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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무관”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무관”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상관관계도 없다.”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장(사진)의 말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며 규제를 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이다. 최 협회장은 그 동안 정부의 규제에 대해 침묵하던 역대 협회장과 다른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최 협회장은 지난 29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학교폭력과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관련 글은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의 관계’, ‘학교폭력과 게임의 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세 주제로 나눠있다. 최 협회장은 들어가는 말에서, “'게임과 폭력'이라는 일반적 이슈가 아니라, '게임과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내용은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일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무관 ▲교사와 부모가 청소년들의 올바른 여가활동을 지도하고 개입해야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처방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동안 게임업계는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청소년 탈선을 게임 탓으로 돌리는 일부 여론과 정부의 행보 때문에 각종 규제에 시달려 왔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의 대표단체인 게임산업협회는 정부의 눈치만 살폈다. 여가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각종 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청소년단체가 헌법소원을 제출한 뒤에서야 입장표명을 했을 뿐이다.

최 협회장의 이러한 글은 비록 협회 차원의 의견은 아닐지라도 협회장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는 점에서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글을 본 대다수는 “공감된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좋은 글이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아래는 최 협회장이 기고한 글 전문이다.

학교 폭력과 게임

0. 들어가며

- 저는 '게임과 폭력'이라는 일반적 이슈가 아니라, '게임과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 게임이 폭력성을 유발하고 지능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으나, 그것은 매우 단면적일 뿐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국 대법원도 이 입장으로 '폭력 게임 판매를 정부가 규제'하려는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헌 판결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논의가 다원화될 우려가 있어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 또한, 게임과몰입을 둘러싼 사회적 현상, 각종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습니다. 게임과몰입이 심각한 것과 학교폭력이 심각한 것은 별도로 논할 주제입니다.

- 제가 생각하는 '학교폭력'은 교우(또는 아는 사이)에 지속적/일상적/반복적으로 벌어지는 폭력/가혹/강탈행위입니다.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폭력은 다른 차원에서 봐야합니다.


1.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의 관계

- 최근의 학교폭력 사태에 대해, 교과부는 게임중독이 그 일부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으나, 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 문제가 된 대구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 누구도 게임중독이라 부를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중독'이라는 말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편의상 쓰겠습니다. '중독'의 가장 보편적 특징은 내성과 금단현상입니다. 즉,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개인의 문제입니다.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대신 게임을 시킨다는 건, 알콜 중독에 빠진 사람이 옆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는 것과 같습니다.

- 즉,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인과관계 뿐만 아니라 상관관계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 다만, 학교폭력의 가해자들 중에 학교 공부를 멀리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나, 이걸 가지고 게임중독이라고 부르거나, 게임중독이 원인이 되어서 학교폭력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억측입니다.

- 오히려,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이른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을 겪거나, 사회적 활동을 못하면서 게임중독에 빠질 가능성은 꽤 있어 보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학교폭력이 원인이 되어서 게임중독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2. 학교폭력과 게임의 관계

-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감히 미루어 짐작컨대, '학교폭력'은 '과시형'과 '목적형'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교육전문가가 아니므로, 틀린 해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과시형'이라 함은, 권력을 쥔 아이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며 가학적 쾌락을 얻는 것으로, 기분 나쁘고 재수 없다고 때린다거나, 빵셔틀이나 와이파이셔틀을 시킨다거나 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 '목적형'이라 함은, (어느 게 먼저일지는 모르겠으나) 과시를 하다가 더 발전해서 뭔가를 강탈/강요하는 단계로 발전하거나, 강탈/강요를 위해 폭력을 일삼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숙제를 시키거나, 시험을 대신 보게 하는 행위부터, 심지어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돈을 뺏고 원조교제를 시키거나, 성추행을 하는 등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 게임이 이 과시형의 수단 또는 목적형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게임업계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유저와 보호자가 게임을 잘 이용하도록 돕는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 그러나, 유흥비나 시험/숙제, 또는 요즘 유행하는 어떤 외투가 학교폭력의 원인이 아니듯이,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 다시 말하지만, '아이들이 게임을 하루에 몇 시간 하는가'가 학교폭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들어본 바도 없고, 그걸 못하게 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 게임업계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보다 건전하고 유의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내에서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미 상당수 게임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미흡하다고 판단하신 정부/국회의원들에 의해 강제적 규제장치가 이중으로 도입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도 교사와 부모가 청소년들의 올바른 여가활동을 지도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게임업계는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로 올바른 게임 활용에 대한 교육과, 소외된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기금을 출연하여 게임과몰입 치료센터를 전국 세 곳에 열었고, 예방을 위한 상담센터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더 많이 해 나갈 예정입니다.

-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소위 'bullying'(주:집단 따돌림)은 어느곳, 어느 때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게 더 심각해지는 것은, 또래집단의 유대관계와 자정력,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의 태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따라서, 단편적인 처방보다는 사회 전반이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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