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틱 컷신은 콘솔 게임이 발달한 해외 시장에선 보편화된 기법이지만 한국 MMORPG에선 쉽사리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 개발에서 별도의 테크시네마팀을 둘 정도로 시네마틱 컷신 영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15일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최형근 테크시네마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블레이드앤소울' 시네마틱 컷신 업무를 총괄하는 최 팀장은 2002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리니지2' 배경 아티스트를 거친 잔뼈 굵은 베테랑이다.
다음은 이날 나눈 질의응답의 전문.
Q 시네마틱 컷신이 게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
A 시네마틱 영상은 게임의 치어리더 역할을 해야한다고 본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스토리를 이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 했으면 좋겠다. 단 한분의 이용자라도 컷신을 통해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Q 컷신의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A 기획팀이 작성한 시나리오를 건네받으면 기획팀과 영상팀이 의견을 조율해 최종적으로 시네마틱 컷신으로 연출할 부분을 정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캐릭터 및 배경팀에 발주를 보내고 발주가 오면 그 소스로 영상을 만든다. 영상 작업이 끝나면 사운드팀에 보내 성우 더빙 및 효과음과 음악을 삽입한다. 그렇게 최종 결과물이 나온다.
Q 컷신 하나 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인력은?
A 30분 정도 영상을 만든다면 사전제작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6~7개월이 소요된다. 인력의 경우, 아웃소싱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대략 50~60명이 투입된다고 보시면 된다.
Q 테크시네마 팀원들의 이력이 궁금하다.
A 대부분 영화나 애니메이션 업계 출신이다. 해와 유명 스튜디오 출신도 많다.
Q 영상작업이다 보니 다른 팀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할 것 같은데
A 시네마틱 컷신은 여러 팀의 노력의 산물이다, 배경은 배경제작팀이, 캐릭터는 캐릭터제작팀이 맡는다. 저희가 맡는 부분은 카메라 연출과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일정조율이 힘들었다. 팀별로 사소한 충돌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Q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나?
A 영상을 사운드팀에 넘겼는데 최종 영상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그래서 사운드팀에 가서 몰래 영상을 확인한 적도 있다.
Q 시네마틱 컷신 제작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블레이드앤소울'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캐릭터 감정선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한 캐릭터 디테일과 동작 연출에 힘쓰고 있다.
Q 감정선을 살릴때 캐릭터 표정 연출은 어떻게 하나?
A 페이셜(facial)만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을정도로 중점을 둔다.
Q 감정선 연출을 위한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A 컷신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얼굴과 표정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극단적인클로즈업 기법을 자주 쓰는 편이다.
Q 컷신에서의 캐릭터 모션은 어떻게 연출하나?
A 캐릭터와 배경은 게임 리소스를 쓰지만 캐릭터 모션은 국내에서 마샬아츠나 무술에 능통하신 연기자를 섭외해 그들의 동작을 모션캡처한다. 하늘을 나는 등 인간이 할 수 없는 모션의 경우 키 애니메이션을 병행한다.
Q 컷신이 너무 많으면 게임 호흡이 끊긴다는 지적이 있다.
A 영상을 다 보면서 플레이했을 경우 엔딩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다른 법이다. 이용자들을 감동시키겠다는 자세로 컷신을 제작하고 있다.
Q 컷신을 제작할 때 별도로 참고하는 부분이 있다면?
A '블레이드앤소울'은 각 대륙별로 고유한 컨셉이 있다. 정통 무협을 떠올리는 배경이 있다면 서부활극이 연상되는 대륙도 있다. 이 서부 대륙에서 등장하는 시네마틱 컷신의 경우, 정지운 감독의 영화 '놈놈놈'을 모티브로 잡았다.
Q 컷신 제작에서 특히 어려운 점은?
A 대규모 군중신이 아무래도 기술적 어려움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블레이드앤소울' 초기지역인 재룡림 컷신의 경우, 시나리오상 수많은 해적들이 등장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소수의 해적만을 등장시켰다. 아쉬운 대목이다. 피치못하게 대다수 인원이 등장해야 할 경우, 카메라 연출로 해결하는 편이다.
Q '블레이드앤소울'에서 특히 기억나는 시네마틱 컷신은?
A '블레이드앤소울' 초반에 나오는 홍석근 사부의 최후신이다. 러닝타임이 7분 가까이 되는데 당시 제작진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게임 초반부터 너무 긴 영상을 이용자에게 보여주면 맥이 끊긴다는 입장과 이용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부딪혀서다. 결국 7분짜리 영상을 다 내보내기로 결론이 났는데 이용자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Q 2차 CBT 기준으로 '블레이드앤소울'의 시네마틱 영상의 분량은?
A 총 60분 분량이다.
Q 향후 시네마틱 컷신을 게임내 시스템으로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 있나?
A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Q 영상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의 복장이 너무 선정적이다.
A 개인적인 제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웃음). 김형태 AD가 그린 그림 중 끌리는 캐릭터가 종종 있다. 그런 캐릭터들은 더욱 공들여 그리라고 따로 주문한다.
Q 이용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지금 내부적으로 제작 중인 영상이 분량도 많고 재밌다. '블레이드앤소울'이 공개되면 나중에 꼭 재미있게 즐겨달라.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