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가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청소년용 게임물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유발하기 때문에 성인들도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른들이 청소년의 본보기가 되자는 것인데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어른들은 술 담배를 할 자유는 있지만 청소년들 앞에서 자제하자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고 대중에게 피해가 가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도 법으로 막을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유해함이 입증된 술 담배의 문제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게임 과몰입을 가져올 정도로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문화부의 논리대로라면 청소년들이 ‘돈이 되는’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 게임을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이템 현금거래는 게임을 즐기다가 생기는 부가효과 일 뿐, 돈을 벌기 위해 재미도 없는 게임을 장시간 하는 청소년은 거의 없다.
설령 문화부의 논리를 받아들여 아이템 현금거래가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불러일으킨다고 치자. 그렇다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아이템 현금거래를 원천적으로 막는 게 옳다.
그런데 해당 시행령은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만 금하고 있다. 개인간 거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담배를 슈퍼마켓에서 사는 건 금지시켜 뒀으면서 개인적으로 구해서 피는 것은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꼴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보니까 어른들에게도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청소년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템 현금거래를 못하게 막는다면 굳이 성인에게도 이것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 성인들이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이미 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들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빨간 딱지’가 붙어있다. 청소년이 접속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시행령을 만들지 않아도 청소년의 아이템 현금거래가 막혀 있는 상태다. 여기서 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성인까지 아이템 현금거래를 막겠다는 문화부를 이해할 수 없다. 청소년 보호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 시행령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문화부로서는 게임 아이템이 현물가치를 지닌 상품이 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바다이야기 망령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는 문화부로서는 ‘사행성’이란 단어에 민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이 1조원이 된다’는 발표가 나올 때마다 이를 어떻게 건전화 시키겠다는 생각 보다는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앞섰을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진실이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시행령은 고쳐져야만 한다. 아이템거래중개사이트를 없앤다고 해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사라지지 않을 것은 분명하고 음성화 된 거래로 인해 부작용만 더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