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30일 서울 YMCA 대강당에서 인터넷 게임중독을 보호권, 발달권 등 청소년의 권리보호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실효적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 보다는 게임을 '마약'으로 규정짓는 행사에 가까웠다.
백석대학교 박철웅 교수 진행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연구위원, 한국청소년상담원 배주미 박사, 청소년참여위원회 오석현 위원,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김현수 교수,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 학부모 대표 유각미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연구위원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8대 기본원칙에 따라 16세 미만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8대 기본원칙에 포함된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생존권 위협,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임산업에 대한 보호, 두뇌 발달 저하, 사회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을 관철해야 한다는 것. 사실상 토론회를 시작도 하기 전에 '게임=유해물'이라는 전제를 깔아 놓은 셈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 배주미 박사는 '인터넷 게임중독 관련 청소년 권리침해 실태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극단적인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배 박사는 게임중독으로 인해 건강이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이 전체의 81%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또 머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청소년은 70.2%, 게임 때문에 수업시간에 잠을 잤다는 청소년 80.9%, 시력 등에 문제가 생긴다 82.2%, 게임을 안하면 초조해진다는 청소년이 85.6%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본격 토론회가 진행되는 2부 행사 또한 내용은 비슷했다. 청소년참여위원회 오석현 위원은 "게임하는 시간 때문에 학교 과제 등의 결과물 수준이 낮아진다"며 "게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창을 열어두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학습능력도 저하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위원은 "게임 중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행복권 박탈"이라며 "다른 취미생활 등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무의미한 행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꿈의 길을 빼앗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김현수 교수는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의 뇌 사진을 스캔하면, 마약 또는 도박하는 사람들의 뇌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게임 자체에 약물적 효과가 있고 도박 효과가 있다"며 다른 발표자들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되풀이했다.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게임중독이 주는 피해와 현상에 이어 셧다운제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언급했다. 김 사무국장은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게임회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률 제도"라며 "비디오방, 노래방 모두 심야시간이 되면 청소년들을 돌려보내는만큼, 게임회사도 이를 따라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사탕 속에 포함된 색소가 아이들에게 유해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부모가 얼마나 되는가"라며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로 실효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쪽은 정부와 우리가 아닌 게임사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업체와 정부에 있다는 것.
한편, 이 날 토론회에는 상당수 대학생들이 자리를 함께 했으나 이마저도 패널들과 친분 있는 교수가 동원한 학생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학생은 "토론회에 참석해 방명록에 사인을 해야만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며 "토론회를 지켜보는 내내 발표회장인지 토론회장인지 구분이 안됐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