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성회의여왕'은 작년 12월 발매된 닌텐도 DS판 '니노쿠니:칠흑의마도사'의 후속작으로 DS판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매직마스터(몬스터, 마법 사용법 등을 정리한 책)를 수지해야 하는 문제, 낮은 그래픽 수준을 수정하고 미디어의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추가 시나리오와 지브리 특유의 애니메이션을 HD화질로 포함하는 작품입니다.
◆ 엄마 찾아 삼만리? 엄마 살리러 삼만리!
기계를 좋아하는 나약한 소년 올리버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니노쿠니의 신관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올리버는 니노쿠니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눈물의 요정 시즈쿠을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사악한 마법사 쟈보와 재의 여왕 레이나스를 물리치고 세상을 구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 전개는 80년대 초반 한국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엄마찾아삼만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진난만하고 연약한 소년이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믿음직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이머는 이런 이야기 구조 속에서 올리버를 통해 동심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구하고 영웅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카툰렌더링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세계
'하얀성회의여왕'의 가장 큰 특징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손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세계 입니다. 또한 카툰랜더링 방식을 고집하는 레벨5스튜디오의 손에서 창조된 세계는 잘 만들어진 극장판 애니메이션 속에서 모험을 하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입니다.
특히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드라마신은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센과치히로의행방불명'이 떠오를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실제 게임에서 쓰이는 그래픽으로도 감동적인 이벤트를 연출하는 것은 '하얀성회의여왕'의 장점입니다.
◇하얀성회의 여왕 드라마신 '제리의용기'
특히 집을 떠나지 못하는 소녀 '제리'에게 용기를 나눠주는 드라마신은 압권입니다. 또한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와 호흡을 맞춘 영화 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담당해 니노쿠니의 세계를 한층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잘 짜여진 전투 시스템
전작 '니노쿠니:칠흑의마도사'에서는 전통적인 일본 RPG의 전투 방식인 턴제 커맨드 방식을 탈피해 동적인 전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특히 소환수 격인 이머전은 전작에서의 동료의 개념과는 달리 게이머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으로 변화 하였습니다.
게이머는 상대하는 몬스터의 특징에 따라 올리버와 이머전을 변경해 가며 마법과 공격, 방어를 적절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올리버보다 강한 체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이머전은 커넥트타임(CT)라는 게이지가 유지되는 동안만 사용할 수 있어 적절한 순간 교대를 하거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는 등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또한 몬스터를 타격할 시 일정확율로 등장하는 체력 회복 구슬과 마력 회복 구슬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몬스터의 강력한 공격을 정확히 막아냈거나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을 경우 등장하는 황금색 구슬은 올리버와 이머전의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동시에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공격을 계속하기 보다는 적절한 순간 전략적인 방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얀성회의여왕'의 이런 전투 시스템은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동화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상당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어 자칫 잘 못 하다가는 일반 몬스터에게도 전멸을 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어와 공격, 이머전 전환 등 복잡한 전투 시스템과 더불어 후반에는 동료의 조작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보스전의 경우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됩니다.
전략적이고 재미있는 전투는 좋지만 플레이 시간이 긴 RPG 게임에서 전투의 지속시간이 10~15분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과 전투 난이도가 높은 것은 큰 담점입니다.
◆ 일본어 자막, 자연스럽지 않은 연출
'하얀성회의여왕'은 국내에서 카지노 요소 때문에 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때문에 레벨5스튜디오가 자막 한글화를 포기하면서 '하얀성회의여왕'는 한국 게이머들이 즐기기에는 힘든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는 드라마신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하나의 단점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은 단서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등장하는 드라마신은 몇몇 곳에서 이야기의 선후 관계를 생략해 게이머의 집중도를 흐트리는 요소 입니다.
하나의 예로 올리버가 북의 숲에서 겪은 첫 미궁 모험에서 누시를 물리치고 장로에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게이머의 선택이나 동의 없이 바로 드라마신으로 이어지면서 중간과정이 생략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전작보다 방대해진 스케일과 아름다운 연출
전투의 난이도와 연출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분명 게이머의 선택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레벨5스튜디오와 지브리 스튜디오가 만든 HD 해상도로 그려낸 아름다운 세계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단점들을 보완하기에 충분한 요소입니다.
만일 전작에서 그래픽이나 에피소드에 부족함을 느겼던 게이머라면 '하얀성회의여왕'은 만족할 만한 작품입니다. 전작을 해보지 못했던 게이머라도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꼭 플레이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데일리게임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