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회사 내부의 게임 개발 기술이나 노하우를 컨퍼런스를 통해 다른 업체와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넥슨은 업계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과감히 지식 공유의 장을 열었다. 이번 NDC에는 넥슨 내 개발자들은 물론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전 캡콤의 이나후네 케이지, 한양대 류호경 교수, 연세대 황상민 교수 등 다양한 외부 강연 인사들도 참여한다.
넥슨에서 NDC TFT 팀장을 맡고 있는 김충효 부실장은 이런 내부 지식 공유의 장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업계 맏형으로서 산업 전반의 발전을 꾀해야 하는 책임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김충효 부실장과의 일문일답.
Q NDC를 시작하게된 이유가 있나.
A NDC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진행된 행사다. 처음에는 넥슨이 축적한 개발 지식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시작됐다. 개발 지식과 경험들을 체계화시켜서 지식화해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알리고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올해는 넥슨 내부행사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친 컨퍼런스로 진행된다. 내부 공유라는 콘셉트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A 지난해 NDC의 슬로건이 '오픈'이었다. 지난해부터 외부에 공개하는 세션도 많이 진행했다.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삼성동 코엑스 홀을 대관해서 진행한다. 슬로건도 '쉐어'다. 다른 업체에서의 참여도 많아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세션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외부 개발자들에게도 오픈하고 다른 업체들의 참여를 늘리는 이유는 넥슨이라는 회사가 한국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맏형 위치에 있기 때문일수도 있고 게임업계 역사의 주축이었기 때문일수도 있다. 업계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큰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업계 전체 지식 공유를 해달라라는 니즈가 업계 전반에 있었다고 본다. 업계 전체가 발전하면 좋은 것 아닌가.
우리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기술 발전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GDC같은 해외 컨퍼런스를 가보면 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계 전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우리만 꽁꽁 싸매고 있는 것이 단기적으로 회사에 이득일 수 있지만 결국 한국 게임산업 전반에는 해가 될 수 있다.
Q KGC같은 행사와 속성이 조금 비슷한 것 같다. NDC만의 특징이 있다면.
A 그런 행사들은 아무래도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입장권도 판매하고 스폰서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NDC는 업계 분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다보니 비영리행사로 진행되나. 발표자들이 발표하는 내용에도 자연스럽게 차이가 생긴다고 본다. 발표 내용의 깊이가 조금 더 개발자들 피부에 와닿는다고 생각한다.
Q 최근에는 엔트리브소프트도 비슷한 내부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안다.
A 엔트리브소프트 뿐만 아니라 몇몇 업체에서 관련 문의를 받는다. 그런 자리가 많아지는 것이 산업 발전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Q 그동안 NDC를 진행하면서 얻은 성과가 있다면.
A 성과를 정량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개발중인, 혹은 서비스되고 있는 비지니스적인 측면의 노하우를 많이 업계에 뿌렸다고 생각한다. 개발조직과 서비스조직간의 공감대 형성과 지식 공유에 대한 니즈도 높아졌고 관계가 두터워졌다. 또한 발표를 진행하려면 알고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체계화시키는 것들이 중요한데 그런 의식이 높아졌다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Q 올해는 아티스트들을 위한 갤러리도 준비되는데.
A 8개의 프로젝트가 갤러리에 참여한다. 아직 만히 홍보가 되지는 않았는데 컨퍼런스장 안에 아트갤러리를 마련했다. 갤러리도 지식공유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아티스트들은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만약 잘된다면 갤러리 자체가 독립된 행사가 될수도 있지 않을까. 아티스트들의 노하우 전수를 잘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Q 향후에도 계속 업계 지식 공유의 장으로 NDC를 만들어갈 생각인가.
A NDC는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하고 있다. 올해도 잘되면 내년에는 조금 더 자발적으로 여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키우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행사가 빈번하게 여러형태로 일어났으면 좋겠다. 지금은 넥슨이 그런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다른 업체들도 NDC 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나.
A 굉장히 많은 분들이 흔쾌히 참여해주신다. 먼저 강연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교수님들도 많이 와주신다. 학계나 법조계나 개발 이외의 서비스나 프로듀싱을 맡는 분들이 게임 개발자들이 알면 좋을 지식들을 알려주시면 개발자 스스로도 성숙된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Q 강연자 중에 이나후네 케이지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어떻게 섭외했나.
A 넥슨 경영진들이 NDC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실제로 직접 발표자들을 섭외해주시기도 한다. 올해는 '마인크래프트' 개발자 분들도 모실 수 있었는데 일정이 맞이 않아서 섭외가 불발되기도 했다. 이나후네 케이지 섭외도 마찬가지다. 이 자리를 빌어서 서민 대표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NDC의 취지를 잘 설명하면 대부분 많이 공감해 주신다. 블리자드 분들이나 엔씨소프트, 엔트리브소프트 등 다양한 업체분들도 취지에 공감해서 흔쾌히 강연자로 나서 주신 것이다.
Q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NDC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나.
A 지난해에는 넥슨 내부 직원 포함해서 수거된 설문지의 양이 4500개가 넘었다. 설문지를 안받는 세션도 있으니 5000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본다. 올해는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발표자료와 영상 대부분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해서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Q 얼마나 많은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 회사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공개되나.
A 아직 론칭하지 않은 게임은 론칭할때 영향을 미칠만한 부분은 공개할 수 없지 않나. 하지만 정말 기밀 수준이 아니라면 대부분 공개하고 있다. 게임업체끼리 서로 공개하지 않고 감추면 단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겠지만 업계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 넓은 시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처음 NDC를 시작할때도 '공유하는게 도움이 되는 게 맞나'라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공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Q 그럼에도 비공개 세션이 존재한다. 그런데 비공개 세션도 제목은 공개됐다.
A 민감한 내용이지만 사내에서는 지식 공유가 되야 하는 이슈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내용의 강연 제목까지 숨길 이유가 있을까 싶어 제목은 공개했다. 넥슨이 요즘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것 정도까지는 공유해도 괜찮지 않겠나.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