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회에서 들고나온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 법안(Stop Online Paracy Act, 이하 SOPA)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SOPA는 게임 등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미국 콘텐츠의 불법복제 및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규제법이다. 저작권 침해로 고발된 웹사이트의 광고 수입을 무효화하는 권한이 미 정부와 저작권자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과도하다며 미 IT 업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법이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많은 IT 기업들이 SOPA에 반발하고 나섰다. 구글,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인터넷업체를 비롯해 언리얼엔진의 에픽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와 '파이어폴'을 개발중인 레드5, '헤일로'의 번지스튜디오 등 유명 게임 업체들도 이에 가담해 공식적으로 SOPA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빗발친 반대 여론에 미국 의회는 결국 SOPA 입법 심의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원에서 SOPA를 주도했던 텍사스주 공화당 라마 스미스 하원의원은 "(SOPA에 대해)더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표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업계가 한데 목소리를 모은 결과 결국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 게임업계는 미국보다 더한 만성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여가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을 시작으로 문화부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교과부의 연령별 게임 이용시간 규제 등 2중, 3중 규제에 직면해 있다.
놀라운 사실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업체도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4N'으로 불리는 메이저 게임업체들은 물론 일반 중소 업체에 이르기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국회와 정부 규제안 언급될 때마다 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있는 모양새다.
침묵하고 있는 업체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사 게임이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아닌 성인게임이라는 이유고 다른 하나는 주력 매출처가 국내가 아닌 해외라는 이유다. 규제법의 대상이 청소년층에 해당하는만큼 매출 피해가 별반 차이가 없어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다.
즉, 자신은 규제 대상이 당사자가 아니므로 딱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산업 전체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고 자사 이익만 좇는 국내 업체들과 벌떼처럼 들고 일어선 북미업체들은 서로 대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하나된 의견을 내지도 못하는 국내 게임업체들을 보고 있자면, 2중 3중 규제에 시달리는 것도 어쩌면 자업자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