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게등위는 사면초가…국고지원 애걸-부산이전-아케이드 업계와 갈등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 게등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고를 지원받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반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내년까지 부산으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아케이드 업체가 언론과 정치권을 통한 전방위적인 흔들기에 나서면서 게등위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급기야 내부에선 직원 이탈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게등위는 기획재정부에 내년 예산으로 58억원을 국고지원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12억원이 줄어든 46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인건비 10억원이 삭감됐고 경상비도 2억원 가량 줄었다.

이 예산안을 국회가 받아 들일지조자도 불투명하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재윤 의원과 전병헌 의원 등 주요 문방위원들은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보낸 게등위의 내년 국고지원 예산 46억원을 일체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병헌 의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게등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에도 공식 성명을 통해 “문회체육관광부와 게등위는 국고지원 없는 민간권한이양 자율심의를 3차례 약속했다"며 "지난 11월 정부는 게등위를 영구존치하는 게임법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국고지원도 영구히 하는 정부안은 그 동안 게등위의 3번의 거짓말과 국회를 농단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게등위로서는 당장 국고지원이 끊기게 되면 내년부터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문화부는 성인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와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적게나마 국고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고를 지원 받더라도 1년이나 2년 유예기간이 정해진 한시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이나 2년 뒤 올해와 같은 실랑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등위는 매년 국고를 보조 받을 수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길 바라지만 분위기상 그렇게 될 가능성이 낮다.

심의료를 인상해 자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100% 인상안이 업계의 반발과 물가인상을 걱정한 정부지침으로 무산됐다. 내년에 심의료 인상을 추진해야만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반(反) 게등위 정서를 확산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게등위는 내년까지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 소속직원들은 삶의 터전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가정을 꾸린 사람들은 가족과 떨어져 나 홀로 부산행을 택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등위 직원은 “만약 부산에서 새 출발을 하더라도 1~2년 뒤 국고지원을 놓고 지금과 같은 마음고생을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때를 맞춰 아케이드 업체에서 게등위를 흠집내는 것도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회장 강광수)는 언론을 통해 게등위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화부 압력행사로 등급이 변경됐다는 주장과 이로 인해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어뮤즈먼트협회는 지난달 25일 ‘게임물 이용을 통한 획득 결과물 보관 금지’와 ‘게임물등급위원회 영구존속’을 추진하는 문화부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는 집회를 개최하는 등 실력행사에도 나서고 있다.

정치권을 통한 압박을 가한다는 제보도 있다. 의원실에서 특정 게임의 심의에 관심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아케이드 업체가 정치권 로비를 통해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내용인데, 누가 어떤 게임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내부직원들은 동요하고 있고, 이탈 움직임도 가시화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위원은 “월급이 안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부산까지 내려갔는데 회사(게등위)마저 없어져버리면 누가 책임을 질거냐”며,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게등위를 마치 부도덕하고 비리가 있을 것 같은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일 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쉬쉬하지만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많다.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문화부는 지난 11월 게등위를 해체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게임법 개정안을 수정해 게등위 존속을 확정 지어둔 상태다. 하지만 심의권한이 대폭 축소된데다가 내외부적인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인다. 게등위는 지금 심각한 위기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