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류호경 교수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엔스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넥슨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Game Break: Let the Mind Wanders'라는 강연을 통해 게임을 무조건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류호경 교수는 "게임이 공격성을 증가시킨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런 연구의 대부분이 게임이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건지 원래 공격성을 지닌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없다"며 "또한 오히려 사회적인 현상들이 공격성을 부추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호경 교수는 게임과 공격성의 연관관계에 있다는 주장도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숫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최소한 전세계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1억명이 넘을 것"이라며 "이런 게이머 중에서 살인사건에 연루되거나 학교에서 총으로 사람을 쏴죽이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사회적 변수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게임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뇌구조 이론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게임 중독자의 뇌가 마약 중독자의 뇌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 연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 류호경 교수의 주장이다.
류 교수는 "게임을 하지 않고 게임을 하는 상상만 해도, 혹은 게임과 무관한 다른 흥분된 생각을 해도 뇌구조는 변한다"며 "뇌구조 이론은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이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큰 오류가 있음에도 '셧다운제' 같은 초유의 법안이 나오는 이유를 류 교수는 '마녀사냥'으로 비유했다. 류 교수는 "언론이나 정부, 시민 단체가 앞다퉈 비판에 나서면 과학자들은 입을 닫는다"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기 보다 해결될 것처럼 보이는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과거 마녀사냥이 '무조건 저 여자 때문이야'라고 말하면서 시작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교수는 "게임 때문에 공격성이 증가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참 쉬운일"이라며 "하지만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공격성이 현격히 줄어들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이론을 반박하던 류호경 교수는 게임의 나쁜점 뿐만 아니라 좋은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게임이 청소년들의 시지각능력을 증가시키고 문제 해결능력을 길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소년들이 주로 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위험감수' 능력도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며 MMORPG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팀웍은 국내 어린이들이 해외 어린이들에 비해 약한 능력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서도 게임은 매우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류 교수는 "나이 많은 어른들의 기억력을 증가시키고 반응력을 올리고 주의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게임의 효과는 증명됐다"며 "청소년들에게도 어떤 좋은 효과를 미칠 수 있는지는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해 빨리 알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류호경 교수는 무조건적인 통제보다는 '게임 브레이크'라는 휴식시간을 통해 게임을 즐기면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아질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류 교수는 "북미나 유럽 회사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SNS 서비스를 완전 통제하는데 코펜하겐에서 일정 시간동안 이 SNS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직원들에게 주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며 "그랬더니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지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 SNS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의지력을 많이 사용해버리면 일에 대한 의지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류 교수의 설명이다.
게임도 마찬가지. 류 교수는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유혹에 굴복하라라는 말이 있다"며 "게임을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통제와 함께 게임을 하게 하면 오히려 학업성취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현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