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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운지] 장마의 끝

[[img1 ]]본격적인 장마철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다 해서 안좋은 소식도 들리고, 연일 계속되는 비로 우울하다고 고백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내리는 비에는 시원하다는 느낌보다 '지겹다'는 말이 슬슬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며칠전 점심을 함께한 손님께서는 '며칠째 볕을 못 쬐니 기분이 우울해지고 있다'고 말씀하기도 하셨지요.

조금 과장섞인 끼워 맞추기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게임업계는 정말 '장마철'입니다. 게임산업진흥법은 게임업계의 목을 조르는 악법(惡法)으로 재탄생했고, 기대를 모았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게임물사후심의, 즉 민간 자율로 게임물의 연령등급을 정하는 오픈마켓 게임물 유통법안은 정부는 물론 이해당사자들의 고집때문에 시행이 요원하기만 합니다.

게임물 과몰입 이슈도 '셧다운제'로 잠잠한 듯 하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가장 많은 기사가 '게임 중독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캠페인 이벤트 홍보 보도이고, 며칠전에는 게임 중독이 심각한 뇌질환을 일으킨다는 보도도 있더군요.

물론 그 사이 사이 '셧다운제' 관련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게임물에 대한 폄하'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게임 산업 종사자들에게 '게임중독' '과몰입' 등에 대해 질문해보면 '억울하다' '자괴감이 든다'는 고백에 제일 많습니다. 그들에게 '게임'이란 사실 상품과 재화를 판매하는 행위를 넘어선 '작품 활동'으로써 자부심과 자존심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모 게임업체 대표님 가운데에서는 "내가 만든 게임을 통해 인생에 도움에 될만한,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던 무언가를 배웠다"는 고백을 듣는 게 소원이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우울한 장마철 날씨는 셧다운제나 등급심의말고도 곳곳에서 보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가 칼럼을 통해 독자님들께 말씀드렸다시피 개발사 공동화 현상을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씨드머니가 떨어져 회사를 접는 곳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국내 게임업체들이 사라진 빈자리는 외국 게임업체들이 한국에 깃발을 꽂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본격적인 사업발표를 한 외국계 게임업체 들은 모두 중국 거대 게임 자본을 등에 업고 있는 곳들이 특히 눈에 보입니다. 자본력, 아 정말 막강합니다. 지사 설립 준비하기 위해 직원 단한명을 한국에 보내면서 손에 50만달러를 쥐어줬다고 하더군요. 대충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설립 준비 중인 중국계 게임업체를 손에 꼽아도 벌써 6~7곳에 달하더군요.

최근 가장 열심히 국내 게임사에 투자하고 있는 곳도 중국. 텐센트는 작년 5월까지 우리나라 게임업체 7곳에 투자한 금액만해도 180억원이 넘습니다. 올해까지 더한다면 정말 엄청난 규모로 예상됩니다. 중국 게임이 우리나라를 치고 올라온다 온다 하더니 정말 안방까지 내줄 것 같아 걱정되기만 합니다.

반면 국내 유력 게임 업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살펴보면, 게임 투자 대신 인수합볍(M&A)에 눈을 돌리는 듯 합니다. 물론 자체 개발하는 라인업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보입니다. 그래서 중소 개발 사들의 '돈없다'는 볼멘소리가 가슴 아프케만 들립니다.

어쩌면 시장의 흐름이 한단계 더 성숙해져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수마발로 서로 맞붙었던 춘추전국시대가 역사의 흐름에 따라 끝났던 것처럼 이합(離合)을 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요.

어쨋거나 이 장마의 끝에 밝은 소식이 있기를 막연하게나마 기다려봅니다. 외국 자본에 공략당하고, 개발사가 사라져간다고 해도 씨가 마르는 것은 아니겠지요. 새로운 스타도 나오고, 대박신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애당초 한국 온라인게임시장은 사실 황무지에서 여기까지 성장했기 때문에 그 질긴 생명력이 저력으로 되살아나리라 믿습니다. 더욱이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불철주야 일하고 있으니 좋은 소식도 머지않아 우수수 쏟아지겠지요.

사실 축축 처지는 장마철이지만 요즘 게임업계는 정말 눈코뜰새 없이 한창 바쁩니다. 성수기인 여름방학을 맞이해 이것 저것 많이들 준비하시는 모양인데, 저와 친하게 지내는 게임인들은 대부분 여름휴가도 모두 잊고 용맹정진 중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습니다.

장마철, 독자제위와 업무에 매진중인 게임업계 종사자 분들의 건강을 바랄 뿐입니다.

데일리게임 취재편집부장 황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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