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경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 KT 이지훈 감독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 모두 울었다. 힘든 일정을 딛고 결국 우승을 차지한 이지훈 감독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감격스러운 듯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Q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기분이 어떤가.
A 너무나 감격스러워 벤치에서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선수들, 코치들과 정말 많이 고생한 생각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7월 초부터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힘들게 준비했는데 묵묵히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더라. 스코어도 밀리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침착함을 잃지 않고 경기를 뒤집어 줬고 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다. 32년을 살면서 가장 감격스러운 우승이었던 것 같다.
Q 수많은 징크스를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전 이런 저런 징크스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 같은데.
A 징크스가 정말 많았다. 박정석 징스크를 비롯해 웨딩 징크스, 정규시즌 1위가 우승한다는 징크스 등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이영호 선수와 생활을 하면서 징크스는 깨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영호 선수 덕에 선수단 모두 징크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경기하기 전 인터뷰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 신부에게 한마디 하라는 전용준 캐스터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 신부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웃음). 우승컵을 가져다 주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Q 혼자 결혼 준비 하느라 힘들었을 신부에게 한마디 하자면.
A 신부 될 사람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결혼 준비를 하면서 여자들은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아내 될 사람이 정말 이해심이 많아 마음 편하게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혼자 내버려 둔 것만은 아니었다(웃음). 결혼 준비를 하면서 코치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고 그들 덕분에 결혼과 성적 모두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
Q 세리머니가 정말 재미있었다. 스코어가 뒤지고 있는 데도 세리머니를 하는 용기가 정말 멋졌던 것 같다.
A 최근 팬들에게 STX컵 기권 등 실망을 안겨 드린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 세리머니를 한 것은 처음이고 사실 쑥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세리머니를 하게 되면 선수들에게 기세를 올려줄 것이라 생각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세리머니였지만 팬들이 좋아해 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Q 오늘 엔트리가 특이했다. 초반에 4저그를 배치한 것은 도박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A 6강 플레이오프를 시작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팀도 많았고 결승전에서도 SK텔레콤이 전력상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을 거쳐 저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4명의 저그가 충분히 2승2패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1대3을 만들어 불안한 상황을 만들긴 했지만 이영호와 김대엽이 역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도재욱 선수가 최근 이영호 선수를 많이 이겼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영호 선수의 승부욕에 불을 당겨줘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코칭 스태프가 선수를 믿었고 선수들이 선수들을 믿은 것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Q 우승 이후 연봉이 얼마나 오를 것이라 생각하나.
A 작년에 연봉 상승 수준이 많이 인상 됐던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시즌 우승하게 되면 작년 총액 상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 확보돼 있고 해외 여행도 계획돼 있다는 것이다(웃음). 게다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것에 대해 사무국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들 좋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웃음).
Q 결승전이 이주일 미뤄졌는데 KT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했던 것 같다.
A 솔직히 상하이에서 자신 있었다. 전력상 SK텔레콤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항간에는 준비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솔직히 정말 힘들어서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 이는 SK텔레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많아 빌드를 다듬어 경기를 한 것이 오늘 명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승하는 대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 KT 사무국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그리고 감독이 어리지만 정말 열심히 따라준 코치진들께 감사 드린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 정말 고맙다. 내일 결혼하는데 잊지 못할 선물을 줘 선수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눈물이 날 정도다. 뭐라 고마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고맙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