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는 아주대학교 김민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새누리당 원희룡 의원,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한덕현 팀장, 국민대학교 황승흠 교수, 한양대학교 류호경 교수, 성신여자대학교 박형준 교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유형우 소장, 김종훈 게임과몰입전문상담사, 군포당동청소년문화의집 김지수 관장, 학부모 대표 이진수씨, e스포츠 8게임단 주훈 감독이 패널로 참여했다.
발제자로 나선 아주대학교 김민규 교수는 "과거 만화 산업에 가해졌던 규제가 게임산업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부가 단속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셈이다. 가정 내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해야한다. 법의 잣대를 가정에 들이대려한다는 게 무척이나 아쉽다. 본질적인 문제의 핵심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강압적인 규제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한양대학교 류호경 교수는 "가장 쉬운 곳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으려고 한다. 사회적인 문제가 게임 때문이라는 가설이 세워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고, 성신여대 박형준 교수 또한 현재의 상황을 '마녀사냥'에 빗대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의 타깃이 된 게임산업에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 원희룡 의원은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는 정부가 무엇을 했다는 것에 대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이대로 가다간 산업의 발전은 고사하고, 최악의 효과를 나타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원 의원은 "게임은 또래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만드는 장이다. 정부와 학부모, 단체가 머리를 맞대 사회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대다수 의견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정부가 막고 있다는 점, 과몰입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교육환경 등이 주를 이뤘다. 김종훈 게임과몰입전문상담사는 "정부에서 과몰입 예방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부터 든다.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고 의식구조를 먼저 알아야 한다. 단순 규제만으로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방안을 형성해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포당동청소년문화의집 김지수 관장 또한 청소년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학교폭력이라고 다른 것이 아닌데 왜 학교폭력을 이슈화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폭력이란 단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학교에 대한 규제이자 청소년들의 규제다. 책임소재를 찾으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관장은 "폭력은 개인에서 집단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게임 만을 규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들을 더욱 포악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가 먼저 생각해 봐야한다. 이에 대한 대책 자체도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진행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e스포츠 8게임단의 수장인 주훈 감독은 "학교폭력의 문제를 너무 게임 쪽에서만 찾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며 김 관장의 말을 거들었다. 주훈 감독은 "스마트폰도 다룰 줄 모르고,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치는 분들이 게임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어떠한 정책이라도 국민들을 포괄할 수 없고 따라잡을 수도 없을 것이다. 세대차이를 먼저 인식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주 감독은 또 청소년들의 게임이용 시간을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하는 '쿨링오프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주 감독은 "청소년들의 유일한 쉼터이기도 한 가상의 공간에 제한시간을 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라며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과 같다"고 비난했다.
게임이용 만으로 일정 부분 학교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유형우 소장은 "게임과 학교폭력의 연관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사업이 엮이곤 하기 때문에 있다, 없다의 문제는 항상 생긴다"며 "또한 게임이 학교폭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본다. 그러나 재미 요소만 강조된 것이 아닌 기능적인 요소가 가미된 게임이 출시된다면 이 같은 일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만으로는 게임중독을 예방하기에 한계가 있다. 청소년들이 올바른 게임 이용에 대한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 jshero@dailygame.co.kr]
