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전국적으로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PC방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별로 정전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손님들이 매장을 빠져나갔지만, 정전 때문에 요금정산을 할 수 없는 업주들은 기본요금만 받거나 항의하는 손님을 그냥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PC방 업계에서는 이번 정전으로 매장당 최소 3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찬근, 이하 인문협) 조영철 정책국장은 “사전 예고 없이 정전이 오래 지속되면서 물질적인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님들이 비교적 적은 오후 시간에 정전이 발생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N PC방 업주 김모씨는 “처음에 정전됐을 때 손님들이 ‘혹시 MBC가 왔나?”고 우스개 소리를 하더라. 그런데 정전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전의 이유가 한전이 아닌 PC방 문제로 오해해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기다림에 지친 손님들이 매장을 빠져나가면서 하루 장사를 공치게 됐다”고 토로했다.
PC방 업주들은 정전으로 인한 책임을 한전이 아닌 자신들이 떠맡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정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손님들의 항의를 받아주는 것은 물론,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비용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PC방 업주 박모씨는 “순간적인 정전이면 기다렸다가 손님의 PC 사용내역을 바로 확인해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30분 이상 정전이 지속되면 비용 받는 것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며, “피해를 입었지만 한전으로부터 보상 받는 금액도 미비해 속만 태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처럼 자체 보조전력을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춘 PC방은 전무하기 때문에 정전이 발생하면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전 대비용 장비를 비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때문에 PC방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전문제 해결을 숙원사업으로 정해뒀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인문협 조 국장은 “서울지역을 제외하고 전기 수급상황이 안 좋은 지방은 여름이면 정전이 종종 일어난다”며, “한전측에 말해 변압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 외에 대책을 마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