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상무는 현재 엔도어즈 개발팀을 이끌며 '아틀란티카' 업데이트와 신작 '삼국지를품다'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엔도어즈 본사에서 만난 김태곤 상무는 '아틀란티카'부터 '삼국지를품다', 그리고 게임업계를 위해 개발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까지 오랜 시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일단 아틀란티카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네요. 아틀란티카를 엔도어즈가 직접 서비스하면서 보다 가깝게 게이머들과 교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게임도 좋은 운영을 보여줬고 아틀란티카를 여기까지 성장시키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이제는 보다 빠르게 게이머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직접 서비스를 선택했습니다."
김태곤 상무는 '아틀란티카' 직접 서비스를 결정한 배경은 '빠르고 과감한 업데이트'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퍼블리셔가 있으면 의사결정이 빠르지 못하고 게임 업데이트 내용도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을 100% 충족시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게임과 전혀 문제없이 아틀란티카 직접 서비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아틀란티카를 위해 노력해준 한게임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김태곤 상무는 이제부터 '아틀란티카'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그 일환으로 새로운 대륙인 아프리카가 추가됐다. 아프리카는 '아틀란티카'의 세계관에서 꿈의 대륙 아틀란티스로 갈 수 있는 대륙으로 설정됐다. 그동안 게이머들의 모험이 '아틀란티스'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으니 아프리카 대륙 다음 업데이트는 어쩌면 꿈에 그리던 '아틀란티스'가 될지도 모른다.
"아틀란티스를 찾기 위한 여정이 많이 길었죠. 이제 아프리카를 통해 아틀란티스로 가면 또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아틀란티스에서 벌어지는 모험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아틀란티카'는 MMORPG 최초로 턴방식이라는 전투방식을 도입한 게임으로 유명하다. 패키지 게임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턴방식을 MMORPG에서 완벽히 구현했기 때문에 김태곤 상무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 상무는 턴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좋은 시스템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턴방식은 분명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새로운 전투 방법을 구사하기 쉽다는 점과 너무 빠른 액션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죠. 단점은 대규모로 같이 즐기기가 어렵다는 점이겠습니다만 아틀란티카는 100명이 함께 전투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단점을 많이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턴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스템을 많이 추가하려고 합니다. 최근 추가된 신규국가던전의 오토레벨링 시스템도 턴방식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최근 '아틀란티카'에 추가된 신규국가던전에는 오토레벨링 시스템이 도입됐다. 기존 MMORPG는 던전마다 레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 레벨 이하 이용자는 던전에 입장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신규국가던전에는 '아틀란티카' 게이머 누구나 입장해서 사냥을 즐길 수 있다. 게이머들의 레벨에 맞는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던전이기 때문이다.
"게이머의 레벨에 맞춰서 몬스터 레벨이 정해집니다. 50레벨 게이머라면 50레벨의 몬스터와 전투를 하고 70레벨이라면 70레벨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죠. 턴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신규 던전도 추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김태곤 상무는 '아틀란티카'를 통해 턴방식 MMORPG의 교과서를 쓰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턴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새롭게 개발하는 신작 '삼국지를품다' 역시 턴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김 상무는 턴방식으로 성공하면 다른 개발자들도 '아틀란티카'와 '삼국지를품다'라는 교과서를 보고 또다른 턴방식 MMORPG를 개발할 것이라 믿고 있다.
"만약 아틀란티카가 턴방식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삼국지를품다도 턴방식으로 개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공했기 때문에 또다시 시도할 수 있는 것이겠죠. 아틀란티카에서 좋았던 점을 삼국지를품다에 적극 도입하고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은 철저히 배제하면서 삼국지를품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문득 턴방식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왜 김태곤은 다른 MMORPG가 아닌 턴방식 MMORPG를 개발해야 하는 것일까? 김 상무는 그 이유를 "게이머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하는 개발자로서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요즘 MMORPG는 다 똑같습니다.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죠. 천편일률적입니다. 저는 턴방식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게임 개발업체들은 성공한 게임을 모방하는데 바빴습니다. 이제는 모든 개발업체들이 비슷한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 것입니다. 어떻게 차별화된, 게임성을 갖춘 게임을 만들 것이냐."
비단 턴방식이라는 전투방식 뿐이 아니다. 김태곤 상무는 천편일률적인 판타지 세계관에서 벗어나 역사를 소재로 하는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거상'부터 '삼국지를품다'까지 김태곤의 게임은 모두 역사를 소재로 개발되고 있다.
"게임도 책이나 영화랑 같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반지의제왕밖에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책을 봐야 하는 의미가 있을까요?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액션, 멜로, 스릴러, 코믹 등 다양한 장르가 있지 않습니까. MMORPG도 다양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역사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김태곤 상무는 한국의 엔도어즈라는 개발업체와 김태곤이라는 개발자가 역사 온라인게임에서는 어떤 회사, 어떤 개발자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성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 상업적인 성공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남들과 달라야 합니다. 하지만 달랐지만 망했다는 평가라면 사람들 기억속에 남기 힘듭니다. 다름을 기본으로 하지만 성공한 게임을 개발해야 합니다. 엔도어즈와 김태곤은 코에이=삼국지인 것처럼 역사 온라인게임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김태곤 상무는 최근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안좋은 인식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지금의 사태는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게임은 무서운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독성을 잘쓰면 약이 되지만 못쓰면 독이 됩니다. 그동안은 개발자들에게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산업이 성장하면서 사회적 책임이 생겼죠. 이제부터는 게임의 중독성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게임은 교육의 툴이 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줄수는 있죠. 삼국지를 많이 읽으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삼국지를품다를 오래하면 삼국지를 10번 읽은 것보다 더 삼국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것도 게이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부분일 테니까요."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