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안만큼은 세계 제일이나…
이번 ‘켠김에 10렙’ 주인공은 모팔모 형님이 ‘강철검을 띄웠다’고 자랑하는 ‘징기스칸온라인’. 라이브플렉스는 신생 퍼블리셔 답지 않게 대대적인 광고물량으로 ‘징기스칸’을 알리고 있고, ‘천존협객전’과 ‘드라고나로’ 게임업계에 연착한 회사의 차기작인 만큼 여러모로 관심이 간 작품.
개발비 350억원이 들어간 대륙의 대작인만큼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짜증이 밀려온다. 세계 최고 중국 해커들에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겹겹의 보안장치가 게임시작부터 발목을 잡는다.
이중 비밀번호 설정까지는 좋다고 하지만, 번호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숫자가 바뀌는 이 방식은 이 게임의 타겟층은 게임에 익숙치 못한 30~40대에게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어지는 문자인증 방식은 접속에만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게 한다.
갖가지 보안장치 덕에 계정해킹 등의 위험은 감소하겠으나, 나이 지긋하신 분들 약주 한잔 걸치고 게임 한판 하기에는 ‘너무나 먼 그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징기스칸의 보안은 뛰어나나 인증문자 입력은 초보 게이머들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 역사와 허구의 언밸런스
‘징기스칸온라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역사상 가장 광활한 제국을 건립한 몽골제국의 건립한 정복자 ‘징기스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 게임은 징기스칸이 사망하고 몽골제국이 분열되기 시작한 1269년 이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몽골제국은 징기스칸의 손자인 쿠빌라이와 오고타이 한국의 칸인 카이두가 종주권을 놓고서 벌인 30년 전쟁을 벌였는데,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쿠빌라이나 카이두 두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개발사인 중국 기린게임은 카이두 세력을 십자군 원정세력과 결합시키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카이두 대왕이 오고타이 자손들을 이끌고 서방 연합군(십자군)을 조직해 북경을 쳐들어왔고, 이를 막기 위해 몽골인, 위구르인, 돌궐인, 한인 등이 뭉쳤다는 것이 대략적인 이 게임의 시놉시스다.
시놉시스 대로라면 이 게임에서 나쁜 놈(?)은 카이두가 이끄는 서방 연합군일텐데 이러한 발상 자체가 좀 우습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조광윤이 세운 송나라를 무너뜨리고 원나라를 세운 몽골은 외적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역시 몽골군에 맞서 강화도로 수도를 옮겨 항전했지만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역사책에 나오는 ‘삼별초의 항쟁’ 등도 이때 생긴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들의 나라를 쳐들어온 적의 수장을,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영웅으로 삼고 게임을 만들었다. 징기스칸의 진정한 후예인 몽골이란 나라가 엄연히 세계지도에 존재함에도 말이다.
하긴 아리랑도 자기들 것이요, 고구려 역사도 자기네 역사나 우기는 그들이니, 징기스칸을 자신들의 영웅이라 주장한다고 새삼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다. 그래도 말 타고 활 쏘던 이 시대에 한인들이 총을 들고 등장하는 캐릭터 설정은 너무 아니지 않나.
◆ 퀘스트만 하면 레벨업이네
게임 외적인 것을 떠나 게임 플레이만 놓고 본다면 ‘징기스칸’은 그냥 쉽고 편한 게임이다. 많은 중국 게임들이 그러하듯 퀘스트도 쉽게 알려주고 사냥도 쉽다.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레벨업이 된다.
‘징기스칸’은 중국 게임 중에서도 특히 더 쉬워서 시작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10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솔직히 마우스 클릭을 20번도 안 한 것 같다. 퀘스트를 한번씩 완료할 때마다 레벨업이 된다.
초반 눈을 어지럽히는 반짝이는 효과들과 귀를 자극하는 중국 음악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NPC 목소리 더빙까지 한 덕택에 ‘짜이찌엔’ 등 생활 중국어 한 마디씩 익힐 수 있는 부가효과가 그나마 위안이다.
5레벨에 ‘탈 것’이 주어지고, 10레벨 이상부터는 ‘징기스칸’의 일대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테무진(징기스칸의 어릴 적 이름)이 자무카와 의형제를 맺은 일, 메르키트 부족과의 전쟁들이 퀘스트 형식으로 펼쳐진다.
◇징기스칸, 알고보니 꽃미남?영화관 같은 시스템을 통해 일대기를 경험할 수 있다.
역사상 위대한 정복자이긴 하나, 이 스토리에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빠져들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몽골에서 이 게임을 만들어서 자국 게이머들에게 교육용으로 썼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다시 드는 엉뚱한 생각. 도대체 이 게임을 만든 기린게임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일대기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네로 치면, ‘충무공 이순신 온라인’을 만들어 일본게이머들에게 ‘한산도대첩’을 경험해 보게 하는 것과 다들 바 없지 않은가. (게임은 게임이다.. 휴, 그만 흥분하자)
◆ 쉬운 게임 찾는 분들, 추천요~
‘징기스칸’은 역시 중국스러운 게임이다. 이 ‘중국스럽다’는 표현은 레벨업이 쉽고 몰이사냥이 되고, 이용자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게임을 뜻한다. 더불어 각종 부분유료화 아이템들도 잘 만들어져 있다.
쉽게 말해, 시간은 적은데 돈은 많아 빨리 강자가 되고 싶은 게이머에게 딱 맞는 게임이다. 또한 긴장감 없이 한 손으로 편하게 하는 게임을 원하는 이용자들에게도 알맞다. 게임에 쉽게 질리는 게이머에게도 징기스칸의 다양한 콘텐츠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성 아이템 착용모습, 시작한지 1시간도 되지 않아 22레벨을 달성했다.
◇말 교배 시스템, 다양한 재미요소가 존재한다.
물론 20레벨까지 키워본 입장에서 온라인게임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더군다나 게임 외적인 부분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인정하지만, 필자에게는 맞지 않는 게임이라는 점도 더불어 인정해야겠다.
퍼블리셔인 라이브플렉스에서는 이 게임의 진가는 40레벨 이상부터라고 하니, 이왕 20레벨 이상 키운 이용자들이라면 29일 일괄 지급되는 모팔모 형님 강철검 들고 40레벨까지 달려보시길 권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