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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나 무시했던 회사 통째로 인수"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나 무시했던 회사 통째로 인수"
대학동창 김정주 회장, 회사선배 김택진 대표, 무시했던 리차드게리엇까지 별난 인연

“그때 제 이력서 무시했던 스타롱과 그의 보스였던 리차드게리엇 등을 포함해 ‘울티마온라인’을 만들었던 회사를 통째로 사버렸죠.”

31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MMORPG 개발의 경험과 도전’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자신의 게임개발 인생과 관련된 인연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익살스러운 캐리커처로 그린 발표물은 수강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김동건 넥슨 개발본부장이랑 소주 먹다가 NDC에 섭외가 됐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송 대표는, ‘어린 시절 친구집에서 본 컴퓨터에 미쳐 게임개발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대에 입학한 송 대표는 과동기와 함께 넥슨을 공동창업 했다. 그 친구가 바로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다.

“지금은 회장이라고 말해야 하나요? 아무튼 김정주 회장과 서울대 캠퍼스에 앉아서 ‘우리도 빌게이츠처럼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우울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뭐 나중에 공동창업을 하긴 했지만요.”

67년생인 송 대표는 김 회장 보다 1살이 많은 형이다. 둘은 나중에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다시 만났다. 송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한글과컴퓨터에 입사했지만, 곧 김 회장과 의기투합해 1995년 ‘바람의나라’를 만들면서 넥슨을 공동창업 했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나 무시했던 회사 통째로 인수"
◇송 대표가 준비한 캐리커처. 카이스트 시절 컴퓨터 앞에 폐인처럼 앉아 있는 것이 송 대표고 문 뒤에서 빼꼼하게 내다보는 캐릭터가 김정주 넥슨 회장이다. '카트라이더' 머리에 이마에는 '정주'를 뜻하는 'JJ'가 새겨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송 대표는 대학원 시절을 ‘정말 놀기 좋았다’고 회상했다. “1학년만 대덕으로 내려가게 됐는데요, 수업과 과제만 하면 나머지 시간들은 자유시간이었죠. 그때 학교 전산실에서 ‘네트핵’이란 게임에 빠져서 48시간 동안 게임만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네트핵’은 선과 점으로 이뤄진 단순한 화면에 텍스트로, 게임내용을 ‘상상’해야 하는 초기 RPG로 텍스트머드의 선조격인 게임으로 이해하면 된다. 송 대표는 이후 머드게임도 즐겼지만 방향감각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에 그래픽을 입혀보자고 생각했고 그것이 ‘바람의나라’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송재경 대표는 1997년 넥슨을 떠나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긴다. 그곳에서 김택진 대표와 한국 게임사에 큰 족적을 남긴 ‘리니지’를 개발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한글과컴퓨터에 입사했던 당시 ‘한메타자’를 개발했던 김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계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송 대표는 엔씨 입사 전에 ‘울티마온라인’을 만들었던 오리진에 입사지원을 했다는 점이다.

“미국회사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잖아요, 저도 그때 그런 생각에 ‘울티마온라인’을 만든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 1997년 E3를 갔다가 당시 이력서를 받은 스타롱이 있길래 이력서 봤냐고 물어봤는데, 하도 이력서 많이 와서 못봤다며 휑하고 가버리더군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나 무시했던 회사 통째로 인수"
◇리차드게리엇과의 인연을 설명 중인 송 대표. 우주인 모습이 리차드게리엇인데, 송 대표에겐 부하직원인 스타롱에게 무시당했던 '상처'가 있었다. 참고로 송 대표의 영문 이름은 제이크(Jake)다.

하지만 이러한 인연은 대반전을 맞게 됐다. 2001년 엔씨소프트 북미 오스틴 지사장으로 발령난 송 대표는 그곳에서 스타롱의 상사였던 리차드게리엇 오리진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 인연으로 2003년 스타롱과 리차드게리엇 등 오리진 주력 멤버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나 무시했던 스타롱과 그 회사를 인수하면서 ‘아 세상 참..인생사 '새옹지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리니지’로 엔씨소프트에 큰 선물을 안겨준 송 대표는 리차드게리엇이라는 ‘폭탄’까지 던져 준 셈이 됐다.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리차드게리엇 같은 글로벌 개발자가 필요했고 또한 그가 아레나넷 등 개발사 인수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리차드게리엇은 거액을 들인 ‘타뷸라라사’를 말아먹고 손해를 입힌 엔씨소프트에 도리어 소송을 걸면서 비난을 샀다. 우주여행이 꿈이었던 그는 게임 런칭을 앞두고 우주로 나가 ‘우주먹튀’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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