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의 오진호 아시아지역 대표는 과거 블리자드코리아의 대표였고, 라이엇게임즈 구성원 대부분도 블리자드코리아 출신이다. 한 때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 지금은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로 한국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 게임의 PC방 총판을 손오공IB가 맡고 있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여기에 두 회사는 e스포츠의 메카인 한국 시장을 놓고 한판 격돌할 전망이다. 블리자드코리아가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운영하고 있고, 라이엇게임즈코리아도 빠르면 내년 초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두 게임은 이미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격돌한 바 있는데 '리그오브레전드'가 규모 및 호응면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서도 '리그오브레전드'가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두 회사의 서비스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블리자드코리아는 ‘스타크래프트2’ 런칭 때 비행기를 랩핑하고 건물에 대형걸개를 거는 등 막대한 마케팅을 벌였고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조용히 ‘리그오브레전드’를 오픈했다.
20여 일이 지난 현재 PC방에서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블리자드코리아에 한판승을 거뒀다. 마케팅 지원이 없었음에도 ‘리그오브레전드’는 서비스 첫날부터 ‘스타크래프트2’를 눌렀고 단 한차례도 우세를 놓치지 않았다(게임트릭스 기준). ‘스타크래프트2’가 13~14위에 정체돼 있는 반면 ‘리그오브레전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가 상승하고 있어 두 게임의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최근 일주일(12.14~12.20)간 게임트릭스 순위를 살펴보면, ‘리그오브레전드’는 20일 기준으로 9위에, ‘스타크래프트2’는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오픈 하루 뒤 12위로 상위권에 진입한 뒤 줄곧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 ‘스타크래프트2’는 초반 기대와 달리 출시 후 9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이후에는 신작들에 밀려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현재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PC방에서 ‘리그오브레전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파격적인 정책 때문이다. 가맹 PC방에서는 모든 영웅을 다 플레이 할 수 있고 추가로 게임머니를 획득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게임 방식이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짜여진 점도 이 게임의 PC방 선호도를 높였다. 이렇다 보니 PC방 붐업을 일으킨 ‘스타크래프트’의 역할을 ‘리그오브레전드’에 기대하는 점주들도 있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씨(38)는 “과거에는 ‘스타’ 팀전을 하기 위해 친구들과 PC을 찾았다면 지금은 ‘LOL’(리그오브레전드)을 하기 위해 오는 손님이 많다”며, “LOL이 스타를 잇는 PC방의 효자게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타크래프트2’는 PC방 혜택이 타 게임보다 적다. 한국 가격정책 때문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용자는 집에서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얻을 수 있는 ‘초상화’ 외엔 특별한 혜택이 없다. 굳이 게이머들이 PC방을 찾아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점주 입장에서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동일 비용으로 과금되는 ‘스타크래프트2’가 달가울리 없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두 게임 손오공IB가 PC방에 유통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손오공IB 한 관계자는 “’스타2’를 유통할 때는 업주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는데, ‘LOL’은 다르다”며, “영업하는 친구들이 스타2 보다 LOL을 맡길 바란다”고 귀띔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일찍부터 e스포츠화를 선언했고 한국e스포츠협회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여러 차례 e스포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리그 출범을 현실화 시키고 있는 점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된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이르면 내년 초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출범시킬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미 많은 이용자풀을 확보한 만큼 e스포츠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e스포츠협회도 '스타크래프트' 중심으로 짜여진 국내 e스포츠 시장에 '리그오브레전드'가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본 지 꽤 됐으며, 이번 WCG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가 메인 무대에서 열릴 때면 국적을 가릴 것 없이 많은 팬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국제적인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라이엇게임즈가 정식 종목으로 신청할 경우 협회와 손잡고 흥미로운 e스포츠 대회로 육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