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학교폭력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임문화재단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청소년과 게임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태영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와 박종현 국민대 교수, 송종길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오승호 연세대 교육대학원 특임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청소년 폭력과 게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최태영 교수는 게임과 학교폭력의 연관성에 대한 해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컴퓨터게임은 병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청소년의 발달과 적응의 과정에서 동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이 청소년기의 주요한 과제인 경쟁, 성취,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을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좀더 안전하게 반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개인적 특성의 차이,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사회·문화적 현상, 사회적 맥락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학교 폭력 가해자의 경우 지능이 낮고, 결손가정이 많으며 정서 자제력이 약하고 충동적인 습성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발표된 폭력물(게임, 폭력영상)과 폭력행위에 대한 연관성에 대해선 "모든 연구는 방법론적인 결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통계적인 파워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까지 폭력 행위와 폭력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 또한 의견도 분분하다"며 "과격한 소아 청소년일 수록 폭력 수위가 낮은 게임 및 TV를 시청해야 한다는 것을 만족시키는 잘 디자인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게임폭력법을 사례로 들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과 미성년자의 폭력적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비디오게임 만을 규제하는 것은 과소포함적이며 평등권을 위배한다"며 "법상 사용된 '폭력적'이라는 용어는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와 폭력성이 가진 연관 관계에 대해 청소년의 폭력행동에 미치는 요인의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송종길 교수는 폭력행동에 미치는 주요 요인을 가정과 학교, 친구, 개인적 특성, 미디어로 구분해 게임은 미디어의 한 분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게임이 청소년 폭력의 주요 요인이라는 시각 때문에 게임의 폭력이라는 빈대를 잡으려고 게임산업, 스포츠, 문화라는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건전한 게임문화 육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오승호 특임교수 또한 "아직은 가상 공간이 실제를 압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집합의식과 같은 문화적인 문제, 규범 부재 현상 등이 학교폭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나의 변수(게임) 만으로 폭력성과 연결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