차게 내놓은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가 기대에 턱 없이 못 미치는 판매량을 보이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쉽게 넘을 것이라는 당초 계획은 어그러졌다. 독점적인 권리를 갖고 리그를 진행하는 GSL은 인터넷만으로 중계되는 한계를 넘지 못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혹평을 받았다.
차기작인 '군단의심장'을 내놓겠다고 언론에 밝힌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한국 e스포츠 업계와의 관계 개선을 미리 해놓지 않으면 상업적 이익을 얻는데 또 다시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e스포츠 업계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리그의 정통성까지 의심을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10년 동안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e스포츠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블리자드가 소송을 통해 부정하면서 '불법 리그'로 불리기도 했고 팬들의 이반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소송 당사자인 협회나 방송사는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후원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블리자드나 e스포츠 업계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 같아 협상을 진행했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며 "당분간은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분쟁 없이 리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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